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171226_181934338 - 복사본.jpg) 몇 해전 유시민 작가가 쓴 《나의 한국 현대사: 1959-2014, 55년의 기록》 이란 책을 읽었습니다. 자신의 출생연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기간을 자신만의 개인적 경험과 관점으로 한국 현대사 이야기를 풀어낸 책입니다. 출판사가 작성한 소개글에 의하면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체험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마주한 현대사의 민낯을 보여주는 책’으로 아직도 스테디셀러 코너에서 만날 수 있는 추천용 책입니다. 연말에 ‘목회자와 한국교회가 바라본 중국선교’라는 부제의 글을 부탁받으며 앞의 소개한 책의 제목을 빌려왔습니다. 그래서 ‘나의 중국선교 이야기(1991-2017)’는 처음 중국선교를 결심한 해를 시작으로 현재까지의 시간을 철저하게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체험과 생각을 갖고 나눈 글입니다. 객관적 사실을 담보하려 노력했지만 충분치 못하다면 필자의 부족한 역량에 기인한 것입니다. 영성작가 헨리 나우웬의 “철저하게 개인적인 것만큼 또한 철저하게 공동체적으로 향유할 만한 공유의 산물은 없다”라는 말을 위로삼아 너의 문제가 결국 나의 문제였고, 너의 바람이 종말에는 우리 모두의 소망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같이 공감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짧게나마 회고하듯 작성한 한 개인의 선교역사가 어떻게 한 교회의 선교역사로 이어져 왔는지를 살짝 나누어봅니다. 1991-2003 1991년은 서해안 몽산포 해변가에서 한 기독교 학생단체가 주관한 전국수련회를 통해서 서해 바다 건너 중국을 바라보며 선교를 다짐했던 해입니다. 한 해 전에 서울역 주변에서 중국동포들이 노상에 깔아놓은 여러 중국산 약재들을 보며, 처음으로 중국의 존재감을 피부로 느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직 한•중수교 전이라서 선교적 부담은 있었지만 거룩한 도전으로 바꾸어 생각하며, 아프리카의 오지만큼이나 이 시대의 필요와 사명이 모아진 땅으로 여기며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군입대와 함께 잠시 개인 영성의 시간을 가지며 독서와 체력연마로 응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94년 따뜻한 봄날 제대와 함께 종로서점 2층 기독교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한 <중국을주께로>라는 잡지를 보고서 다시 잊혀졌던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특히 격월로 발행되던 잡지의 내용 중 이슬람 소수민족에 관한 글은 중국을 국가로만 보지 않고 민족단위로 보게 되는 혜안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대학 4학년 때인 96년에는 한양대에서 열린 선교한국대회에서 마치 숨겨져 있던 7천 명의 선교 동역자들을 만난 기쁨처럼 선교의 사명을 재확인할 수 있었고, 중국어문선교회 부스를 찾아가 강의와 자료를 챙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2학기에는 선택과목으로 중국어 초급회화를 들으며 처음으로 언어적 감각을 맛보았습니다. 대학졸업과 함께 97년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며 본격적인 신학과정과 목회자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한 해 전부터 시작한 <중국을주께로> 우체국 발송 자원봉사는 선교회 사무실 방문을 통해 간사님들의 고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고, 오고 가는 선교사님들의 체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2000년 신대원 졸업과 함께 처음으로 중국 동북지역을 신학생들과 함께 답사하며, 압록강과 단동, 심양 주변에서 느낀 중국과 북한에 대한 감정은 아침 찬바람이 몰아치며 입김서리는 추운 겨울의 문턱과도 같았습니다. 동토의 땅을 일깨우며 안내해주셨던 조선족 사역자는 통일의 때까지 아침금식을 다짐했다고 말하며 심약한 신학생들의 영적 야성을 일깨웠습니다. 그해 하반기에는 중국어문선교회에서 주최한 4개월 과정의 선교훈련을 마치고 두 달간의 북경-서안-성도의 아웃리치를 다녀왔습니다. 대륙의 다양한 언어와 사역적 경험을 넓혀가는 분주한 계절이었습니다. 2001년에는 중문과를 졸업한 자매와 만나 교제 반, 훈련 반의 18개월을 보낸 뒤에 한 가정을 이루어 함께 속한 총회선교훈련을 마쳤습니다. 3개월간 합숙으로 진행된 훈련과정에는 싱글 자매 2명을 포함하여 모두 12가정이 참여하여 선교파송을 앞두고 마지막 영적인 단속의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그 12가정 중에 4가정이 중국을 향해 준비하고 있던 때로 일명 ‘중국선교의 호황기’를 막 지나고 있었습니다. 2003-2009 2003년에 7개월 된 어린 딸을 안고 서안으로 들어가 첫 언어과정을 시작합니다. 