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4  통권 191호     필자 : 유관지
[발행인통신]
오라, 먼 땅, 좋은 기별이여!

<중주>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 사이에 우리는 여름의 한가운데 있게 되었습니다. <중주>의 이번 호 ‘발행인 통신’에서는 중국과 관련해서 최근에 보고 느낀 것 몇 가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참 화려해졌네!

지난 달 21일부터 24일까지 강남의 코엑스에서는 ‘2018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렸습니다. 거기에 가서 여기저기 돌아보며 중국관을 열심히 찾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대만관이 설치되어 있더군요. ‘만일 중국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뭘까? 문화교류는 참 중요한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중국에서 한글(朝文) 책자를 출판하고 있는 연변인민출판사가 넓은 면적의 부스를 설치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 살펴보니 책들이 ‘컬러풀’해졌고, 표지 디자인도 화려해졌고, 두꺼운 표지의 양장본이 대부분인 것을 보고, 금석지감(今昔之感)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변했네! 참 화려해졌네!’
 

저는 1980년대에 석사학위 논문을 쓰느라고 연변인민출판사의 책을 많이 대했는데, 그때는 거의 대부분이 갱지에 흑백으로 인쇄를 했고, 지장본(紙裝本)이었습니다. 지금 저의 책꽂이에는 연변인민출판사의 책들이 수십 권 꽂혀 있는 데 모두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날은 미쳐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중국에 대한 나의 인식은 이렇게 ‘중국은 단색의 초라한 지장본의 나라’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연변인민출판사의 책 가운데에서도 가장 화려한 책을 사다가 책꽂이에 꽂아놓고 중국은 이렇게 바뀌었으니 중국 사역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부스 담당직원의 명함을 받았는데 연변인민출판사가 서울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중국은 변했고 더 변해 가고 있습니다. 중국 사역도 변해야 합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잠시 빗나갑니다만, 이 도서전에 갔다가 이슬람 관련 부스들이 왕성한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아, 이슬람의 거센 한국 진출을 여기서도 보게 되는구나!’ 실감 있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슬람 문제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중국에는 크고 작은 후이족(回族)자치지역들이 여러 군데 있고, 이슬람 지역으로 가는 통로이며, 이슬람 국가들과 연접해 있는 만큼 그런 궁금증이 더 커졌습니다.

소금 생산지는 자동차공업도시가 되었는데
6월 26일자 국민일보 2면에는 “‘혁신’의 차이로 운명 바뀐 인천시 - 옌청(盐城)시”라는 제목의 기사가 면(面)의 톱기사로 전체 지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인천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외국인에게 문을 연 개방도시였고, 한국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도시인데 최근에는 자동차부품사업의 현주소를 분석할 때, ‘급락’, ‘미약’, ‘크게 낮다’, ‘더 쪼그라들었다’, 이런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입니다.  

 


바다 건너 장쑤성(江蘇省) 옌청시는《수호지》(水滸誌)의 저자인 시내암(施耐庵)의 고향으로 2년 전에 이곳에 ‘수호문회박물관’이 설립되어 관광객들을 끌고 있습니다. 옌청은 ‘염성(鹽城)’이라는 이름 그대로 소금의 중요한 생산지였습니다. 그런데 1996년에 국영기업인 웨다(悅達)그룹이 기아차의 협력회사를 설립하면서 성공적인 정책을 세워 추진함으로써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4%에 달하는 중견도시로 탈바꿈했다고 합니다.
 

이 기사 가운데 “중국은 한국의 고도성장 노하우를 벤치마킹해 투자와 혁신을 거듭해온 반면 한국은 고도성장의 자만에 취해 허우적대고 있는 형국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이 문장을 “중국교회는 한국교회의 고도성장 노하우를 벤치마킹해 성장을 거듭해온 반면 한국교회는 고도성장의 자만에 취해 있다가 허우적대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바꿔 보았습니다. 자괴감이 지나친 것일까요?
 

