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200804_170654215.jpg) 최근 중국에서는 ‘노점 경제’가 전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노점 경제를 중국어로는 ‘디탄징지(地摊经济, dìtān jīngjì)’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노점’을 뜻하는 ‘디탄(地摊)’과 ‘경제(经济)’라는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노점 경제란 중국 빈곤 계층을 포함한 각 계층이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중국의 노점상은 1979년대 말 ‘개혁개방정책’을 펼치면서 처음 등장하게 되었다. 새벽 길거리에서는 농민들이 직접 키운 야채들을 싣고 와서 ‘아침 시장(早市)’에서 팔았고, 저녁에는 ‘야시장(夜市)’에서 음식, 의류, 풍물 간식, 헌책, 잡화 등을 팔았다. 길거리에서 노래방 기계를 틀어 놓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노인들이 광장에 모여서 ‘광장춤(广场舞)’을 추기도 했다. 중국의 노점상은 중국의 밤거리 문화와 운명을 거의 같이한 셈이다.
1997년부터 수도 베이징(北京)이 도시 환경 정비에 나서면서 노점상 규제가 시작되었다. 중국 당국은 노점상은 불법이며 위생 문제로 식품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또한 도시 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단속에 나선 것이다. 노점을 운영하다가 단속에 걸리면 거액의 벌금을 내거나 팔던 물건을 압수당하기도 했다. 2002년에 노점상에 대한 행정처벌을 강화하는 등 엄격한 규제로 인해 노점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2007년에 상하이(上海)와 충칭(重庆)은 ‘노점상을 일률적으로 봉쇄하지 않겠다’, ‘질서를 갖춰서 노점상을 개방한다’는 방침을 세워 수백만 인구의 생계 방식에 큰 변화를 일으켰으나 이것은 시범 단계에 머물렀을 뿐이다. 2017년 말에 상하이는 도시 환경을 재정비하면서 노점상과 불법 구멍가게 일체를 엄격하게 규제하였다. 얼마나 엄격하고 신속하게 관리했던지 아침에 출근할 때 보았던 구멍가게들이 퇴근할 때 일제히 사라져 버렸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 후부터 시민들은 작은 식료품 하나까지도 대형마트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2020년에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와 일자리가 위축되자 예전에 실시했던 규제를 없애고 다시 노점상을 허용하고 나선 것이다. 이제 노점 경제는 코로나19 이후 중국 경기회복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는 길거리 경제와 노점 영업, 이동 상점 등을 문명 도시 평가 항목에 포함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내수 회복과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 일정 기간 길거리 경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은 도시의 미관보다도 상가의 이윤 창출과 내수 진작,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더 시급해진 것이다.
현재 중국은 일자리 창출과 소비 촉진을 위해 노점 경제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점 경제’도 함께 장려하고 있다. 소점 경제를 중국어로는 ‘샤오덴징지(小店经济, xiǎodiàn jīngjì)’라고 부른다. 소점 경제라는 단어는 작은 상점을 뜻하는 ‘소점(小店)’과 ‘경제(经济)’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소점 경제란 우리 생활 주변의 편의시설, 소규모 온라인 상점, 로드 숍(road shop), 개인 창업 등 자영업자들이 하는 영세한 상점들을 말한다. 그래서 소점 경제는 도시 총체 경제의 모세혈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각 도시별로 선발된 우수한 창업 프로젝트들도 소점 경제라고 할 수 있으며, 시장 경제활동 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 되어 일자리 창출을 높일 수 있다. 중국의 당 중앙, 국무원도 소점 경제 발전을 강력히 지원하고 있으며,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 세금 감면, 금융, 사회보험, 임대료 감면 등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2020년 6월 1일 산동성 옌타이(烟台)를 방문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노점 경제와 소점 경제는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근원이며, ‘가오다상(高大上, 첨단 산업)’ 업종과 마찬가지로 중국 경제의 활력소이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가오다상(高大上, gāodà shàng)’이란 ‘高端大气上档次’의 줄임 말로, ‘高端(고급스러움)’, ‘大气(당당함)’, ‘上档次(품위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첨단 프리미엄 산업’ 혹은 ‘고급 첨단 산업’ 등을 말하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노점 경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노점 경제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열풍이 불고 있는 근원에는 리커창 총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020년 5월 28일,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리 총리는 중국인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에 관해 언급했다. 