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3  통권 203호     필자 : 석은혜
[한국어 속담/격언 중국어로 번역하기]
서로 다른 제유(提喩)를 사용하는 속담


한국어 속담을 중국어로 통역하거나 번역할 때, 양국 속담이 서로 다른 제유(提喩)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제유는 사물의 한 부분으로 그 사물의 전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런 수사법은 속담, 격언 등에 자주 사용된다. 한•중 문화의 차이로 어떤 속담은 의미는 동일하지만 각각 서로 다른 제유를 사용한다. 본고에서는 그런 속담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 보고자 한다.

1. ‘부자는 망해도 삼 년 먹을 것이 있다.’ 이 속담은 본래 부자이던 사람이 망했다 하더라도 얼마 동안은 그럭저럭 살아 나갈 수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에 대응하는 중국어 속담은 ‘瘦死的骆驼比马大’ (shòusǐ‧de luò‧tuo bǐ mǎ dà)이며, 이것을 번역하면 ‘말라 죽은 낙타라도 말보다는 크다’이다. 다시 말해 원래 낙타는 말보다 커서 설사 말라서 죽는다 하더라도 그 크기는 여전히 말보다 크다는 말이다. 이 속담의 의미는 부자가 설사 망하더라도 원래 가난한 사람보다는 돈이 많다는 뜻으로, 한국어 속담은 ‘부자’를, 중국어 속담은 ‘낙타’와 ‘말’을 제유로 사용하였다. 

2.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 이 속담은 자기가 자신에 관한 일을 좋게 해결하기는 어려운 일이어서 남의 손을 빌려야만 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에 대응하는 중국어 속담은 ‘自己的刀削不了自己的把儿’ (zìjǐ de dāo xiāobùliǎo zìjǐ de bàer)이며, 이것을 번역하면 ‘자신의 칼로 자신의 칼 손잡이를 깎지 못한다’이다. 혹은 ‘刀锋再快也削不到刀柄’ (dāofēng zài kuài yě xiāobudào dāobǐng)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번역하면 ‘칼날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제 손잡이를 못 깎는다’이다. 이 두 속담의 의미는 자신의 일을 자기가 해결하기 어려워 남의 손을 빌려야만 한다는 뜻으로, 한국어 속담은 ‘중’을, 중국어 속담은 ‘칼’을 제유로 사용하였다.
 

3.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이 속담은 아무리 눌려 지내는 미천한 사람이나 순하고 좋은 사람이라도 너무 업신여기면 가만 있지 아니한다는 말이다. 이 속담에 대응하는 중국어 속담은 ‘兔子急了也会咬人’ (tùzi jí le yĕ huì yăo rén)이며, 이것을 번역하면 ‘토끼도 급하면 사람을 문다’이다. 다시 말해 온순한 동물을 상징하는 토끼도 내몰리게 되면 사람을 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속담의 의미는 아무리 성미가 온순한 사람이라도 화가 나면 무섭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한국어 속담은 ‘지렁이’를, 중국어 속담은 ‘토끼’를 제유로 사용하였다.
 

4. ‘까마귀 고기를 먹었느냐.’ 이 속담은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사람을 놀리거나 나무라는 말이다. 원래 까마귀의 색깔이 까맣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무엇을 까맣게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핀잔할 때 사용하다. 이 속담에 대응하는 중국어 속담은 ‘属耗子的,放下爪子就忘了’ (shǔ hàozǐ de,fàngxià zhuǎzi jiù wangle)이며, 이것을 번역하면 ‘쥐가 발을 들여 놓고서는 곧 잊어버린다’이다. 이 속담은 교훈이나 권면을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나무라는 말로, 한국어 속담에서는 잊어버리기를 잘하는 사람을 ‘까마귀’로 제유하고, 중국어 속담은 ‘쥐’를 제유로 사용하였다.
 

5. ‘누워서 침 뱉기.’ 혹은 ‘하늘 보고 침 뱉기.’ 이 속담은 남을 해치려고 하다가 도리어 자기가 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에 대응하는 중국어 속담은 ‘搬起石头砸自己的脚’ (bān qǐ shí‧tou zá zìjǐ‧de jiǎo)이며, 이것을 번역하면 ‘돌을 들어서 제 발등을 찧다’이다. 이 속담의 의미는 다른 사람을 해치려다가 오히려 자기를 해한다는 뜻으로, 한국어 속담은 ‘침’을, 중국어 속담은 ‘돌’을 제유로 사용하였다.
 

6.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보아도 놀란다.’ 이 속담은 어떤 일에 몹시 놀란 사람은 그와 비슷한 것만 보아도 놀란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에 대응하는 중국어 속담은 ‘一遭被蛇咬, 十年怕井绳’ (yīzāo bèi shé yăo, shínián pà jĭngshéng)이다. 이것을 번역하면 ‘한 번 뱀에게 물리고는, 십 년 동안 두레박줄을 무서워한다’이다. 즉 어떤 일에 한 번 혼이 나면 그와 비슷한 것만 보아도 겁을 낸다는 말로, 한국어 속담은 ‘자라’를, 중국어 속담은 ‘뱀’을 제유로 사용하였다.
 

7. ‘아내가 사랑스러우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 이 속담은 아내가 좋으면 아내 주위의 보잘것없는 것까지 좋게 보인다는 말이다. 이 속담에 대응하는 중국어 속담은 ‘爱屋及乌’ (àiwūjíwū)이다. 이것을 번역하면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의 집 지붕에 앉은 까마귀까지도 관심을 갖게 된다’이다. 즉 아내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는 뜻으로, 한국어 속담은 ‘말뚝’을, 중국어 속담은 ‘까마귀’를 제유로 사용하였다.
 

8. ‘개천에서 용 났다.’ 신분이 미천하고 환경이나 여건이 좋지 않은 집안에서 훌륭한 인물이 나오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에 대응하는 중국어 속담은 ‘山沟里飞出了金凤凰’ (shāngōu lǐ fēichūle jīn fènghuáng)이며, 이것을 번역하면 ‘산골에서 금봉황이 날다’이다. 이 속담의 의미는 변변하지 못한 집안에서 뛰어난 인물이 나왔다는 뜻으로, 한국어 속담은 ‘용’을, 중국어 속담은 ‘금봉황’을 제유로 사용하였다. 
 

9. ‘업은 아이 삼 년 찾는다.’ 이 속담은 무엇을 몸에 지니거나 가까이 두고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엉뚱한 곳에 가서 오래도록 찾아 헤매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에 대응하는 중국어 속담은 ‘骑驴找驴’ (qí lǘ zhǎo lǘ)이며, 이것을 번역하면 ‘나귀를 타고 있으면서 나귀를 찾는다’이다. 한국어 속담은 ‘아이’를, 중국어 속담은 ‘나귀’를 제유로 사용하였다.
 

10. ‘냉수 먹고 이 쑤시기.’ 이 속담은 잘 먹은 체하며 이를 쑤신다는 뜻으로, 실속은 없으면서 무엇이 있는 체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 속담과 대응하는 중국어 속담은 ‘打肿脸充胖子’ (dǎ zhǒng liǎn chōng pàng·zi)이며, 이것을 번역하면 ‘일부러 자신의 얼굴을 때려서 붓게 하여 짐짓 살찐 사람인 체한다’이다. 이 속담의 의미는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허세를 부린다는 뜻으로, 한국어 속담은 ‘냉수’를, 중국어 속담은 ‘얼굴을 때려서 붓게 하는 것’을 제유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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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은혜 | 본지 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