선임이 잡아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연립주택은 남편에게는 근육증가의 시간으로 아내에게는 무릎연골의 퇴락의 시간으로 아직도 추억되고 있습니다. 1년 반 전에 먼저 온 선임의 사역을 도우며 2년 동안 언어과정을 마치며, 첫 제자반을 인도했습니다. 이미 번역된 ‘사랑의교회’에서 출간된 훌륭한 교재가 있어서 ‘예습의 충실도’에 따라 ‘나눔의 부실함’을 면할 수 있기에 부지런히 읽고 또 읽었습니다. 2005년에는 모(母) 교회 단기팀과 함께 대망의 회족 땅을 밟게 됩니다. 마음속에는 이미 은내천이 흐르는 푸른 가나안 땅이었기에 열흘간 다녀온 정탐일정은 남은 중국생활을 견디고 꿈꾸게 하는 큰 솜사탕의 설렘을 주었습니다. 흰색 터번의 모습은 순결한 흰옷을 입은 신부와 같았고, 한족과 외모는 구별이 안되지만 생활 속의 절제와 풍속은 회족이 중국 속에 또 다른 나라로 여겨졌습니다. 2007년에는 본격적인 문서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 귀한 동역자의 도움으로 중국 사역 자료정리와 홈페이지개설, CD제작으로 출판물 번역과 인쇄를 위한 밑작업을 마쳤고, 첫 책으로 김세윤 교수님의 《구원이란 무엇인가》를 번역하며 나누었습니다. 그 후에 여러 종의 양육교재와 전도용 소책자로 맥스 루카도의 《당신을 위한 선물》이란 책을 번역, 제본하여 현지교회에 공급하였습니다. 2008년에는 속한 단체에서 문서분과 활동을 통해 내부교류와 자료집을 위한 책자를 발간하였고, 중화권의 출판사와 연계하고자 해마다 북경에서 열렸던 국제도서전에 참가하여, 기독교 출판물의 현황을 보며 한국 출판사의 참여를 독려하였습니다. 2009년에는 홍콩에서 열린 단체 모임을 통해 사역 전반에 대한 점검과 재평가를 다짐하고 안식년 신청을 통해 그해 여름에는 한국에 일시 귀국했습니다. 이때 큰 아이의 나이가 7살이었습니다. 7개월 때에 대륙으로 들어가 7살의 나이로 숙성되어 나온 아이와 현지에서 영아기를 보내며 넉넉히 모든 예방접종을 완수한 둘째 꼬마가 제일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 2009-2017 09년 7월부터 시작된 1년의 안식년 기간은 태국 치앙마이에 있던 중국선교훈련원에서 일정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그곳에서는 훈련생 4기 과정을 마치며 제3세계 지역에서 귀한 사역모범을 일구어 왔습니다. 지금은 일시적인 보안 문제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지만, 동시에 다시 일어날 때에 귀한 사역을 이어갈 몸을 만들기 위해 팀빌딩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준비한 안식년의 태국 일정은 파송교회의 요청 속에 잠시 보류되고, 사임하고 부재한 담임목사의 빈 주일 강단을 8개월 동안 이어가야 했습니다. 계획에 없던 국내에서 8개월의 기간은 한국교회의 속살을 경험하며 치유와 회복을 위해 남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동원사역의 필요와 열매로 이어졌습니다. 다음해인 2010년에는 정식으로 파송교회의 선교사에서 담임으로 부임하며 중국선교 제3기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파송훈련생에서 파송선교사로 그리고 파송교회의 담임으로 역할의 전환이 10년의 기간 속에 일어났습니다. 먼저는 사역의 전환을 위해 좋은 마무리가 급선무였습니다. 새로운 파송교회와 관계설정은 제가 자란 모 교회이기에 축복 속에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현지 동역자와 교회에서도 장소와 자리는 다를지라도 지역을 넘어선 동역을 이어가자는 격려 속에 흔쾌히 보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짧은 6년의 사역이었지만 그동안 후원해주었던 국내외 협력교회들과 개인 후원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자, 《민들레 가정》이라는 소책자를 발행하여 그동안의 사역보고와 사역전환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협력교회와 기도후원자, 파송교회를 향해 드렸던 마지막 글귀가 여전히 제 마음속에 떨림으로 남아있습니다. “저희 가정을 향한 청빙의 과정과 결과 속에서 동인 성도님들이 하나됨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리고 모 교회인 동현교회와 후원교회들의 흔쾌한 동의와 격려가 있다면 그리고 마지막 저희 가정이 선교지에서 철수함에도 중국 현지의 동료 사역자들과 총회선교회에도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인도해가신다면 그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확인하는 외적인 표로 삼겠습니다. 이 외적인 표가 중요한 이유는 저희 가정의 부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동인교회의 하나됨에 있고, 저희 가정의 부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모든 교회의 협력과 평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말 저희의 부임을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면 동시에 선교현장의 모든 동역자들과 관계도 더욱 깊어지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외적인 인도하심을 위해 모든 동역자님들께 정중히 기도 부탁을 드립니다.” 