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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미국의)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노(No)’라고 말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겨냥해) 파트너들을 ‘빚의 바다’에 빠뜨리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독립성을 강압하거나 훼손하지 않는다. 우리는 ‘수축벨트’나 ‘일방통행 도로’를 제공하지 않는다.” 지난 11월 17∼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나왔던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서로 각을 세워 연설한 내용의 일부이다.
지난 9월 말, 남중국해를 순찰하는 미국 구축함 디케이터를 견제하기 위해 즉각 출동한 중국 함선이 40m까지 근접, 행여 양측 간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긴장된 순간이 이어졌다. 남중국해는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등이 맞닿아 있는 곳으로 매년 5조3000억 달러 규모의 물류가 이동하는 해상교역 중심지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시사(西沙)군도(영어명 파라셀군도)·난사(南沙)군도(스프래틀리군도) 등 도서와 암초 주변 12해리(약 22㎞)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해 주변국들은 이 해역을 중국 영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16년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도 동일한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중국은 실효적 지배를 공고화하기 위해 난사군도 근처 피어리크로스 암초 위를 매립해 비행활주로와 정박시설을 갖춘 인공섬 용수자오(永暑礁)를 만들었다.
미국은 중국의 제조업 굴기를 막기 위한 대표적인 조치로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华为)를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은 사이버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 장비와 스마트폰이 들어오는 것을 제한하고 영국, 호주 등 동맹국들에게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 해외언론이 최근 전했다. 미국 주도의 정보동맹체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국)’가 이에 호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 11월 29일 영국, 독일, 일본이 5G 장비 도입 입찰에서 화웨이를 제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많은 국가들이 편 가르기를 강요받고 있는 것 같다. 올해 사사건건 미·중이 격돌하자 전 세계가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무역·교통망을 연결해 중국 주도의 경제 벨트를 구축하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했던 미국은 중국이 자국의 기술과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면서 무역 적자와 자국 산업보호를 명분으로 관세 폭탄 공세를 통해 중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이 강력한 주적(主敌)으로 중국을 설정한 것이다. 이에 중국도 미국에 관세 폭탄으로 맞대응했다. 서로의 갈등은 무역뿐 아니라 외교·군사 등 광범위한 이슈까지 첨예한 대립으로 확전되고 있다. 마치 도전과 응전이 반복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최고 지도자의 만남 결과가 어떻게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뉴욕타임스의 ‘실패를 거부하는 땅’이라는 제목의 최근 분석 기사처럼 한때 고립된 변방의 나라 중국이 부동산보유자·인터넷사용자·대학졸업생·억만장자 등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자 점차 고립무원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형편이다.
이상이 중국을 둘러싼 외부환경 변화라고 한다면 당의 전면적인 영도 강조와 마오쩌동(毛泽东) 유산의 재등장이 국내 상황 변화를 정확하게 읽게 해주는 실례라고 할 수 있다. 종교의 중국화에 따른 5대 종교, 특히 기독교 진영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함께 말이다. 시 주석은 지난 2013년 9월엔 당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무기로 ‘비판’과 ‘자아비판’을, 2013년 10월에는 ‘펑차오(枫桥)경험’과 당의 군중노선을 보다 견지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시 주석은 당시 각급 당위원회와 각급 정부에 대해 펑차오경험의 중대한 의미를 충분히 인식해 우량한 기풍을 만들어나가고 시대요구에 맞게 군중공작방법을 창신(创新·창조)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펑차오경험이란 1960년대 초 저장(浙江)성 펑차오현 간부들에 의해 탄생한 것으로 “군중을 동원해 군중에 의존하며, 모순을 위로 넘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해결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슬로건이자 군중노선이다. 수많은 아사자를 낳았던 ‘대약진운동’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펑차오 주민들이 자체적인 감시와 밀고를 통해 당시의 불안을 잠재웠다는 것을 마오쩌동은 높게 평가했던 것이다. 마오쩌동은 1963년 11월 22일 펑차오경험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친필로 관련 지시를 내리면서 이 구호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도록 했다. 인민일보는 펑차오경험의 군중노선 지시 55년을 앞두고 지난 11월 12일자 1면 톱기사를 통해 펑차오경험을 견지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펑차오경험의 현대적 적용 사례로 저장성을 들어 고평가했다. 저장성은 7만800개의 감시지역을 조성하고 23만4000명의 인터넷감시원을 고용해서 저장성 전체 인민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교회를 향한 대대적인 압박을 접하면서 펑차오경험이 연상되니 무슨 일일까.
