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3.4  통권 199호     필자 : 박애양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北漂 (베이징 거주 타지인)


이곳 산동 (山东)에 온 지 벌써 6년째이다. 그동안 수많은 학생이 졸업을 했다. 이들 가운데는 고향으로 돌아간 이들도 있고 다른 도시나 해외로 유학 간 이들도 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서 학업을 계속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 졸업 뒤에 바로 취업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4학년 학생들은 졸업논문 마무리와 취업시험 준비로 각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지역은 베이징 (北京)이다. 실제로 졸업생 중 많은 수가 베이징에서 대학원을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이는 일반 신세대 엘리트들이 밟는 기본적인 경로라 하겠다.

중국 각지에서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산동까지 올라와 고등교육을 마쳤다면 다음 목표로 수도 베이징을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이들은 현재 정부기관에서 근무하거나 일반 기업, 혹은 유명 학원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 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베이징 호구가 없다. 호구(户口)는 호적(户籍)과도 같은데 비록 베이징에서 대학원을 다니거나 직장을 다니더라도 베이징 호구가 없으면 삶의 질이 달라질 정도로 중국에서 호구는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한다.

통계에 따르면 2017년도 베이징 상주인구 2천170만7천 명 중 36.6%에 해당하는 794만3천 명이 아직 베이징 호구가 없다고 한다.1)  이런 이들을 특별히 ‘北漂(běipiāo)’라고 부른다. 여기서 ‘漂’는 고정 혹은 정착하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는 의미가 있다. ‘신베이징인(新北京人)’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베이징 호구가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주택이나 교육비, 의료수혜와 취업 등 80여 개 항목에서 불이익을 받는다.2)  상당한 차별을 받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부평초(漂) 같은 삶이라 할지라도 성공을 위한 중국 젊은 세대의 도전은 현재도 계속 진행 중이다.

우리가 ‘인서울’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서울이 가진 브랜드 가치와 인프라에 대한 기대치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젊은이들에게도 성공을 위한 드림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 4대 도시이다. 이들을 줄여서 北上广深 (北京•上海•广州•深圳)이라고 하는데 이들 도시는 예로부터 정치, 경제는 물론 교육과 교통 등 생활환경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매력적인 요소가 충분한 곳으로 상주인구뿐만 아니라 유동인구로도 무척 번화한 도시들이다. 인구가 많은 곳에 기회도 많은 법.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 젊은 지식인들의 행보는 중국 대도시의 발전은 물론 중국 사회의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이동하여 타향살이하는 이들을 각각 北漂, 上漂(沪漂), 广漂, 深漂 등으로 부른다.3)  이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직장을 다니거나 혹은 취업의 기회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젊은 세대이다.4)


신중국 건설 초기 하방(下放)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면 이제는 北上广深이 대세이다. 1957년 대대적으로 일어난 하방운동은 다소 정치적인 목적으로 젊은 지식인들을 지방 공장이나 농촌에 내려보내는 피동적 이동이었다고 한다면 北上广深은 자기 발전을 위한 젊은 지식인들의 자발적인 이동이라고 하겠다. 또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농촌 여유 인력인 농민공 (农民工) 도시건설에 대거 유입되어 중국 도시 인프라 건설에 큰 활약을 했다고 한다면 이제 중국의 소프트 산업 발전 분야에 北漂와 같은 젊은 타지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의 발전의 화려함은 어두운 면을 동반하는 법, 北漂들이 외지에서 자신들의 꿈을 캐고 있을 때 자녀를 외지로 보내고 고향에서 혼자 지내는 독거노인 (空巢老人) 문제와 부모가 외지로 떠나 자녀만 농촌에 남겨진 상태를 이르는 류서우얼통 (留守儿童) 문제 등 지방과 농촌에 남겨진 어린 자녀와 노부모의 소외현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였다. 또 반대의 경우도 사회 문제가 되었는데 비록 자녀를 도시로 데려올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해도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아이들을 돌보게 하는데 손주를 돌보기 위해 도시로 이동한 노인들은 또 다른 여러 가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첫째로 이들은 노년을 낯설고 물선 타향에서 보내야 한다. 둘째, 그로 인해 외로움을 많이 느끼며 자존감을 상실하게 된다. 무엇보다 호구지가 아니면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할 때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5) 아이를 위해 부모의 희생을 요구하게 되는 모순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현재 중국 대도시에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노인들을 특별히 ‘老漂族’라고 부른다. 이들이 중국 노인 이동 인구 7.2% 가운데 43%에 달한다고 하니 생활 근거지를 옮기는 일이 자유롭지 못한 중국에서 볼 때 상당히 큰 수치이다. 

어찌 보면 중국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현재 중국 사회는 이전보다 훨씬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발전 속도와 내용도 이전과는 다르게 빠르고 다양해졌다. 중국은 우리보다 훨씬 압축적인 시대적 변화를 겪고 있는 사회이다. 반면 후발주자로서 다양한 경험들을 충분히 활용할 기회를 누리고 있는 사회이다. 차별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北漂들의 노력이 앞으로 중국 사회를 좀 더 긍정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미주      
1) 北京人口蓝皮书:北京人口发展研究报告 (2018) 출처: https://baike.baidu.com
2) 참고: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8161645001&code=970204
3) 중국에서 홍콩으로 유학 간 청년들이 자기 발을 위해 홍콩에 남아 타향살이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港漂’라고 한다. 본고에서는 이들을 편의상 모두 ‘北漂’로 부르도록 하겠다.
4) 百度 사이트 ‘北漂’ 설명 참고: https://baike.baidu.com/item/%E5%8C%97%E6%BC%82/2969?fr=aladdin
5) 참고: http://baijiahao.baidu.com/s?id=1601118814114410533&wfr=spider&for=pc

 





사진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