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2  통권 186호     필자 : 김영철
[중국 영화]
《노포아 (老炮儿 Mr. Six)》-도시의 마지막 협객-

 

이 영화는 2015년 12월 24일 중국에서 상영되었는데 베이징영화대학 출신인 관후(管虎)가 연출을 하고, 중국의 유명 감독인 펑샤오강(冯小刚)이 제작자 겸 주연을 맡아 제52회 대만영화제 진마장(金马奖)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제31회 중국영화제 진지장(金鸡奖)에서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펑샤오강은 다양한 영화에서 연기 경력을 쌓았으며, 이 영화는 그가 처음 주연을 맡은 《내가 네 아빠야(我是你爸爸)》에 이어서 두 번째로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펑샤오강 감독은 줄곧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당산대지진(唐山大地震), 2010》, 《1942(一九四二) 2012》, 《아부시반금련(我不是潘金莲), 2016》 같은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그는 지진, 기근, 여성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하여 역사적인 현실과 사회적인 현실이란 관점에서 조명하였다. 중국 안에서 연말연시 개봉하는 하세편(설특선영화)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인물이기도 한 평샤오강 감독은 소시민의 일상을 앵글에 담은 《갑방을방(甲方乙方), 1997》을 설연휴에 상영하여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펑샤오강 감독은 중국 5세대 감독인 장이머우(张艺谋), 천카이거(陈凯歌)처럼 국제적인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국내 관객에게 호평을 받는 국민 감독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펑샤오강은 노포아(老炮儿)의 역을 맡아 중국 당대 사회의 변모와 갈등 양상을 충실히 그려냈다. 평소 그가 영화에서 고수했던 현실주의적인 입장을 대변하였다. 노포아는 베이징(北京) 사투리로 원래 성격이 매섭고 행동이 거친 건달을 지칭하였다. 노포아는 감옥을 들락거리던 건달이 나이가 들면서 새를 키우며 할 일이 없어 빈둥대는 백수 노인을 가리키거나, 과거의 경험이 풍부하여 전문성을 인정받아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중장년을 지칭하기도 한다.
 

남자 주인공 노포아는 주위 사람들이 류예(六爷) 혹은 류거(六哥)라고 부른다. 그는 1980-90년대 베이징에서 일정한 직업도 없고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주먹과 칼로 문제를 해결하다가 교도소에 간 적도 있었다. 60세가 된 류예(六爷, 冯小刚 분)는 베이징 골목에서 작은 가게를 열고 외롭게 앵무새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면서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적극 도와주어 사람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의 외아들인 샤오보(晓波, 李易峰 분)는 베이징의 삼환십이랑(三环十二郎)이라고 불리는 폭주족의 리더 샤오페이(小飞, 吴亦凡 분)가 소유한 고급 스포츠카에 흠집을 내어 감금이 되자 노포아는 아들 몸값으로 10만 위안을 청구받았다. 류예는 과거 그와 함께했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샤오보를 귀가시켰다. 하지만 버릇없는 폭주족에게 상처 입은 자신의 존엄을 지키고 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하기 위해 폭주족과 목숨을 건 일전을 벌이기로 결심하였다.
 

강호의 전통
류예는 나이가 들어 과거 화려한 강호생활을 접고 강호의 전통적 가치를 삶의 신조로 여기며 도시의 협객으로 베이징 골목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간다. 그는 사람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개인의 존엄을 소중하게 여기며 낯선 사람이나 연장자에게 깍듯이 예의를 다하고, 사람의 생명에 대해 경외심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생명도 소중히 여겼다. 그는 현대화가 된 도시에서 자유에 대해 더 갈증을 느꼈다.
 

영화 첫 장면에서 한 소매치기가 유흥가에서 취객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훔쳐서 돈만 챙기고 지갑을 골목 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을 목격한 류예가 도둑에게 지갑 주인에게 필요한 신분증은 우편으로 부쳐주라고 요구하였다. 만약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이 골목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소매치기를 위협하였다. 류예는 생계를 위해 불법을 저질러도 최소한의 인간의 도리는 지키며 살 것을 말하였다.
 

존엄: 지위나 빈부와 상관없이 개인의 존엄은 매우 소중하다. 도심의 질서를 책임맡은 경찰이 노점상의 손수레가 경찰차의 미등을 망가뜨려서 손수레를 몰수하려고 주인과 실강이를 벌이다가 경찰은 결국 손수레 주인의 뺨을 후려쳤다. 류예는 손수레 주인을 위해 즉석에서 돈을 꺼내 차의 미등 값을 배상해주었다. 돈만 받고 돌아가려는 경찰을 류예는 이른 아침부터 뺨을 얻어맞은 손수레 주인이 느낀 모멸감은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다그치자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류예의 말에 동조하고 편을 들었다. 류예는 인간의 존엄은 법이나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찰에게도 요구하였다.
 

