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도 원고가 늦어 어김없이 사과를 하는 필자와 너그러운 편집장님의 메신저 대화 내용이다. 말로는 도저히 전달되지 않는 미안함을 이모티콘에 담아 사과를 하면 대부분 따뜻한 배려가 담긴 상대방의 이모티콘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거나 당연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메신저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는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더 돈독해진다는 느낌을 준다. 기호인 글자가 주는 삭막함을 그림글자인 이모티콘이 감정적인 교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메신저 앱을 통해 일대일, 일대다의 필담을 지역과 거리에 관계없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반응도 즉각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초기 메신저 앱은 필담 형식의 간단한 대화만 가능했다. 그러다 컴퓨터 기반에서 텍스트 형태의 이모티콘이 개발되고 이용자는 이를 통해 인간의 기본적 희로애락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글에 감정을 입히고 싶어 했던 인간은 상형문자로 의사소통을 했던 과거의 지혜를 빌어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그림문자를 만들었다. 이는 채팅(chatting)을 목적으로 하는 메신저 영역에서 비록 말이 글의 기능을 획득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글을 통한 대화에는 글로 대체할 수 없는 표정, 감정, 행동의 결핍을 보충하려는 노력을 요구하였고 글에 감정을 입힌 이모티콘이 그 요구에 대한 결과라고 하겠다. 현재 이모티콘은 움직이는 그림파일(GIF), 즉 간단한 텍스트를 포함한 일명 움짤(움직이는 짤방의 줄임말.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의 주요장면을 캡처해 이미지레디 혹은 알GIF 등으로 만든 움직이는 GIF파일을 총칭함_네이버 오픈사전) 이모티콘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합작품인 SNS를 통해 갈수록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다양한 연령의 이용자가 메신저 플랫폼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무료 캐릭터 이모티콘 이외에도 이용자 개성이 드러나는 이모티콘을 구매하고 사용한다. 2016년 발표된 자료2)에 따르면 카톡 이용자 가운데 이모티콘 구매자는 2013년 500만 명에서 2016년 1400만 명으로 3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여성이 60%, 남성이 40%를 차지했으며, 연령대별 구입 비율을 보면 10대가 8.3%, 20대가 37.8%, 30대가 25.4%, 그리고 40대 이모티콘 구매율이 전체 2위인 2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중국의 상황은 어떨까? 얼마 전 발표된 <2016 QQ表情大数据(이모티콘 선호도 조사)> 내용을 보면 중국 메신저 사용자들의 경향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우리한테는 ‘QQ’로 잘 알려진 중국 메신저 기업인 텐센트(tencent)가 2016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QQ이용자들이 2016년 가장 많이 사용한 이모티콘은 (ㅋㅋ)으로 누적 사용 횟수가 303억 회나 된다고 한다. 비록 남녀 차이는 다소 있지만 중국 사용자들 역시 이모티콘을 애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에 널리 사용되는 캐릭터 이모티콘도 중국 메신저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데 중국의 이모티콘은 주로 무료로 제공된다. 위쳇의 경우 이모티콘 상점에 다양한 이모티콘팩이 저장되어 있으며 원하는 아이템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유료 이모티콘도 있지만 대부분 무료 이모티콘이나 대화 상대자가 보내준 이모티콘을 복사해서 사용한다. 한 자료에 따르면3) 위쳇 이모티콘 다운로드 횟수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유료 사용율은 0.01%에 지나지 않아 창작자의 수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무료 아이템이 많고 저작권 보호도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기존 이모티콘에 편집과 변형을 시도한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가 많아지는 추세로 저작권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어찌되었든, 현재 중국 이모티콘은 급속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野表情(Yě biǎoqíng)’은 정식 통로로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만들어진 다소 조잡한 형태의 이모티콘이라는 의미를 나타낸 野表情은 중국 사회를 풍자하거나 비판, 공격적 상황에서 활용되고 있다. TV 혹은 동영상에서 출연자들의 과장된 표정을 캡처한 사진 위에 유행어나 변형된 유행어를 추가해 이모티콘으로 사용하는 형태다. 이 가운데 ‘斗图(dòutú)’는 ‘斗嘴的图片(Dòuzuǐ de túpiàn)’으로 농담이나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라고 볼 수 있다. 4)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 인터넷에서 斗图처럼 강한 풍자성을 띠는 이모티콘이 중국 네티즌의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활발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B급 그림보다 촌철살인에 비견되는 의미심장한 메시지에 있다고 하겠다. 다행히 일반 대화나 공개 장소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유행어와 비아냥거림이 인터넷상에서는 어느 정도 허용되는 현실에서 억눌렸던 감정들을 이모티콘을 이용해 해소하고 있지만 사용자 자신이 지혜롭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斗图도 일시적 열풍으로 끝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풍자와 유머를 아는 네티즌이 이모티콘을 활용하여 중국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지적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미주 1) 表情(表情)은 표정이라는 의미인데 최근 인터넷에서 문자 대신 사용하는 그림문자인 이모티콘을 지칭하게 되었다. 2) http://news.tongplus.com/site/data/html_dir/2016/12/07/2016120701494.html 3) http://m.ikanchai.com/article/43510?from=singlemessage 4) 출처: www.baidu.com
박애양 | 중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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