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통역, 번역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관용어(惯用语)란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를 말한다. 다시 말해 관용어는 둘 이상의 낱말이 결합하여 제3의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때로는 문법에 맞지 않지만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결합 형식이 고정되어 있다. 이번 호에는 한국어와 중국어의 관용어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한중 관용어의 형태와 의미가 일치하는 이유는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과 중국이 문화교류를 해 왔고, 또한 어떤 한국어 관용어는 중국어 관용어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1. ‘등용문’. 이 한국어 관용어는 원래 ‘용문(龙门)에 오른다’는 뜻으로,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크게 출세하게 됨’을 이르거나 또는 ‘입신출세의 관문’을 일컫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登龙门’ [dēng lóngmén]이다. 이 말은 잉어가 중국 황허강(黃河江) 상류의 급류인 용문을 뛰어넘으면 용이 된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것으로 ‘입신출세에 연결되는 관문’을 뜻한다. 2. ‘기생충’. 이 한국어 관용어는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빌붙어서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寄生虫’ [jìshēngchóng]이다. 이 중국어 관용어의 뜻도 ‘자신은 일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3. ‘근시안’. 이 한국어 관용어는 ‘눈앞에 보이는 일에만 사로잡혀 먼 앞날의 일을 짐작하는 지혜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近视眼’ [jìnshìyǎn]이다. 이 중국어 관용어의 뜻도 ‘길게 보지 못하고 안목이 좁은 것’ 또는 ‘판단력이 옅은 것’을 의미한다. 4. ‘처녀지’. 이 단어의 원래 의미는 ‘사람이 살거나 개간한 일이 없는 땅’을 이르는 말이다. 이 단어가 관용어로 쓰일 때 그 의미는 ‘학문, 예술, 과학, 기술 따위에서 아직 연구, 개발되지 않았거나 밝혀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분야’를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处女地’ [chǔnǚdì]이다. 이 중국어 관용어도 ‘아직 개척되지 않는 학문의 분야’를 뜻한다. 5. ‘도화선’. 이 단어의 원래 뜻은 ‘폭약이 터지도록 불을 붙이는 심지’를 말한다. 이 단어가 관용어로 쓰일 때 그 의미는 ‘사건이 일어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나 계기’를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导火线’ [dǎohuǒxiàn]이다. 중국어 관용어의 뜻도 역시 ‘사건을 유발하는 직접 원인’을 의미한다. 6. ‘출가인’. 이 단어의 원래 뜻은 ‘출가한 사람(집을 떠난 사람)’을 말한다. 이 단어가 관용어로 쓰일 때 그 의미는 ‘세속의 인연을 버리고 성자(聖者)의 수행생활에 들어간 승려나 여승, 도사나 여도사 혹은 수도원으로 들어간 수도사나 수녀’ 등을 일컫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出家人’ [chūjiārén]이다. 중국어 관용어 뜻도 ‘세속을 떠나 수행생활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7. ‘분수령’. 이 단어의 원래 뜻은 ‘분수계가 되는 산마루나 산맥’을 말한다. 이 단어가 관용어로 쓰일 때 그 의미는 ‘어떤 사실이나 사태가 발전하는 전환점’을 이루거나 또는 ‘어떤 일이 한 단계에서 전혀 다른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分水岭’ [fēnshuǐlǐng]이다. 중국어 관용어 뜻도 역시 ‘어떤 일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고비나 전환점 혹은 분기점’을 의미한다. 8. ‘대동맥’. 이 단어는 원래 의학용어로 ‘심장의 좌심실에서 나와 온몸에 피를 보내는 동맥의 본줄’을 말한다. 이 단어가 관용어로 쓰일 때 그 의미는 ‘철로의 중요한 간선로(幹線路)’를 가리키거나 또는 ‘교통의 중요한 간선로’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大动脉’ [dàdòngmài]이다. 중국어 관용어의 뜻도 역시 ‘교통의 큰 간선로’를 일컫는다. 9. ‘후유증’. 이 단어는 원래 의학용어로 ‘어떤 병을 앓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병적인 증상’을 말한다. 이 단어가 관용어로 쓰일 때 그 의미는 ‘어떤 일을 치르고 난 뒤에 따라오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컫는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后遗症’ [hòuyízhèng]이다. 중국어 관용어의 뜻도 역시 ‘어떤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해, 일를 치르고 난 뒤에 따라오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의미한다. 10. ‘흡혈귀’. 이 단어는 원래 ‘밤중에 무덤에서 나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전설상의 귀신’을 가리킨다. 이 단어가 관용어로 쓰일 때 그 의미는 ‘다른 사람을 착취하거나 몹시 괴롭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吸血鬼’ [xīxuèguǐ]이다. 중국어 관용어 뜻도 역시 ‘다른 사람을 착취해서 살아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11. ‘백팔십도’. 이 한국어 관용어는 ‘사람의 성격이나 태도, 혹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바뀐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一百八十度’ [yībǎi bāshí dù]이다. 중국어 관용어 뜻도 역시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변한 태도나 상태’를 의미한다. 12. ‘전주곡’. 이 한국어 관용어는 원래 ‘오페라에서 막이 오르기 전에 연주하는 곡’을 말한다. 이 단어가 관용어로 쓰일 때 그 의미는 ‘어떤 일이 본격화하기 전에 암시가 되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일치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前奏曲’ [qiánzòuqǔ]이다. 중국어 관용어 뜻도 역시 ‘어떤 일의 시작을 알리는 암시가 되는 일’을 의미한다.
사진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