예의: 낯선 사람이나 연장자에 대한 예의는 인간의 기본 소양이다. 한 청년이 베이징 골목길에서 자전거 뒤에 여자 친구를 태우고 다니다가 길을 잃어버려서 음식을 잔뜩 입에 물고 길을 물어보았다. 류예는 멈칫거리고 있다가 그에게 길을 알려준 뒤 씁쓸해 하였다. 류예는 한 번은 아들과 술을 마시면서 아들한테 술잔을 낮게 해서 건배하라고 가르치며 격이 없는 부자(父子) 사이에도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폭주족의 리더인 샤오페이의 부하가 초면에 류예에게 대들면서 얼굴에 삿대질을 하였다. 간신히 참은 유예는 두 번째 만났을 때는 어른한테 버르장머리 없다고 그의 손가락을 제압하였다. 류예는 샤오페이 일당과 목숨을 건 일전을 앞두고 어두침침한 이른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담뱃불을 찾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다가가서 담뱃불을 붙여주니까 노인은 류예의 등을 살짝 두드리며 감사를 표시하였다. 류예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이웃의 필요를 따뜻하게 채워주고 깍듯하게 예의를 지켰다. 상대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는 예의를 지키는 것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현 세대가 예의에 대한 지각이 희미해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생명: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생명도 존귀하다. 샤오페이의 여자 친구는 류예가 전에 자동차 배상금으로 건네줬던 10만 위안을 돌려주면서 류예는 자신도 모르게 돈 봉투 속에 딸려온 샤오페이 아버지 명의의 700여만 유로가 스위스은행에 예치된 불법자금 송금영수증을 소지하게 되었다. 샤오페이의 아저씨는 송금영수증을 회수하려고 폭력배를 동원해서 류예 부자를 폭행하고 류예의 가게 기물을 모조리 때려 부수고 류예가 애지중지하는 앵무새마저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류예는 집에 돌아와 죽은 앵무새를 보고서 분통을 터뜨리며 땅에 묻어주고 고개를 숙여 예의를 갖췄다. 당시 베이징 골목에서 새를 키우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류예의 아들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새와 정겹게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자유: 류예는 돈과 권력을 지닌 사람의 사합원(四合院) 안에 키우던 타조가 우리를 뛰쳐나와 대로를 달리는 것을 자전거로 따라가면서 더 멀리 도망치라고 외쳤다. 멀리 이국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야생의 큰 조류가 부잣집에서 맛있는 모이를 배불리 먹어도 좁은 우리는 큰 새에게는 약육강식이 판치는 드넓은 초원과는 비교가 안 된다. 타조는 류예의 삶을 상징하였다. 류예는 현대 사회가 갈수록 변모하면서 협객의 삶과도 같았던 자신의 삶이 입지가 좁아져 장자에 나오는 붕새처럼 하늘로 멀리 날고 싶은 욕망을 타조에 기탁하였다. 현실 세계가 낯설고 옹색하게 여겨지는 늙은 협객은 더욱 자유를 갈망하였다.


냉혹한 현실

류예는 노년이 되어 몸이 쇠약해졌지만 주변 사람들의 어려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 도왔지만, 사람들이 갈수록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의심을 품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에 탄식을 하였다. 길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아파트에서 벌어진 자살소동을 구경하고 있는데 한 행인이 왜 얼른 뛰어내리지 않느냐고 조롱하였다. 류예는 이러한 광경을 보고 격분하여 행인에게 자신은 뛰어내릴 용기라도 있냐고 되물었다.
 

류예가 경찰차 미등 파손 사건에 개입하여 손수레 주인과 경찰을 중재하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시끄러워도 정작 사고 차량의 운전자는 태연하게 남의 일처럼 여기고 음식을 먹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영화는 이 장면을 차 밖의 소란스런 분위기 화면과 대조하여 클로즈업하였다. 사람들은 주위에 큰 사건이 발생해도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기고 문제에 휘말리는 것을 꺼렸다. 류예가 심장이 발작하여 길거리에 쓰러지자 행인들은 류예를 건들지 말라고 하며 그가 일부러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일거라고 단정지었다.
 

류예는 길에서 소녀가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돈을 건네자 소녀는 외지에서 온 여고생이라고 밝히면서 학생증명서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긍휼을 베푸는 사람이나 도움을 받는 사람 모두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류예는 시대를 역행이나 하듯이 자신이 당면한 문제보다 이웃의 어려움을 먼저 돌아보았다. 류예는 자식을 구하기 위해 거액의 배상금을 모으러 다니다가 길에서 병든 여성을 보고 선뜻 지갑을 열어 그녀를 도와주었다.


금전은 친구의 우정도 시험에 들게 한다. 류예는 오랜 세월 함께 지내다가 사업가가 된 옛 동지를 만나러 가서 인사말을 건네려고 하는데, 상대방은 대뜸 돈이 필요해서 찾아왔냐며 일이 있어서 먼저 자리를 뜨겠다고 매몰차게 말했다. 성공이라는 굴레는 돈을 최상위에 올려놓고 우정도 한갓 과거형으로 돌려버린다.
 

