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4  통권 198호     필자 : 김성민
[변화하는 중국]
중국 자선법(慈善法)의 주요 내용, 특징 그리고 제정 목적 (3)

지난호에서는 중국의 ‘자선법’의 핵심적 특징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았고,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자선법 제정의 목적과 의도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빈곤감소를 비롯한 민생개선에 있어 국가/정부 의 사회적 분담
자선법이 통과된 2016년은 13.5 규획이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13.5 규획이 종료되는 2020년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해로서 샤오캉 사회 건설의 기본적 완료를 그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샤오캉 사회 건설을 위해 13.5 규획은 빈곤감소를 중심으로 하는 민생개선을 핵심 중의 핵심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까지 중국의 빈곤인구 약 7천만 명 중 5천만 명을 빈곤에서 기본적으로 탈출시킨다는 거시적인 구상을 가지고 있다. (5년 동안 5천만 명의 기본적 빈곤탈출. 이는 매년 1000만 명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를 위해 2015년 10월, 국무원 빈곤퇴치영도소조의 부조장 6명을 교체하였고 영도소조의 구성을 37개 부서로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며, 빈곤감소를 위시로 하는 민생개선 관련 중앙과 지방 정부의 프로그램과 정책조치, 그리고 관련 재정과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빈곤’은 단지 소득의 부족만을 의미하지 않고 교육, 보건/의료, 사회보장 등을 모두 포괄하는 광범한 개념이다. 즉 경제적 가난함을 넘어 사회적인 개념이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사회조직들의 참여와 협력이 요구되는 영역이면서, 국가/정부만 단독적으로 할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포괄적이고 광대한 빈곤의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국가/정부의 행정적, 재정적 부담과 비용이 매우 크기에, 많은 국가들은 시민사회에 일정한 비용과 노력을 분담하도록 하여 통치비용을 감소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그와 같은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정부의 사회조직으로부터의 서비스 구매’라고 할 수 있다. 중국도 1990년대 중반 장쩌민 시기부터 이를 조금씩 추진해온 역사가 있는데, 시진핑 지도부 등장 이후의 상황을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국무원이 2013년 9월 전국에 하달한 ‘정부의 사회역량으로부터의 서비스 구매에 관한 국무원 판공청의 지도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도의견’은 다음의 세 가지 목표임무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첫째, 2020년까지 전국의 정부 서비스 구매 관련 제도를 전국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완비할 것. 둘째, 2020년까지 전국적으로 효율적인 공공서비스 자원의 배치와 공급 시스템을 형성할 것. 셋째, 2020년까지 전국적 차원의 공공서비스의 수준과 질을 향상시킬 것.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샤오캉 사회 건설이 기본적으로 완료되는 2020년이라는 연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3년 국무원에 의한 지도의견의 제정과 하달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사회조직으로부터의 정부 서비스 구매가 지방의 개별적이고 분산된 정책실험과 시도, 중앙의 인가와 격려/고취 수준을 벗어나, 중국 전역을 아우르는 국가급의 통일적인 정책으로 승급되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 서비스 구매 관련 시스템과 제도의 전국적 완비와 공공서비스 공급 시스템의 전국적 형성에 관한 계획과 지시로 미루어볼 때, 본격적인 중앙 주도의 제도화와 규범화 단계로 진입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앙의 정책결정을 따르는 맥락에서 재정부 또한 관련 후속조치로서, 2013년 12월과 2014년 1월, ‘정부의 서비스 구매 업무를 보다 잘 시행하는 것에 관련된 문제에 관한 통지’와 ‘정부의 서비스 구매에 관련된 예산관리 문제에 관한 통지’를 연속적으로 작성하여 하달하였다. 정부는 두 가지 ‘통지’를 통해 정부의 서비스 구매의 순차적이고 효과적인 추진을 위한 관련 정책의 제도화와 서비스 구매 관련 예산의 편성과 관리의 규범화에 대해 통일적이고 명확한 규정을 제시하고 방침을 정하였다.
 

또한 2013년 11월 중공중앙 18차 3중전회에서 ‘전면적 개혁의 심화에 관한 몇 가지 중대한 문제에 관한 결정’이 통과되었는데 ‘결정’은 정부의 서비스 구매 확대, 시장성 경쟁기제의 도입 확대, 협상과 공개모집과 계약과 위탁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한 사회로부터의 서비스 구매 등을 지시하고 있다. 또 다른 움직임을 보면, 2014년 1월에 최초로 정부의 서비스 구매 업무 관련 재정부 전국회의가 개최되었다. 2013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된 정부 서비스 구매에 대한 중앙 차원의 적극적 강조와 개입 방침이, 서비스 구매에 필요한 예산을 다루는 재정부 전국회의 개최라는 구체적인 조치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당시 재정부 부부장(副部长)이었던 류쿤(刘昆)은 중앙에서부터 지방에 이르기까지 각급의 재정부문은 모두 정부의 서비스 구매 지원을 재정정책의 핵심적 업무 중 하나로 격상시키고 중시해야 함을 피력하였다.
 

이렇듯 구빈(救貧), 장애인·독거노인·고아·빈곤가정 아동케어, 보건/위생, 교육 등의 공익자선영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조직들로부터의 정부 서비스 구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과 맥락에서, 그리고 시진핑과 리커창 등 중국 최고위 지도자들이 여러 곳에서 민생 문제 해소와 조화사회 건설과 공샹(共享)발전에 있어, 사회조직을 비롯한 공민사회 역량의 참여와 정부와의 협업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선법이 통과되었고, 이 자선법은 빈곤감소, 민생개선, 사회적 서비스 제공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자선조직들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지위와 활동과 권익을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국가/정부가 직접 나서서 수행하는 것에 비해 자선조직에게 사회적 서비스의 생산과 제공을 위탁하는 것이 국가/정부의 행정적, 재정상의 부담과 비용을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중국 공민사회 내 기부/후원문화의 확산과 기부활동의 활성화를 통해 수혜자(사회경제적 약자) 본인과 자선조직에게 전달된 기부금 등의 다량의 자원은 국가/정부의 재정비용을 다시 한 번 줄일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자선법의 제정에는 당정의 이러한 목적과 의도가 다분히 개재되어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사진 | 바이두
김성민 | 동서대 국제관계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