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2  통권 186호     필자 : 나은혜
[나은혜 선교문학]
결혼 10년 만의 쾌거 임대주택

아침 일찍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큰딸네가 임대주택에 당첨이 되어 LH공사에 서류를 넣으러 가는데 내가 태워다 주려는 것이다. 딸이 어린 아기가 있어서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는 힘들 것 같아서였다. 올해 결혼 11년차인 딸은 캠퍼스 커플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여 아무것도 없이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시댁도 친정도 다 선교사 가정이니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 있는 형편이 못 되었다.
 

사위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공군장교로 임관하고 바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3년의 신혼살림을 관사에서 보내게 된 것은 그나마 행운이었다. 공군을 제대한 사위와 딸은 3년 동안 알뜰히 모은 돈에 대출을 받아서 오천만 원짜리 전셋집을 대구에 마련하여 살았다. 현재 그 집에서 8년째 살고 있는데 주인은 2년 기한이 돌아오면 번번이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했다. 아마 전세를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주인이 전세금을 올릴 때 얼마나 힘든지 다 알 것이다.
 

딸과 사위는 주인이 전세금을 터무니없이 많이 올려 달라고 할 때마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대출을 받아서 전세금을 올려 주고는 대출원금과 함께 이자를 갚아 나갔다. 딸네가 전세를 산 지 8년 만에 주인은 오천만 원짜리 전세를 무려 배나 올려 지금은 일억에 살고 있다. 사실 전세를 올려도 너무 심하게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사를 하려고 하면 이사비용도 발생하고 저렴한 전세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어서 대출을 받아서 2년에 한 번씩 몇 천만 원씩 전세를 올려 주고 살았다. 매월 대출원리금을 갚자니 딸은 변변한 옷도 하나 사 입지 못하고 무척 절약하고 아끼면서 살았다. 난방비를 얼마나 아끼든지 겨울에 딸네 집에 갔다가 추워서 혼난 적이 여러 번이었다.
 

그렇게 알뜰한 살림을 살았으니 10년 만에 일억이라도 모았을 것이다. 딸네는 결혼 초부터 공공주택을 청약할 수 있는 청약통장을 만들었고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당첨이 되지 않았다. 딸은 결혼한 지 9년 반 만에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되자 너무나 간절히 새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40년 다 되어 가는 낡은 집이기 때문이다.
 

수도에서는 녹물이 나오고 집안에는 벌레들도 많아서 어렵게 얻은 소중한 첫아이를 새 집에서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 딸의 심경은 나도 엄마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딸은 작은 평수의 집이라도 새 집으로 가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어 했다. 딸네는 작년에 19평짜리 아파트에 청약을 넣었으나 또 떨어졌다. 대구시에서 새 아파트 분양을 받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살던 집에서 아기를 낳았고 아기는 벌써 첫돌이 돌아오고 있다. 아기는 헌 집에서 자랐어도 아주 건강하고 예쁘게 잘 자라고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 (한) LH공사의 임대주택 공고를 보고 생애 첫 주택구입자로 특별신청을 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25평형 12층 아파트에 11층이 당첨되었다. 지하철역에서 2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지만 이곳 역시 경쟁이 심했다고 한다.
 

딸은 그동안 시도해보았던 분양아파트는 당첨이 안 되고 10년 임대아파트가 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왜냐하면 임대아파트이기 때문에 10년을 임대로 살고 난 뒤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동안 적은 임대료로 새집에서 마음 편안히 살 수 있지 않는가. 딸이 그동안 살았던 전셋집처럼 6년 만에 전세금의 배를 올리는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감사한 일이다. 임대아파트일지라도 딸과 사위에게는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10년 전에는 그보다 작은 공군 관사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이후 첫 새집을 장만했으니 무에서 유를 창조한 그야말로 젊은 부부의 쾌거가 아닌가!






 

 

나은혜 | 장로회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