영화에서 그려진 류예라는 인물은 영웅화가 되었고 이상형에 가깝다. 하지만 영화는 그를 통해 현실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소중한 가치들을 안타깝게 여기고 사람들이 한 번쯤 되돌아보기를 원했다.
 

신구세대의 갈등
개혁개방으로 도시에서 빈부차가 현격해지고 세대 사이의 갈등은 첨예화하며 개인뿐 아니라 집단에서도 세대 사이의 이질화가 진행되었다. 류예는 사회가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거북해하고 위기감을 느끼며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졌다. 그는 강호를 떠돌며 남들을 도와주는데 최선을 다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내와 자식한테는 소홀했다. 그가 폭주족 일당한테서 아들을 구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부자 사이의 관계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류예와 그의 동지들은 사회 속의 주변인으로 비록 신의를 내세우고 약자를 돕는데 힘썼지만 지금 그와 맞서는 세력들은 세상에서 부유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자식들이다. 약자 능욕하기를 일삼는 그들을 보는 류예는 새삼 격세지감을 느꼈다.
 

노인: 류예는 사회에서 50대를 노인 취급하는 것에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시한다. 중국은 오랜 기간 한 자녀 정책으로 외동 자녀는 가정에서 소황제 같은 대우를 받았고 사회는 이제 젊은 층의 인력 감소 문제에 몰두하였다. 반면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는 현격하게 증가하면서 사회에서 노인을 낡고 고리타분하며 무능력한 존재로 인식하는 풍조가 만연하여 노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편이라 가정이나 사회에서 노인은 돌봄이나 홀대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부자(父子): 영웅이 집에서 환대를 받기는 어렵다. 류예의 아들 샤오보는 샤오페이의 여자 친구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샤오페이와 그의 일당들에게 모욕을 당하였다. 샤오보는 홧김에 샤오페이의 명차 페라리에 흠집을 내자 샤오페이측은 샤오보를 무단 감금하고 차를 수리하는 비용으로 10만 위안을 요구하였다. 류예는 아들을 구하는데 필요한 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일한 재산인 집등기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심장병이 위중했던 그는 수술마저 거부하고 돈을 구하려고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샤오보는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간신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아들은 아버지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말끔히 지울 수는 없었다. 샤오보가 어릴 때 아버지가 패싸움하다가 감옥에 가게 되고, 어머니와 함께 고생했던 일을 떠올렸다.
 

류예는 죽은 아내의 사진을 남몰래 간직하며 미안함과 후회 속에 살았다. 샤오보는 아버지가 생전에 말씀하셨던 대로 베이징 골목에서 취의청(聚义厅)이란 간판을 내건 가게를 열고 앵무새를 키우며 생활하였다. 아들은 아버지의 선한 뜻을 이해하고 오랜 방황을 끝내고 아버지를 용서하고 화해하였다. 영화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손을 내밀어 상대방을 일으켜 세워주는 화면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산처럼 듬직했던 아버지는 노쇠해졌고, 길에서 넘어진 아들은 너무 어리고 연약하였다. 부자가 서로에게 가장 믿음직하고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을 세월이 증명해준다.
 

젊은 세대: 베이징의 “싼환스얼사오(三环十二少)”이라는 폭주족의 리더는 고위 공직자의 자제인 탄샤오페이(谭小飞)이다. 그는 고급 외제차 여러 대를 소유하고 무리를 거느리며 불법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의 자동차에 흠집을 낸 류예의 아들한테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심지어 그를 구금하였다. 폭주족은 부유층이나 고위 공무원 자녀들로 사치를 일삼고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를 능욕하였다. 이 젊은 세대의 건달들은 류예를 주축으로 한 과거 세대의 건달들과 여러 면에서 판이하다. 류예는 신의를 중시하고 약자를 도우려고 했던 협객의 전통을 계승하려고 하였다.
 

류예는 스위스은행에 거액의 불법 자금을 유출한 고위직 공무원인 샤오페이의 아버지를 경찰에 고발하지 않고 국가 공무원 징계위원회에 서신으로 알렸다. 그의 의협심은 국가제도의 기틀 안에서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류예가 이화원 안의 결빙된 호수에서 혼자 장검을 들고 샤오페이 일당과 대결을 앞두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그의 서릿발 같은 노여움은 정의롭지 못한 세력과 사회의 부조리에 처절하게 분출했지만 노쇠하고 병든 그의 몸은 감당하기가 벅찼다.
 

영화는 노포아라는 사회 주변인의 시선을 통해 개혁개방 이래 사회 전반 격변에 따른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전통 가치의 퇴색과 경박한 시류에 경종을 울리고, 베이징의 문화 특히 품격 있는 정신문화를 고양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사진 | 네이버 영화에서 캡처
김영철 |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