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2  통권 217호     필자 : 조수진
[선교일언]
남과 북의 소통과 대북선교방송 – 더 나은 콘텐츠를 위하여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코로나19로 통제가 강화되면서 선교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 대북 전단 살포로 촉발된 한반도 긴장 상황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은 남과 북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지다. 

최근 열린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에서 언론학자들 역시 ‘남북 언론 교류와 협력을 통해 평화의 감수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평화의 감수성은 도대체 어떻게 높여 나갈 수 있을지 여전히 그려지지 않는 상황이다. 다시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언론교류, 협력은 가당치도 않은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언론이 갈등 지향적인 ‘전쟁 저널리즘’의 관행에서 벗어나 ‘평화 저널리즘’의 관점을 갖는 것부터가 그 시작이 아닐지 생각해본다. 

요한 갈퉁(Johan Galtung)을 비롯한 평화학자들은 평화를 3단계로 구분해 논의한다. 평화유지(peace keeping), 평화조성(peace making), 평화구축(peace building)의 3단계이다. 지속가능한 평화체계를 만드는 평화구축의 단계는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와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로 구분되는데 한반도에서의 평화구축은 남북 간의 반목과 적대감의 원인, 배경을 찾아내 그것을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언론,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된다. 독일의 사례가 그렇다. 평화 저널리즘의 실천 사례로 회자되는 독일의 경우, 통일 전 서독의 언론들이 동독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왔다. 소극적 평화 저널리즘의 실천으로 평가된다. 냉전 질서하에서도 신뢰를 받았다는 것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다시금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우리는 평화의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2가지로 나눠 고민해야 한다. 하나는 우리 사회 내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들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갈등을 부추기는 전쟁 저널리즘의 관행을 벗어나는 것이다. 우리 언론에 있어서는 구조적·문화적 폭력의 해소를 지향하는 ‘적극적 평화 저널리즘’의 실천이 요구된다 하겠다. 또 하나는 독일과는 달리 교류조차도 이루어지지 않는 현 상황에서 우리가 소통할 수 있는 방법들 그리고 그 안에서 신뢰를 구축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 지면을 통해 그 소통의 방법으로 ‘대북라디오방송’ ‘대북선교방송’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대북라디오방송 지형의 변화 
북한은 언론이 통제되고 외부 정보가 차단된 사회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유입하는 유일한 매체가 바로 대북라디오방송이다. ‘심리전’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대북방송은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정권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지상파 방송으로는 KBS한민족방송과 종교방송인 극동방송이 있다. 국내외 정세 변화와 방송 환경 변화로 프로그램이 다양화·연성화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탈북자 중심의 민간대북방송이 2005년 말부터 생겨나기 시작한다. 여기에 미국이 주체인 미국의 소리방송(VOA), 자유아시아방송(RFA), 영국의 BBC방송이 대북방송에 합류하면서 그야말로 대북방송의 주체(Player)가 다변화하였다. 체제 비판이라는 강한 심리전 성격으로 시작된 대북방송이 주체가 다변화하면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이제는 점검하고 살펴볼 때이다. 



대북방송의 주체가 다변화된 이후 대북방송의 성격은 공통적으로 통일을 지향하는 전문채널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KBS한민족방송의 경우, 심리전 방송에서 사회교육방송을 거쳐 한민족 네트워크 채널로 변화되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북한전문채널로서의 역할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북방선교 기수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온 극동방송의 경우 90년대 말부터 국내방송과 지사 확장에 힘쓰면서 대북방송으로서의 위치는 침체된 모습을 보이다가 대북방송의 주체가 다변화하는 시기, 다시 대북방송을 강화하며 역시 통일방송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민간대북방송은 출범 당시 프로파간다 방송의 성격이 강했으나, 10여 년이 지나 일부 방송이 통합되면서 역시 통일의 역할을 주 과제로 삼고 있다. 즉 다양한 주체의 대북방송들은 정보가 차단된 북한 사회에 전파를 통해 정보를 유입하는 역할로서 통일 이전 단계에서, 통일의 과정에서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의미이다. 

