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 있는 군인이든지 육군 본부에 있는 군인이든지 그들 모두 군인은 군인이지
“그로 말미암아 우리가 은혜와 사도의 직분을 받아 그의 이름을 위하여 모든 이방인 중에서 믿어 순종케 하나니” (롬 1:5). 이 말씀은 처음 우리 부부가 선교사 파송을 받고 선교지로 나아갈 때 주신 말씀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이방인, 특히 미전도종족을 섬기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역지를 찾아 지방 도시로 이동할 때는 “내 아들아 그러므로 너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은혜 가운데서 강하고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 (딤후 2:1∼2)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이때 우리는 현지 지도자들을 세우는 사역에 대한 부르심을 깨닫고 열심으로 달려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자녀에게 주신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갑자기 현지를 떠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는 하나님의 특별한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우리는 선교회 본부의 행정사역에 대한 제안을 받고 지금까지 이 자리를 섬기고 있습니다.
본부 사역은 현지 사역에서처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특히 동역자들과의 긴밀한 팀워크와 섬김, 성실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사역이었습니다. 때로는 이 사역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깊어지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님은 든든한 지원군을 보내주셨습니다. 한번은 한 선배 선교사님께서 “전방에 있는 군인이든지 육군 본부에 있는 군인이든지 그들 모두 군인은 군인이지, 그리고 육군 본부가 없으면 군대가 제대로 돌아가겠나!”라는 말씀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셨습니다. 이 말씀은 본부 사역에 대한 사역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국내 사역으로 전환하면서 몇몇 교회들의 후원이 중단되기도 하였지만 모(母) 교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후원교회들이 여전히 우리를 위해 기도와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기에 계속해서 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다음세대에서 선교사 발굴
본부 사역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선교사를 선발하고 훈련하며, 멘토링하여 파송하는 사역을 감당하였습니다. 단기선교를 다녀와서 선교를 준비하는 기간 10년, 선교지에서 언어와 문화배우기, 지도자훈련을 거쳐 미전도종족 사역 12년을 경험하였습니다. 그래서 때가 되서 이런 경험을 후배들에게 나눌 수 있으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생각지도 않은 시기에 이 일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이해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선교사를 선발한다는 것이 이미 준비된 후보자를 찾아내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선교에 처음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후보자가 있는가 하면, 이미 많은 준비를 한 후보자도 있었습니다. 후보자로 하여금 부르심을 확인하고 선교지에 나가기까지 많은 영역에서 동행하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선교사 선발 담당은 각 사람에 맞게 진로를 안내해 주고 멘토링하며 코칭해 주는 긴 과정이었습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인처럼 후보 선교사 한 가정 한 가정을 국제 본부의 오리엔테이션에 보내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보이지 않는 생명을 잉태하여 낳기까지의 인내와 감격의 과정이었습니다. 행정 사역, 크로노스(Chronos)적인 사역의 연속
본부 행정 사역은 현장 사역과는 다른 성격의 사역이었습니다. 현장 사역이 시작과 끝이 구분되는 덩어리 시간을 사용하는 사역이라면, 사무실 사역은 출퇴근을 앞뒤에 두고 일정한 시간을 근무하며 반복하는 조각 모음의 사역이었습니다. 현장 사역은 집중해서 사역을 한 뒤에 사역이 끝나면 개인 시간이나 다른 사역의 준비를 위한 시간의 유연성이 있습니다. 본부 사무실에서의 행정 사역은 늘 상주해야 하고, 상호 유기적인 업무로 채워지는 크로노스적인 하루하루의 일상입니다. 자기 주도적인 시간 사용보다는 사무실 전체의 팀워크를 고려하는 시간사용이 우선됩니다.
S대 유학생 사역(DRM, Diaspora Returnee Ministry)
행정 사역을 통해 선교사 동원 사역과 더불어 S대 외국인유학생 사역을 병행하며 사역의 열매를 맛보았습니다. S대 외국인유학생 사역은 한국어 수업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유학생들의 대부분은 석/박사생들입니다. 대학원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평소에 한국어를 접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유학생들은 한국어 배움에 대한 열망이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어교실에서는 한국어 수업 자체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거리의 간판 하나라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아주 열심입니다. 1시간 반을 수업하는데 시간을 늘려 달라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나 교사의 사정으로 수업을 못하는 경우가 있으면 어떻게든 보충 수업을 하고는 합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선생님들도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몇몇 선생님들 반의 유학생들은 선생님을 따라서 교회를 다니기도 하고, 다른 교회가 연결되어 다니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여러 해 동안 묵묵히 함께 섬겨주신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이 일이 가능한 것을 보면서 정말 보람되고 행복합니다.
무늬만 한국 사람, 우리 가족 이야기
지난 5년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저희 부부가 한국에 다시 정착하기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 집을 구하고, 살림살이를 다시 장만하는 등 거의 모든 것들을 준비하는 하나하나가 처음 선교지에 나가서 시작하였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보다 세 아이들이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은 다시 외국에 나가서 사는 것과 같았습니다. 무늬만 한국 사람이지 한국 문화, 역사, 사회를 거의 알지 못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그런 아이들이 한국에서 학교생활을 하며 진짜 한국 아이들이 되는 것 역시 싶지 않았습니다. 입시위주의 고등학교 생활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고등학교를 중단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통과하고 대학 입학을 준비하였습니다. 선교지에서 홈스쿨링을 했던 저희 아이들에게는 특례입학이나 수시지원의 이점을 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최선을 다했고 그때그때마다 돕는 손길을 통해 큰 아이와 둘째 아이가 대학에 진학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막내도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지원하였습니다. 여전히 자기와의 싸움, 정체성 찾기의 여정 가운데 있는 아이들이지만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어느 정도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며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나 자신을 비롯하여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지만 여전히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신 우리 주님이 우리 아이들의 궁극적인 답이 되어 주시기를 소망하며 기도합니다.
3월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가 개강을 하였습니다. 꿈을 찾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대학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 것입니다. 외국인유학생들을 잘 섬길 수 있기를 기대하며, 무엇보다도 다음세대 선교자원 개발을 위한 발걸음에 성령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그리고 사역자들을 위해 기도의 응원을 독자님들께 부탁드립니다.
주나라 & 임하리 | 한국 OMF 선교사. 선교사선발 및 디아스포라 사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