그리고 위임식과 함께 ‘천천히 또박또박 그리고 꾸준히’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사역 계획을 나누었습니다. 먼저는 2년마다 회족지역을 방문하고자 다음해에 청년들 12명과 함께 사역지 방문을 시작했습니다. 14년도에는 시무장로님들과 그리고 16년도에는 안수집사 내외분들을 모시고, 제가 사역했던 지역과 앞으로 교회가 함께 품어야 할 회족지역을 차례로 방문했습니다. 올해는 시무권사님 7분과 함께 서안과 시닝 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해마다 연말에 즈음하여 현지 사역자 중심의 네트웤을 만들고자 서안, 은천, 시닝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사역의 방향은 한국인 사역자들의 출구전략으로 인해 현지의 사역이양과 현지인 리더쉽 개발이 남은 숙제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중국을 향한 파송의 방법과 대상이 바뀔 것입니다. 개별적 파송에서 한 그룹으로 묶어 공동체 파송과 지지로 나아갈 것이고, 현지인 교회들이 현지인을 파송케하는 일에 불쏘시개의 역할로 전환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회족중심의 사역자 그룹을 공동으로 지원하여 협력의 관계로 묶어가는 과정과 현지인 사역자들의 출현을 격려하는 파송방법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회족을 소개하는 책자을 준비 중입니다. 그간의 짬짬이 써놓은 글을 모으는 방법과 일반, 기독교 출판계의 관련도서를 소개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부록으로 현지를 방문한 단기팀들의 사진과 소감도 나누면 좋겠지요. 격년으로 사역지 방문과 함께 읽어왔던 책들과 강의안도 함께 업데이트하며 질을 높여 갈 것입니다. 2018 이제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가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지금까지 7년간 ‘말씀이 임하여야 인생이 꽃피운다’ 표어로 말씀묵상의 목회를 지향하며 선교 준비를 해왔습니다. 철길이 놓여진 만큼 기차가 달릴 수 있듯이, 연줄이 연결된 만큼 창공을 향해 연이 높이 올라가듯이 말씀의 넓이만 성도의 안전한 울타리요, 말씀의 높이만이 우리의 인생의 품격을 더한다는 확신 속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세워왔습니다.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선교가 임하여야 교회가 꽃피운다’는 방향으로 목회의 소임을 이어갈 것입니다. 교회의 출발이 선교에서 시작되었고, 교회의 완성도 선교로 끝이 날 것이기에, 그 과정에서 지상교회는 이 소임에서 예외일 수 없습니다. 다만 보폭과 시야의 차이겠으나 방향은 변함이 없습니다. 한 개인의 변화와 교회의 역사가 지금까지 여기까지 은혜 속에 이어져 왔습니다. 특별히 앞으로도 시간이 지나고 역사가 쌓여가면 60주년, 70주년의 때가 오겠지만 그럼에도 올해의 50주년의 의미는 각별합니다. 그것은 시간의 누적이라는 의미 외에 성경에서 말하는 공동체에 새로운 회복과 활력의 기회를 더하는 희년의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희년의 의미는 이제 중국선교를 바라보는 한국교회에도 요청되고 있습니다. 중국선교에서 선교중국으로 그리고 중국이 중국을, 아니면 선교객체에서 선교주체로 더욱 진전되어 나갈 것입니다. 중국이 중국을 맡을 것이고 선교대상에서 선교주체로 일어서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때에 우리의 돌아봄과 내다봄이 절실하지요. 그러한 한 가지 고민을 교회요람의 권두언 속에 나눈 글로 대신하며 본고를 마무리 합니다. “시간의 새로움이 우리의 신앙과 생활의 새로움을 자동적으로 가져다 주지 못합니다. 우리의 신앙과 생활의 새로움은 각자 받은 은혜와 믿음의 새로움에서 출발합니다. 지난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였고 이곳 저곳에서 각종 기념사업과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500주년이라는 시간의 무게감도 앞으로 우리가 경험하게 될 교회역사에 자동적으로 갱신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한 번 은혜와 믿음을 외쳤던 신앙 선진들의 삶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을 내다보며 무의식적이고, 불필요하게 쌓아왔던 것을 털어내고 걸음과 방향을 재조정해야 새로움이 찾아옵니다”
이광열 | 동인교회 담임목사, 전 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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