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4.3  통권 212호     필자 : 김영철
[중국 영화]
《아허, 나의 아들 [阳光普照, A Sun] (2019)》-가족이라는 빛과 그림자

 

종멍훙(钟孟宏)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2019년 11월 1일 대만에서 상영되었다. 같은 해 제56회 대만 진마장(金马奖)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편집상 등 대상까지 휩쓸었으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선을 보였다.

감독은 학교 친구의 실화를 영화화하였다. 운전학원 강사 아원(阿文, 陈以文 분)과 친제(琴姐, 柯淑勤 분) 부부는 두 아들을 두었다. 막내아들 아허(阿和, 巫建和 분)와 그의 친구 차이터우(菜头, 刘冠廷 분)는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혀 소년원에 들어간다. 피해자 가족은 거액의 피해 보상금을 요구했지만 아원은 거절하고 모든 희망을 큰아들 아하오(阿豪, 许光汉 분)에게 둔다. 하지만 아하오의 갑작스런 극단의 선택은 가족을 큰 충격에 빠지게 한다.

구름과 그늘, 막내
작열하는 태양 같은 형, 그 아래 생긴 그림자처럼 사는 막내 아허는 자신의 진심을 가족에게도 알리기 어려웠다. 운전학원 강사인 아버지 아원과 술집 아가씨의 미용사인 어머니 친제, 의대를 지원하려고 재수학원에 다니는 장남 아하오, 날마다 사고를 치고 다니는 막내아들 아허 네 식구는 식사 자리에서조차도 아무 말이 없다.

피해자 가족이 거액의 보상금을 요구하자 아버지 아원은 협상을 거부하고 막내아들 아허가 차라리 감옥에서 고생을 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중학생 샤오위는 아허의 아이를 임신하자 이모가 아이를 지우라는 말을 듣지 않고, 이모의 집에서 나와 아허의 집을 찾아온다. 그러자 아원은 샤오위를 돌려보내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아허의 어머니 친제는 샤오위를 자기 집에서 출산을 하게 돕고 미용기술을 가르친다. 소년원은 가족이 아니면 면회가 되지 않아서 샤오위는 아이를 낳고 정식으로 아호와 결혼식을 올린다. 물론 소년원에서 서류만 만들어서 부부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게 뭐라고 지금껏 누군가의 사랑을 받고 발버둥 쳤던 아호가 누군가의 태양이 되어 살아갈 이유가 된다. 아내와 자식이 생겼으니 예전처럼 원망하며 수동적인 삶을 살 수만 없다.

아버지 아원은 막내아들이 출소하자 짐을 싸서 운전학원의 기숙사로 집을 나가 버렸다. 이제 막 출소한 아허는 일자리를 찾는데 소년원에서 나왔다고 하니 많은 곳에서 그를 거절한다. 그래도 일자리를 주는 곳이 있어서 낮에는 세차장에서, 밤에는 편의점에서 야간 일을 하며 밤낮을 쉬지 않고 일한다.

상대방에게 모욕을 당한 아허는 차우터우에게 위협만 주라고 했는데 차이터우는 상대방의 손목을 베어 버렸다. 차이터우는 아허가 출옥해서 자신을 면회오지 않자 이에 불만을 품고 과거생활을 청산하려고 애쓰는 아허에게 자신에게 진 빚을 갚으라고 협박하였다. 차이터우는 아허에게 권총을 주면서 의원사무실에 들어가서 총을 쏴 달라고 요구하고 또 마약거래 조폭들에게 비밀 가방을 전달해 달라고 협박했다.

아허는 진심을 다하여 노력하지만 형의 그늘에서 부모에게 늘 비교를 당한다. 또 출소해서는 새 삶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옛날 친구에 의해 다시 불법을 저지르는 악순환을 겪는다. 안으로는 가족과 갈등을 겪고, 밖으로는 사회 속 인간관계에서 발목을 잡히며 사는 아허는 일련의 삶의 수난을 겪는다. 관객은 가족에서부터 사회까지 의도치 않게 그늘에서 살아가는 아허의 모습을 보며 연민과 동정을 보내게 된다.


 아허는 의도치 않게 큰 상해를 입힌 상대방과 재회하여 손목이 없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체험하며 화해를 하는데 이 장면이 인상적이다. 또한 아허는 소녀원에 들어간 첫날 교도소 동기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고 밤에 잠자던 수용실의 보스에게 복수한다. 이에 수용실의 보스는 잠을 참으면서 아허가 자는 틈을 타서 복수하려고 구구단을 외우고 있자 아허는 그에게 구구단을 알려주면서 함께 외운다. 아허가 소년원에서 출옥하기 전날, 그 수용실 보스와 동료 수감원들은 화심(花心)이라는 노래를 불러주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어두운 밤에서 다시 대낮, 대낮에서 다시 어두운 밤, 인생에서 기쁨과 슬픔 얼마나 되나?"

영화는 화해를 위해서 편견이라는 장애물을 제거하라고 말한다. 편견이 적개심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작열하는 태양, 장남
아하오는 밝고 따뜻한 태양 같은 존재로 동생을 챙기고 수감되어 있는 동생의 여자 친구도 챙겨주고, 부모에게 효도하며 자신을 희생하다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극단의 선택을 한다. 장남인 아하오는 재수를 하며 정신과 몸이 다 지쳐버렸다. 영화는 아하오가 수많은 학원 수강생들이 지쳐서 책상에 엎드려 자는 모습을 홀로 넋놓고 바라보는 장면을 클로즈업하였다. 고단한 재수생 그들은 바로 자신의 모습이었다. 아하오는 학원에서 선생님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하다가 강의실에서 쫓겨난다. 그는 또한 아버지가 힘들게 번 돈을 학원비로 건네받는 것도 맘에 큰 짐이었다. 아하오는 아버지가 매해 아하오에게 준 운전학원 다이어리를 사용하지 않고 쌓아만 두었다. 아하오는 힘들게 직장생활하는 아버지에게 정신적인 부담을 느꼈다. 

