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중국1.JPG)
중국은 2019년 10월 1일 건국 70주년을 맞이해서 253억 위안(한화 약 4조 2천억 원)을 들여 사상 최대 규모의 군 열병식과 군중 대행진 등 위압적인 기념행사를 가졌다. 열병식에는 각 군 장병 15,000여 명을 동원하고 최신 군용기 160여 대와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군사장비 580대를 공개하는 증 강력한 국방력을 과시했다. 홍콩 사태가 찬물을 끼얹기는 했으나 다른 나라보다 특히 미국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경제력과 국방력이 좌우한다. 이 책의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의문점으로 글을 풀어나간다. “한국과 중국, 일본, 동북아 3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나아가 전태평양 연안 지역의 세력판도를 결정하는 역사(시간의 씨줄)와 지리(공간의 날줄)의 십자가를 이루는 교차부위는 과연 무엇인가?”
저자는 현재 일본의 류큐(琉球, RyuKyu, 일본명 오키나와)를 주목한다. 그 이유는 임진왜란 전후부터 도쿠가와 막부, 메이지 유신, 류큐 병탄과 제국주의 출범, 태평양전쟁, 오키나와 반환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팽창과 수축, 대전환이 이루어진 시공의 바다는 모두 류큐해역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이 ‘가오리연’이라면 류큐는 ‘가오리연의 꼬리’이다. 일본은 류큐를 확보한 그만큼 오르막 팽창으로 치닫고, 류큐에 손상을 입은 그만큼 내리막 축소에 접어들었다.
“일본의 행각보다는 중국의 팽대에 주안점을 두어 류큐에 관한 글을 새롭게 쓰고자 했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이다.” 요즘의 중국은 예전의 중국이 아니다. 마치 300여 년 전의 천상천하 유아독존 시절의 대청제국 같은 위세를 갖고 있다. 최근 중국 각계에서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본도를 포함한 류큐군도 140여 개의 섬 모두가 중국의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시한다.
센카쿠-류큐해역뿐 아니라 제주-이어도해역까지도 중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03년에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했다. 이때부터 중국은 본격적으로 분쟁지역화를 시도한다. 수차례 중국해양경비정단이 이어도에 나타나 적반하장격인 행위를 한 것이다. 저자는 중국이 언제든지 이어도를 점령하겠다고 덤벼들지 모른다고 그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권고한다. 이에 깊이 공감한다. 그간 중국의 행태를 보면 일본 못지않게 탐욕스럽고 침략적인 근성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해양에 눈을 돌린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인류에게 있어 15세기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의 때이기도 했다. 인류는 뭍으로부터 바다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 중요한 시기에 명(明) 태조 주원장(朱元璋)은 항해 금지령과 해안 봉쇄령을 반포했다. 중국의 넓은 땅만 있어도 살기에 넉넉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명의 ‘금해(禁海)’정책은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사회의 분업과 상품경제의 발전과 자본주의 싹의 성장을 가로막은 중국사에 있어서 가장 어리석은 자충수로 기록된다. 한국과 일본에는 다소나마 득이 된 점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들어서고 난 뒤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중국의 너른 땅인 서남방 확장에, 덩샤오핑(鄧小平)은 동남방 진출에, 장쩌민(江澤民)은 서북방 개발에 주력했고, 후진타오(胡錦濤)는 동북방 진출에 몰두해왔다. 그런데 오늘날의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주도하는 명실상부한 G2가 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함께 태평양을 반분해야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중국은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류큐 체인을 돌파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행착오로 스스로 버리다시피 했던 류큐를, 이미 130여 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일본의 오키나와 현으로 굳어진 류큐군도의 140개 섬과 해역을 이제 와서 몽땅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1998년 6월 남사군도, 서사군도, 센카쿠해역을 포함하는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 법’을 발표했다. 당연히 일본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받게 된다. 2010년 9월 7일에는 센카쿠 해역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산순시선이 추돌하면서 중일간 심각한 외교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자연적으로 중화사상을 생각하게 된다. 중화사상은 천하통일, 실용주의와 함께 반만년 중국의 시공을 일관하는 가장 뚜렷한 흐름이자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중화사상은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중화사상은 중국이 원형(圓形)의 세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는 지독한 자존심이다. 그러나 그 자존심이 교만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실크로 포장한 중화제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그 본심을 드러내더니 한국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류큐공정까지 욕심을 내고 있는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우방국도 적성국가도 없다. 언제 어느 때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최근 터키의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군, 러시아의 관계가 그 예가 된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세계 중심국가로, 안전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북쪽의 방위에만 목숨 걸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쪽에도 서쪽에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그동안 등한시했던 남쪽의 국방에도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넓은 땅덩어리를 갖고 있으면서 이제는 한국 주변 바다까지도 접수하겠다는 중국의 야욕을 막아야 할 것이다.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