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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영 선교사는 일단 이성적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지영이에게 구원의 확신을 점검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영이가 이런 엄청난, 자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구원의 확신이 약하거나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적어서라고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오 선교사는 딸에게 차를 마시고 있으라고 해 놓고 자신의 방으로 건너가서 사영리(四靈理)를 찾아서 딸에게로 갔다. 지영이는 그동안 좀 안정이 되었는지 흐르던 눈물이 멈추고 눈물 자국만 남아 있었다. 오 선교사는 딸 지영의 상태를 살피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딸에게 말을 걸었다.
“지영아, 이번 일은 네가 아빠 엄마에게 잘못한 것도 있지만, 네가 사랑하는 예수님께 더 잘못한 일이야. 엄마는 네가 그 사실을 한 번 확인했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엄마하고 사영리를 다시 한 번 읽어 보자.” 오 선교사는 지영이 앞에서 사영리를 펼쳤다.
오 선교사는 그동안 지영이가 예수님을 잘 믿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서 지영이의 믿음을 점검해 볼 필요를 느꼈던 것이다. 제1 원리인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시며 당신을 위한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다.”를 지영이와 함께 읽었다.
그러고 나서 오 선교사는 예수님께서 지영이에게 뭐라고 하셨는지 요한복음 10장 10절도 한 번 읽어 보자고 했다. 지영이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성경을 읽었다.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 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
오 선교사가 이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영아, 자 보렴. 예수님은 지영이에게 생명을 주셨을 뿐 아니라 더 풍성한 삶을 누리게 하려고 오셨는데, 지영이가 죽으면 그런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없지 않겠니? 자, 그러면 이제 제2 원리를 읽어 보자구나.”
오 선교사는 “모든 사람은 죄에 빠져 있다.”라고 하는 사영리의 제2 원리(로마서 3장 23절)를 지영이에게 읽어 주었다. 아울러 오 선교사는 지영이가 죽으려고 생각하는 것이 죄의 증거이며, 지영이의 그 생각을 예수님께서 얼마나 슬퍼하시는지 모른다고 설명해 주었다.
결국 지영이는 그날 예수님을 자신의 구세주로 영접하는 기도를 드리면서 인격적으로 온전히 예수님을 영접하였다. 오 선교사는 지영이의 작고 차가운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자기 손의 온기로 딸의 손을 녹여 주며 지영이를 예수님께 맡겨 드리는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지영이의 방을 나온 오 선교사는 거실의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다리에 힘이 쭈욱 빠지는 것 같았다. 방금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오 선교사는 눈을 감고 조용히 지금까지의 일들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후유 하고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영이가 하려고 했던 일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었는가. 만약에 딸아이가 눈을 딱 감고 4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기라도 했으면 어찌할 뻔 했는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끔찍하고 소름이 쫙 끼쳤다.
조금 후에 지영이의 방을 들여다보니 피곤한지 딸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오 선교사는 방으로 들어가서 지영이를 다시 꼭 끌어안고 기도를 하고는 볼에 입을 맞추었다. “지영아, 엄마는 지영이를 무척 사랑해, 잘 자라 아가야!”
지영이가 조그만 소리로 “엄마…, 미안해…, 잘못했어….”라고 말하는데 보니까 딸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 선교사는 말없이 지영이의 눈물을 손바닥으로 살짝 눌러 닦아 주고는 가슴을 토닥여 주고 방에서 나왔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오 선교사는 남편 이준민 선교사와 거실의 한 켠에 놓여 있는 식탁에 마주 앉았다. 아내의 피곤한 모습을 배려한 이 선교사가 주방으로 가더니 머그잔에 잎녹차를 몇 잎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가져 왔다.
오 선교사는 큰 싸움이라도 하고 난 사람처럼 지쳤다. 이 선교사가 말없이 녹차를 아내 앞에 내려놓았다. 오 선교사는 천천히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낼지 모르지만 녹차향보다 더 짙은 집안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다.
사진 출처 | pinterest.com 나은혜 |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