아스피린을 만듭시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주최한 7차 선교전략회의(NCOWE)가 지난 달 18일부터 21일까지 부산수영로교회에서 열렸습니다. 중국어문선교회 실무자들도 등록을 하고 회의의 전 과정에 성실하게 참여했습니다.
 

선교전략회의에서는 한국의 선교계가 안고 있는 여러 고민들이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선교사 파송규모에서는 세계 2-3위 수준이지만 선교인프라(저는 이것을 ‘선교문화 형성’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구축은 아직도 초보단계라고 할 수밖에 없는 문제, 거기에서 빚어지는 여러 갈등, 교세 감소로 인한 선교비 감액 문제, 파송교회와 현장의 인식 차이, 이런 것들은 굵직한 것들이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말할 수 없이 더 복잡해집니다.
 

중국은 한국교회가 선교사를 제일 많이 파송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중국선교계가 이런 문제들 때문에 몸살을 제일 심하게 앓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몸살에는 아스피린이 전통적인 명약이지요. 우리는 힘써 이 몸살을 잘 치료할 수 있는 아스피린을 같이 조제하는 일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요?
 

무소식이 희소식?
저는 오래 전부터 신문에서 중국 사역과 관계가 있는 소식을 검색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전에는 기사를 스크랩해서 주제별로 분류된 파일에 넣어 보관했는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방법을 바꿔, 기사 제목과 중요한 내용을 일자 순으로 컴퓨터에 입력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 놓으면 나중에 필요할 때 주제어를 가지고 기사 전체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이 요즘은 대흉작입니다.
 

국민일보가 중요한 수집대상인데, 올해 상반기 국민일보에 실린 중국 사역 관련 기사는 13꼭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5월 24일에 실린, 베이징대 출신의 인권변호사로서, 핍박 받는 기독교인들을 변호하는 일에 힘쓰다가 지난 2월 25일에 의문사한 리바이광(李柏光) 변호사의 추모행사 소식이 보도되고 한 달 넘게 잠잠하다가 6월 28일에 한국위기관리재단이 중국과 네팔에서의 선교활동 주의사항을 담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문을 공개하며 단기선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특히 중국의 북한 접경 방문 시 각별히 주의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중국 사역 소식이 빈곤한 것을 아쉬워하다가도 ‘차라리 이게 낫지!’ 하게 됩니다. 요즘 중국 사역 소식은 들렸다 하면 체포, 투옥, 추방, 금지, 교회당 파괴, 이런 것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속담이 중국 사역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말은, 매스컴에 보도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중국 선교현장이 평안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에 있는 한국인교회들 가운데 규모가 크고, 안정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교회가 소방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본당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중국 당국이 예배장소를 규제하는 데 소방법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소방법을 ‘이비법(耳鼻法)’이라고 이름을 바꾸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비법’은 ‘이현령비현령법(耳懸鈴鼻懸鈴)’이라는 뜻입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니까 말입니다.
 

최근에 선교사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여러 선교사가 “저는 러시아에서 온 아무개 선교사입니다. 오랫동안 중국에서 일하다가 최근에 사역지를 옮겼습니다.”라고 인사하더군요. 사역지를 옮긴 이유는 <중주> 가족들도 잘 아실 것입니다.
 

시원한 소식들이 많이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성도들이 여러 규제 속에서도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고, 교회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이런 소식들 말입니다. 성경에 “먼 땅에서 오는 좋은 기별은 목마른 사람에게 냉수와 같으니라”(잠 25:25)라는 말씀이 있는데, 마침 냉수를 자주 찾게 되는 더운 여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2018년의 하반기 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중주>는 중국 사역의 하반기 행진이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는 힘찬 행진곡이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2018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 캡처, 국민일보 캡쳐
유관지|중국어문선교회 고문, 본지 발행인. 성화감리교회(분당)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