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관용어를 중국어로 통역하고 번역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관용어(惯用语)란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 의미를 알 수 없고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를 말한다. 다시 말해 관용어는 둘 이상의 낱말이 결합하여 제3의 새로운 뜻을 나타내는 것이다. 때로는 문법에 맞지 않지만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사용되어 온 것으로 결합 형식이 고정되어 있다. 이번 호에는 지난 호에 이어 한국어 관용어와 중국어 관용어가 비록 형태는 다르지만 그 의미가 일치하는 것들에 대해서 네 번째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주판을 튕기다.’ 이 관용어는 사람이 어떤 일에 관해 이해득실을 따진다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주판을 놓다’라는 말이 있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打算盘’ (dǎ suàn‧pan)이다. ‘算盘’은 ‘주판, 주산’이라는 말로 이 말을 번역하면 ‘주판을 놓다’이다. 이 관용어는 손익을 계산하면서 이해득실을 따진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2. ‘눈뜨고 못 봐주다.’ 이 관용어는 참혹함이나 꼴불견의 정도가 매우 심해 차마 볼 수가 없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관용어로는 ‘눈뜨고 볼 수 없다’가 있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성어는 ‘惨不忍睹’ (cǎnbùrěndǔ)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참혹하여 차마 볼 수가 없다’이다. 이와 비슷한 중국어 관용적 표현은 ‘不忍直视’ (bùrěn zhíshì)이다. ‘直视’는 ‘직시하다’, ‘곧바로 앞을 주시하다’라는 뜻으로 이 말을 직역하면 ‘차마 곧바로 보지 못하겠다’이다. 너무 참혹하거나 꼴불견이라 차마 눈뜨고 못 봐주겠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3. ‘꼬리가 드러나다.’ 이 관용어는 어떤 사람의 본래의 정체가 알려지거나 밝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露出狐狸尾巴’ (lùchū húlíwěibā)이다. ‘狐狸’는 ‘여우’를 말하고, ‘尾巴’는 ‘꼬리’라는 뜻으로 이 말을 번역하면 ‘여우 꼬리가 드러나다’이다. 비록 한국어 관용어에는 없는 ‘여우’라는 단어가 추가되기는 했지만 본색이 드러나거나 정체가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4. ‘눈감아 주다.’ 이 관용어는 어떤 사람의 허물이나 실수를 보고도 못본 체 한다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睁一只眼, 闭一只眼’ (zhēng yīzhī yăn, bì yīzhī yăn)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한쪽 눈은 뜨고, 한쪽 눈을 감다’이다.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고도 모른척하고 슬쩍 넘어간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5.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 관용어는 이미 말한 내용이 틀림없으므로 더 말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의 관용적 표현은 ‘多说无益’ (duōshuō wúyì)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많은 말을 하는 것은 무익하다’이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중국어 성어는 ‘不在话下’ (búzài-huàxià)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더 말할 것도 없다’이다.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말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또 이와 비슷한 중국어 성어는 ‘多此一举’ (duōcǐyìjǔ)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필요 이상의 짓을 하다. 부질없는 짓을 하다’이다. 이 말은 너무나 확실하므로 더 이상 다른 짓을 하거나 부연해서 말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6. ‘입에 풀칠하다.’ 이 관용어는 살림이 매우 가난하여 겨우 살아간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관용어는 ‘목구멍에 풀칠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의 관용적 표현은 ‘糊口’ (húkǒu) 또는 ‘糊口之策’ (húkǒuzhīcè)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각각 ‘죽을 먹다(입에 풀칠하다)’, ‘호구지책이다. 죽을 먹으면서 겨우 먹고 살아가는 방책을 마련하다’이다. 그 의미는 생활이 몹시 곤란하여 생명을 겨우 연명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7. ‘손을 쓸 수 없다.’ 이 관용어는 자신의 힘으로나 타인의 도움으로 어떤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관용어로는 ‘손을 댈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적 표현은 ‘插不下手’ (chā bú xiàshǒu)이다. 이 말을 직역하면 ‘손을 끼어 넣지 못하다’이다.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해도 손을 댈 수가 없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8. ‘뒷다리를 잡다.’ 이 관용어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견제하거나 다른 사람의 발전과 진보하려는 것을 방해하는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관용어로는 ‘뒷다리를 걸다’라는 말이 있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 관용어는 ‘扯后腿’ (chě hòutuǐ) 또는 ‘拉后腿’ (lā hòutuǐ)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각각 ‘뒷다리를 끌어당기다’, ‘뒷다리를 잡아당기다’이다. 이 말은 다른 사람을 견제하는 행동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9. ‘보는 눈이 있다.’ 이 관용어는 사람이나 일 따위를 평가하는 능력이 있어 총명하고 재치가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의 관용적 표현은 ‘有眼光’ (yǒuyǎnguāng) 또는 ‘有心眼儿’ (yǒu xīnyǎnr)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각각 ‘안목이 있다’, ‘식견이 있다’이다. 이 말은 어떤 것을 평가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10. ‘귀에 못이 박히다.’ 이 관용어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너무 여러 번 들어서 듣기가 싫거나 듣기에 괴롭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비슷한 뜻을 가진 관용어로는 ‘귀가 따갑다’라는 말이 있다. 이 관용어와 대응하는 중국어의 관용어는 ‘耳朵磨出茧子’ (ěrduo móchū jiǎnzi) 혹은 ‘耳朵里听出茧子’ (ěrduo lǐ tīngchū jiǎnzi)이다. 이 말을 번역하면 둘 다 ‘귀에 굳은살(못)이 생기다’이다. 이 말의 뜻은 다른 사람이 하는 같은 말을 너무나 여러 번 들어서 괴롭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의미가 한국어 관용어와 일치한다.
사진 | 바이두(newscartoon.com.cn) 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