필자는 잠시 인터넷 홍위병 집중 육성과 활동 실태 폭로기사가 떠올랐다. 5년여 전 2013년 3월 19일 광동(广东)지역 신문인 남방도시보(南方都市报)의 보도이다. 광동성 기술교육학교인 바이윈(白云)학교에서 우수 인재들을 선발해 인터넷 활동과 여론 조작에 나서는 전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기사였다. 남방도시보에 따르면 학교 이름을 딴 ‘바이윈홍쥔(白云红军)’이라 불리는 조직은 전문교사 9명과 학생 6명으로 이뤄졌다. 학생 선발 기준은 정치성향이 분명해야 하고, 학교의 면접과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바이윈학교는 지난 2010년부터 이 같은 조직을 운영했으며 우수한 활동성과에 따라 성(省) 정부 관련 당국으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인터넷홍위병인 바이윈홍쥔은 매일 하루 1시간 30분가량 중국 전역의 인터넷 활동을 감시하고 매주 금요일에 인터넷 동향보고서를 내야 한다. 감시 대상은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모든 분야이다. 학교는 바이홍쥔에게 컴퓨터를 지급하고 매일 근로장학금 형태로 7∼8위안 가량을 지급한다. 이런 여론 조작과정에 이용된 웨이보(微博, 중국판 트위터) 수만 116개에 달했다.
현재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阳)구 면적은 470.8㎢, 거주자는 350만 명이다. 차오양구 공안 당국이 운영하는 이른바 범죄인 감시단인 ‘차오양췬중(朝阳群众)’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만 명을 넘어섰다. 1㎢ 당 300명의 감시원, 거주자 25명 당 1명이 차오양췬중으로 활동하는 셈이다. 티를 내는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가 차오양췬중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오양구 공안 당국은 지난해 이들로부터 2만 건이 넘는 정보를 제공받았다. 8300건의 범죄 정보 제보를 통해 250명을 구속했다. 차오양췬중 전용 모바일앱도 있다. 유명 블로거 쉐만즈(薛蛮子) 성매매 사건, 영화배우 청롱(成龙)의 아들 팡주밍(房祖名) 마약흡입사건 등 중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각종 추문도 차오양췬중의 제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차오양췬중 외에 유명 첩모조직으로 베이징 시청(西城)구의 ‘시청다마’(西城大妈·아줌마), 하이뎬(海淀)구의 ‘하이뎬왕유’(海淀网友, 누리꾼), 동청(东城)구의 ‘동청서우왕강’(东城守望岡·감시초소) 등을 꼽을 수 있다.
한편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당정군민학, 동서남북중,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党政军民学,東西南北中,党是领导一切的)”라는 마오쩌동 시대의 구호를 부활시키기도 했다. 중국 민영기업 가운데 당 조직을 세운 곳의 비중은 시 주석이 취임한 첫해인 2013년 말 58.4%에서 지난해 말 73.1%로 늘어났다. 시 주석은 당원이 일하는 곳이 어디든 당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11월 6일 시 주석이 상하이(上海) 푸동(浦东)에 있는 루자주이(陆家嘴) 금융성(金融城) 당 건설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각종 기업이 당 조직을 만드는 목적은 당원을 관리하고 서비스를 제공해 당원이 모범적인 역할을 하고 직원들이 법과 사규를 잘 지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당 조직 건설이 기업의 관리 강화와 건강한 발전에도 이롭다는 논리이다. 시 주석은 “새 경제조직과 새 사회조직에서 일하는 당원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맞춰 당원 교육 관리를 잘해야 한다”면서 “각 기층(基层)에 있는 당 조직을 전투의 보루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새로운 국유기업 개혁 가이드라인에서도 이사회의 경영자주권 보장을 약속하면서도 당 위원회의 영도 역할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당 지도자는 (기업의) 최종판결권, 통제권을 포함한 실권을 갖게 됐고 기업 경영인은 ‘월급쟁이’가 됐다고 혹평한 중국 내 경제학자가 있을 정도다. 즉 시 주석이 마오쩌동 시대에 존재했던 의식형태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국내외 일련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중국 지도부의 초조함, 불안감이 느껴졌다.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한 동영상을 접했다. 미식축구 코치, 해설자로 명성을 날렸고 현재 동기부여 전문가로 더 유명한 루 홀츠(Lou Holtz)가 한 대학졸업식장에서 행한 연설이다. 독자들을 위해 먼저 홀츠를 소개하겠다. 그는 70kg도 안 되는 작은 덩치로 미식축구를 하기에는 턱없은 체격이었지만 꾸준히 노력한 결과 켄트스테이트대학 재학 시절 대학풋볼팀의 라인배커(LineBacker, 수비라인맨의 뒤에 서서 공격수들을 차단하는 포지션)로 대활약했다. 1966년 대학 미식축구팀 수비코치였던 홀츠는 감독이 갑자기 바뀌면서 실직을 하게 됐다.