그는 “중국인의 1인당 연간 평균소득이 3만 위안(약 510만 원)에 달하지만 중국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6억 명의 월수입은 고작 1천 위안(17만 원) 정도밖에 안 되며, 1천 위안으로는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언급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가계 부담이 가중하고 있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을 살피는 일”이라면서 그는 실업 대책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리 총리는 “중국에는 9억 명의 노동력이 있다. 이들이 일거리가 있어야 밥을 먹고 돈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 창출해야만 한다. 그동안 산업의 업그레이드와 정보기술의 혁명을 통해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한 노동력 투입이 적은 인터넷 기반의 ‘임시직 노동(零工) 경제’에서 2억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올해는 874만 명의 대학 졸업생과 퇴역 군인이 배출될 예정이다. 이들이 일할 일자리를 만들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착실히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주민들의 수입 증대를 위해서 노점 경제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리 총리는 “며칠 전에 중국 서부(西部)의 한 도시(成都)가 노점 3만 6,000개를 설치해 하룻밤 사이에 10만 명의 일자리를 해결했다는 보도를 보았다”면서 노점 경제의 경제 효과를 칭찬했다. 중국 중앙 정부가 노점 활성화를 격려하자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이어 충칭, 저장(浙江), 허난(河南), 광둥(广东), 후베이(湖北), 샤먼(厦门), 칭다오(青岛), 난징(南京), 창춘(长春),항저우(杭州) 등 30개에 달하는 주요 성시(省市)에서 잇달아 노점상 영업을 권장하고 나섰다. 그동안 단속이 두려워서 노점상을 열지 못했던 소시민들이 노점상 격려에 힘입어 과감히 거리로 뛰쳐나와서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노점상에 실업자, 퇴직자, 월급쟁이, 대학생, 주부, 노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 참여하고 있다. 그들이 내다파는 물건들은 농수산물에서부터 먹거리(간식), 의류, 신발, 완구용품, 화장품, 가정용품, 일상생활용품, 아이디어 상품, 악세서리까지 아주 다양하다.
노점 경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완화정책은 노점상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서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중국에서 노점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이동 매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장사 트럭(万能大卡车)’을 개발한 ‘우링(五菱)’이라는 자동차 업체의 주가가 3일 사이에 120% 폭등했다. 또한 직물 의류, 공예 상품, 맥주, 바닷가재, 밴 차량 등이 큰 관심을 받았으며, 랑사(浪莎)주식, 시안(西安)음식, 광바이(广百)주식, 저장융창(浙江永强), 화쓰(华斯)주식, 샹장(香江)홀딩스, 샤오상핀청(小商品城), 마오예상예(茂业商业), 샤오캉(小康)주식, 인두(银都)주식, 궈롄수이찬(国联水产) 등 20여 개 기업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노점 경제로 인해 젊은 층에서는 주간 근무에 이어 야간 점포를 운영하는 투잡(two jobs, 兼职)족이 증가하고 있고, 길거리 점포 활성화에 따른 ‘노점용 이동 트럭(地摊神车)’ 판매 수요가 급증하는 등 노점 경제가 가져온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일부 지방 정부들이 앞다투어 노점상을 임시로 나마 합법화하는 지방 조례를 발표하면서 노점상지원정책을 내놓는 등 노점 경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조성되는 분위기이다. 또한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들도 잇따라 노점 경제 활성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분위기에 합세하고 있다. 펑파이(澎湃)신문 보도에 따르면 징둥(京东), 텅쉰(腾讯), 쑤닝(苏宁) 등 인터넷 기업이 노점 경제에 대한 관련 조치를 내놓았다. ‘징둥’은 노점상들이 저비용 고품질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유통 공급망을 확충하는 한편, 수억 위안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텅쉰’은 위챗페이(微信支付)를 사용하는 5천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전국 소점 경제 부흥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쑤닝’은 ‘밤에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점 야시장 부양책을 내놓았다. 또한 중국 최대 도매플랫폼인 ‘알리1688’은 ‘노점 경제 보조 계획’을 통해 700억 위안의 외상을 제공할 계획이며, 이외에도 품질이 좋은 제품 공급, 데이터 지능(Data Intelligence, DI), 금융지원, 구매자 보호의 4대 지원 방안을 발표하였다. 