아하오는 임신한 아허의 여자 친구 샤오위를 면회를 시켜주려고 먼 길을 갔지만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면회를 거절당해 아쉬워했다. 아하오는 죽음을 결심하기 전에 동생 아허를 보러 가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냥 좀 보러왔다고 말했다. 아하오는 "나 문제없어"라고 말한다. 아하오는 여자 친구에게 죽기 전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아하오는 간접적으로 주변인에게 내적인 고통을 알리려고 했지만 끝내 도움을 받지 못하였다. 가족이나 여자 친구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었다. 큰아들 아하오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동생에게 좋은 형, 학교에서 모범생, 남들에게 따뜻한 햇빛과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좋은 모든 것을 남에게 베풀고 자신에게 남겨둘 줄은 몰랐다.

부모와 태양, 화해와 용서 그리고 희생
아버지 아원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큰아들 아하오에게 기대했다. 막내 아허와 화해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불만인지도 모른다.

아원이 출근하는 운전학원에는 "시기를 포착해서 방향을 잡는다."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아원은 사람들에게 이 구호를 가지고 일장 연설하지만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고는 한다. 아원은 성공을 위한 처세술을 외치고 장남이 최고 대학 의대에 입학할 꿈을 꾼다. 아원은 막내가 평생 세차장에서 일하면 무슨 미래가 있겠냐고 말한다. 아내 친제가 남편 아원에게 평생 운전학원에서 일하면서 지금까지 무엇을 이루었냐고 되묻는다. 영화는 아원과 그의 자식은 대를 이어서 노력해도 사회적 약자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무기력한 현실을 꼬집었다.

아버지는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매섭고 냉혹하게 막내를 대했다. 실은 자식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버지 아원은 막내 아허가 출옥해서 새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막내의 친구 차이터우을 찾아가 아허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차이터우에게 모욕만 당하며 거절당한다. 아원은 차이터우가 막내 아허를 과거라는 진흙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을 참지 못하고 어두운 밤에 장대비가 내릴 때 차이터우를 제거한다. 아원은 예전 장남에게 한 것처럼 막내에게도 아버지로서 아들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다.

아원은 막내아들 아허가 출소하자 집을 나와 직장 기숙사에서 지낸다. 어느 날 꿈에서 본 장남 아하오를 만났던 골목에 가서 아하오를 기다리다 만나지 못하고 우연히 편의점에 담배를 사러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야간근무를 하는 막내를 만난다. 부자는 서로 말을 제대로 주고받지 못했지만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그 뒤 아버지 아원은 이 일로 인하여 집으로 들어오게 된다. 아원은 잃어버린 자식 아하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자 아허를 새 아들로 받아들인다.

 

형 아하오가 세상을 뜨고 나서 아허와 가족은 변하기 시작했다. 가족은 막내 아허가 수감되고 의지했던 장남이 자살하는 극한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가족다움을 회복하기 시작한다. 또한 잃어버린 생명은 다른 새 생명을 잉태하였다. 가족은 갑작스러운 아하오의 비보 뒤에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게 된다. 아하오가 죽고 나서 가족은 아허의 자식을 맞이한다. 영화는 생명과 삶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고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태양, 가족
장남 아하오는 세상에서 제일 공평한 것은 태양이라고 말한다. 위도의 높낮이나 장소가 어디든 상관없이 대낮과 어두운 밤을 공유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불공평함이 존재하지만 태양만이 매 사람을 공평하게 대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것도 태양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태양 빛이 너무 강렬하여 사람들은 견딜 수가 없을 때 우산을 쓰거나 그늘로 피하며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따가운 열기를 피하는데 사람이나 동물도 그러하다. 하지만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는다. 어느 날 세상에 더 이상 숨을 그늘이 없어지고, 태양을 가릴 방법이 없어진다면 우리 사람들 그리고 동물들이 일방적으로 태양빛을 받는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아하오는 이런 의문을 학원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 친구와 나눈다. 이는 감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두 아들은 태양과 구름 같은 존재였다. 두 아들과 부모의 존재도 이와 비슷하다. 또한 부부사이도 이렇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의 영문 제목은 《A Sun》으로 의 발음과 비슷하다. 한 명의 아들은 하나의 태양과 같은 존재이다. 태양은 따뜻한 온기를 내뿜는 동시에 참을 수 없는 열기도 지녔다. 하지만 태양은 하나이다. 두 아들 아하오와 아허는 밝음과 어두움의 상징이지만 둘 다 부모에게 소중한 자식이다. 사람들이 아원에게 자식이 몇 명이냐고 물으면 아원은 하나의 아들만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다. 아원은 이전에는 한 명이었는데 지금도 하나만 남았다고 답한다.

 

 

절대적인 의존의 대상이던 따뜻한 태양 같은 장남의 갑작스런 죽음은 가족에게 고통의 기억이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고통스런 태양 같았던 막내가 새 삶을 착실하게 꾸려 나갔다. 자전거에 어머니를 태우고 산책하는 막내아들 아허는 이제 가족에게 따사롭고 자유로운 햇살이 되었다.

 

 



사진 | 네이버 블로그 초심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