그때 그의 아내는 셋째 아기를 임신하고 있었고, 통장에는 10달러95센트밖에 없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던 그에게 어느 날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의 저서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룬다(The Magic of Thinking Big)’를 만나게 됐다. 그의 아내가 사주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생이 지겨워졌다면 그것은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며 다시 꿈꾸는 법을 알려주었다. “성취하고 싶은 것들을 목록으로 작성하라.” 저자의 조언에 따라 홀츠는 불가능해 보이는 107개의 목표를 써내려갔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제트전투기로 항공모함에 착륙하기’ ‘조니 카슨이 진행하는 투나잇 쇼 출연’ ‘대통령과의 백악관 만찬에 참석하기’ ‘교황 만나기’ 등이다. 홀츠는 희망목록, 버킷리스트로 인생의 ‘관객’이 아니라 ‘참여자’가 됐다고 고백한다.
그러면 필자가 접한 “삶이란 좋든 나쁘든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라고 역설하는 홀츠의 동영상 연설 일부를 공개한다. “삶을 심플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무지개에는 오직 7가지 색깔이 있다. 그 7가지 색을 갖고 미켈란젤로가 무엇을 했는지 보라. 악보에는 7개의 음계밖에 없다. 7개 음으로 베토벤이 무엇을 했는지 보라. 인생을 복잡하게 볼 이유가 없다.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딱 4가지이다. 만약 4가지 중 하나라도 잃게 된다면 엄청난 공허함에 시달릴 것이다. 우리 모두는 첫째, ‘해야 할 일(something to do)’이 필요하다. 둘째, ‘사랑할 사람(someone to love)’이 필요하다. 셋째, ‘믿을 사람(someone to believe in)’이 필요하다. 저희 경우애는 하나님, 주님 구원자이시다. 넷째,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something to hope for)’이 필요하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 여러분에게 실패할, 알맞은 시간이란 없다. 여러분이 성공할, 잘못된 시간 또한 없다. (…) 물론 살면서 문제도 생길 것이다. 고난도 찾아올 것이다. 당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발휘해보라. 여러분이 할당된 시간 안에서, 우리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최고(the best)가 될 수는 있다. 우리에게 부부로서, 부모로서, 팀 일원으로서, 비즈니스에 참여자로서 그들을 최고(the maximum)로 이끌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여라(showing your care). ‘제가 뭘 도와드릴까요’라는 태도가 중요하다.” 노트르담에 있는 그의 동상 받침대에 다음의 3가지 단어가 새겨져있다고 한다. 신뢰하라(Trust), 헌신하라(Commitment), 사랑하라(Love).
국가 통치와 경영이 결코 이상과 신뢰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닐지라도, 사회 구성원의 이해 상충을 서로에 대한 배려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교회의 ‘교회 됨’과 크리스천의 ‘크리스천 됨’이 일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지라도 각계 유력 인사와 엘리트들부터, 주님을 따라가는 성도들부터 지난한 과정에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해도 솔선수범해야 하지 않을까. 살맛나는 세상은 작은 희생과 사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랑은 언제까지든지 떨어지지 아니하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고전 13:8)
왕빈 | 중국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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