온오프라인 통합, 보조금정책, 장사 가이드라인, 디지털 교육 등 소상공인을 돕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중국의 모든 도시가 노점 경제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시의 입장은 노점상이 도시 경관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노점 경제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베이징시의 입장이 노점 경제를 바라보는 시진핑(习近平) 주석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중국 중앙(CC)TV는 지난 6월 7일 논평을 통해 “노점 경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맹목적으로 이것을 추구할 경우 뜻하는 바와 정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베이징일보 역시 베이징시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노점상 경제가 “도로 점거, 교통 마비, 짝퉁 판매, 소음 발생 등의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의 경우 공식적으로 노점상 반대 성명을 내지는 않은 상태이며 제한적으로나마 허용, 장려하고 있다. 현재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상하이, 선전(深圳) 같은 대도시에서 노점 경제가 적합한가를 두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베이징과 일부 일선도시(一线城市,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도시에서는 노점 경제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중국 포털사이트 ‘왕이(網易)’의 2020년 6월 17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 각 도시의 소방 당국이 노점상을 대상으로 소방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만약 화재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진화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노점 경제의 안전을 돕는 대책도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노점 경제의 내수 부양 효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노점 경제는 소상공인과 최저 소득계층 복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소득 소비계층 중심의 노점상을 살리면 전통 시장과 관광 경제, 야간 경제가 살아나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내수 회복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며 국민 절대다수의 저층 소비자들의 소득이 늘고 씀씀이가 커지면서 경기도 선순환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노점 경제는 단기간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단점도 가지고 있다. 즉 노점 경제는 경제의 주류를 이루는 지주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낼 능력이 취약하고, 발전하는 현대 사회의 경제 성장 동력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관리가 엄격하지 못한 도시에서는 심각한 오염을 초래할 수 있고, 공중 위생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도시 환경 미화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노점 경제는 ‘상업 거리’, ‘야간 경제’, ‘특수 문화 거리’ 등 규범화한 경제 형태와는 달리 진입 장벽이 낮고, 사업자 등록이 필요 없어서 해당 기관의 효과적인 관리가 불가능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이 파는 상품의 품질이 보장되지 않아 소비자 권익보장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됨에 따라 노점 경제는 도시 저소득층의 소득 창출의 한 수단으로써 규범화한 관리 모델이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지혜롭고 합리적인 관리 방식이 제대로 적용되기만 한다면 노점 경제가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음지에 있던 노점 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려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 경제 포커스의 분석 내용에 의하면, 최근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확산과 대외 불확실성의 확대 등으로 인해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했지만, 2분기부터는 생산 정상화가 이루어지면서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이러한 생산 정상화와 소비 회복세 등에 힘입어 2분기 이후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되면서 올 하반기에도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점 경제가 문제점도 없지 않지만 중국 경제의 동력이 되어 나름대로 경기 회복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참고자료 https://baike.baidu.com/item/地摊经济/2906264?fr=aladdin https://baike.baidu.com/item/小店经济/24240012?fr=aladdin https://baijiahao.baidu.com/s?id=1668585929765975123&wfr=spider&for=pc https://baike.baidu.com/tashuo/browse/content?id=2d2e19e524d72a104c8185bd&lemmaId=2906264&fromLemmaModule=pcBottom
사진 출처 | 바이두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