‘일상성’이 강조된 콘텐츠 
그렇다면 그 그릇에 담긴 콘텐츠는 어떤 변화를 보이고 있는가? 갈등의 원인과 배경을 찾아내 진정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평화 저널리즘적 차원의 방안 또한 제시하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정보를 접했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은 냉전 시대의 갈등에 머물러 체제 경쟁적 기사를 양산해 신뢰 형성의 기회를 잃기보다는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최근 경제 관련 프로그램, 날씨 정보 등이 늘고 있는 이유이다. 탈북민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민간대북방송의 경우도 처음 시작은 체제 비판, 김일성 일가에 대한 폭로 등 심리전의 성격이 강한 어조의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었다. 그러나 주민들로부터도 반감을 사게 되는 내용보다는 우회적인 내용, 그들의 일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더 선호되고 신뢰를 얻는다는 피드백을 접하고 프로그램 내용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들의 ‘일상성’이 반영된 콘텐츠가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점이다. 

일상성 연구는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일상을 통해 북한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북한학 연구에서도 시작됐다. 오랜 시간 북한학 연구는 구조화한 자료, 텍스트 위주의 분석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 탈북민들의 증언, 영화 등의 간접 경험을 통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주로 마페졸리(Maffesoli)의 관점에서 논의된다. 마페졸리는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개인이 거대한 담론,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자신과 관계된 일상적인 것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탈북민들의 증언, 영화 등 간접 경험을 통한 이러한 연구들은 북한의 일상을 드러내고 감춰진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좋은 소재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 사회에 대한 일상사적 연구는 북한의 일상을 통해 주민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가장 변하지 않는 곳이며, 한편으로는 변화의 징조가 나타나는 곳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1990년대 이후 변화된 북한 주민들의 일상, 장마당에서의 시장 거래, 이동 등을 살펴보는 것은 북한 사회를 이해하는 필수적인 영역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일상 연구의 관점에서 대북라디오 콘텐츠를 살펴본다. 민간대북방송이 출현한 이후 대북라디오방송의 주체가 다양해진 시기, 편성의 변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탈북민들의 방송 참여이다. 그들의 목소리로 그들의 일상을 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가 최근 연구를 위해 인터뷰한 탈북민들의 말이다. 그들의 말에서 우리가 어떤 콘텐츠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 알 수 있어 몇 가지 소개한다. 

방송을 하다보면…, 탈북해서 여기서 어떻게 살고 있나 이런 거 궁금해 하시거든요. 그래서 여기 생활을 가감없이 말해요. 남한에 와서 사기당한 사람 이야기까지도 그대로 하고, 거기 살 때 이야기도 하고, 지금 여기서 생활하면서 거기는 이때쯤 어떻겠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런 거 들으면서 공감을 많이 하고 편하게 듣는 거 같아요. 막 정치적인 얘기하는 것보다….

개구리 전도하려면 개구리가 돼야 한다고 우리가 말하거든요. 눈높이를 맞추라는 거죠. 탈북민들 목소리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얘기들을 해야, 나도 거기 있을 때 그런 거 찾아 들었고…, 그게 중요해요..머 딴 얘기 하는 것보다 사는 얘기를….

여기는 선교라는 이름으로 말씀 찬양 위주로만 초기에 갔었는데, 여기서 주고 싶은 메시지는 그거였고, 그쪽에서 필요한 것 생각하기보다…. 그런데 요즘은 북한의 실제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가미가 된다. 그게 저쪽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고…, 여기 생활 그리고 그쪽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생활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면 이게 통일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최근 모 단체에서 자문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가 무엇이고, 그것을 파악한 후 그들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다. 그들이 필요로하는 콘텐츠를 그동안 얼마나 고민해왔는가 묻고 싶다. 이제는 선교적 노력에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포함시켜야 한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북한 내에서도 이미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구시대에 머물러 우리가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교회도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앞으로는 온라인, 미디어를 통한 선교전략이 다양하게 논의되고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을 향한 선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통제가 강화된 현 상황에서 미디어를 활용한 선교는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미 우리에게는 대북선교방송이라는 유용한 도구가 있다. 그러나 60여 년 이상 지속되어 온 대북선교방송에서 늘 지적되는 문제는 ‘전문성’이다. 이제는 북한선교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보는 것은 어떨지도 제안해 본다. 선교대상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 다양한 목소리들이 담길 수 있도록 말이다. 


* 이 글은 <북한개발소식> 2020년 7월호(통권 177호)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수정, 보완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조수진 | 국민대 겸임교수, 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