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1  통권 180호     필자 : 김성민
[변화하는 중국]
중국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 제정의 목적과 의도

지난호에서 7개 장(章)과 54개 조(条)로 이루어진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의 전체 구성과 전반적 내용에 대해, 몇 가지 범주로 나누어 간략히 다룬 바 있다. 이번 호에서는 중국 당정이 이 법규를 제정하게 된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 안의 해외비정부조직들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보장해주고 그들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것이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의 목적임을 중국 당국과 관방(官方)학자들은 여러 차례 강변해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법안의 제정과 통과 이면에 존재하는 중국 지도부의 의도와 목적을 보다 적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래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한 동시적이면서 총체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 안의 로컬과 해외비정부조직, 시민사회에 대한 중국 당정의 일련의 정책조치

시진핑(习近平) 시기 중국 지도부의 기본 국가운영 기조와 지향은 당의 지배력/통치력의 제고, 의법치국, 국가안전/안보의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대(对)사회 통제관리(regulating civil society)정책은 이러한 국가운영의 기조에 연동되며, 그것의 일환으로 시민사회와 시민사회 안의 로컬/해외비정부조직들에 대한 정기적 그리고 비정기적 정돈작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2013년 봄과 여름, 당의 통치력과 중국의 정치•사회 안정을 위협한다고 간주되는 개혁적/체제 비판적 성향의 활동가, 변호사, 지식인, 언론인, 네티즌/블로거들에 대한 대대적인 핍박이 이루어졌다. 2013년 11월 18차 3중전회와 이듬해 1월 24일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을 주석으로 하는 중앙국가안전위원회 설립이 결정되었고, 중앙국가안전위의 출범에 발맞춘 2014년 초에는 티베트지역에서 활동하던 로컬과 해외비정부조직들에 대한 조직폐쇄가 단행된 바 있다. 그리고 2015년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300여 명의 인권 변호사들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기습 체포, 구류, 조사, 가택구금, 심지어 해외추방 등의 강력조치가 이루어졌다.
 

노동, 인권, 권리옹호(어드보커시, advocacy) 등 중국 안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영역에서 활동하던 로컬 비정부조직/중국인 활동가, 그리고 해외 기반의 비정부조직/외국인 활동가에 대한 탄압의 무수한 사례들 중 대표되는 ‘이런핑(益仁平)’의 루쥐(陆军)과 ‘Chinese Urgent Action Working Group(약칭 China Action)’의 피터 달린(Peter Dahlin)의 경우를 들 수 있다.
 

2006년 베이징에 설립된 이런핑 센터(Yirenping Center)는 공중보건, 노동, 인권 등의 문제를 다루는 중국의 대표되는 비정부조직으로 성장하였다. 해외로부터 막대한 후원금/기부금, 국제NGO들과 긴밀한 협력, 중국 안의 해외기반 비정부조직들과 다양한 네트워크 등으로 늘 당국의 주요 타깃이었던 이런핑은 결국 큰 시련을 맞게 된다. 2015년 3월 베이징의 사무실이 공안의 급습을 받게 되어 활동가들과 스태프들이 체포, 구금되었고, 정저우(郑州)의 사무실(Zhengzhou Yirenping Center) 역시 공안의 기습으로 두 명의 스태프들이 체포, 구금되었다. 이런핑의 공동설립자이자 중국의 가장 유명한 활동가 중 하나인 루쥔에 대해서는 강제추방 조치가 내려져 결국 그는 미국으로 가야만 했다.
 

홍콩에서 공상부문에 등록되었지만 홍콩을 넘어 중국 곳곳에서 법률지원, 법률교육뿐 아니라 정부당국에 의해 기소된 활동가들과 풀뿌리 단체들의 소송업무를 돕는 활동을 주로 하던 China Action은 2009년 중국인 변호사와 스웨덴인 활동가 피터 달린이 공동으로 설립하였다. 2016년 1월부터 수 개월에 걸쳐 이루어진 단속과 체포로 조직은 거의 분해되기에 이르렀다. 공동설립자 피터 달린은 이후 TV방송을 통해 강요된 거짓자백을 해야 했으며 최종 중국에서 추방되었다.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 제정-통과 이전의 일련의 정황과 흐름

시진핑 지도부 등장 이후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 제정-통과 이전까지 일련의 정황과 흐름을 되짚어보는 것 역시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의 목적과 의도를 파악하는 데 있어 요긴할 것이다. 당(党)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던 중앙국가안전영도소조와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의 기능을 통합하고 여기에 국무원 유관부처들과 인민해방군까지 포함하여 방대한 중앙국가안전위원회(약칭 국안위)가 구성된 후, 2014년 4월 중순 국안위 제1차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당 총서기이자 국안위 주석인 시진핑은 새로운 시기 중국 특색의 총체적 국가안전/국가안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치안전, 군사안전, 경제안전, 사회안전, 문화안전, 정보안전 등 11개 방면의 국가안전 체계에 대해 설파하였다.
 

방대한 중앙국가안전위원회가 출범하고 사회안전을 포함한 총체적 국가안전이 강조된 직후인 2014년 5월부터 7월 말까지, 중국 안에 존재하는 해외기반 비정부조직들에 대한 –전국 범위에서- 전면적이고 철저한 조사가 단행되었다. 이는 개혁개방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해외기반 비정부조직들에 대한 전무후무한 전면조사와 파악작업이 마무리된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12월의 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 1차 초안이 심의되었다. 기존의 <사회조직등기관리조례> 등이 해외비정부조직을 포괄하지 못하는 점에 대한 지적과 그에 따라 해외비정부조직관리에 대한 전국 성(省) 규범이 독립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은 2012년과 2013년에도 민정부에 의해 제기되었지만, 당•정(党政)이 본격적으로 관련 작업에 전면 착수한 것은 2014년 한 해 동안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 1차 초안 심의에 관한 사실이 민정부가 아닌 공안부에 의해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전인대 상무위 회의에서의 1차 초안 심의 사실에 대한 언급과 함께 당시 공안 부부장(副部长)은 –국내 사회조직의 경우와 달리- 해외비정부조직의 경우 민정부가 아닌 공안부가 등기와 감독·관리 업무를 맡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그와 동시에 공안 부부장은 해외비정부조직에 대한 규제와 관리의 필요성이 매우 시급한 이슈로 중요하게 부각된 것이 2013년 11월의 18차 3중전회였음을 언급하면서, 그 이후인 2014년 4월부터 공안부는 민정부와 국무원 기타 부처들과 협력하여 1차 초안 작업에 본격 착수했음을 밝혔다. 그런데 2014년 4월은 상술한 것처럼 중앙국가안전위원회 첫 번째 회의의 개최와 함께 시진핑에 의한 종합적/총체적 국가안전 강화에 대한 전면적 강조가 처음 제기된 시점이었다.
 

이를 통해, 해외비정부조직에 대한 등기와 감독·관리의 주체가 민정부에서 공안부로 바뀌게 된 파격적 결정이 국안위 제1차 회의에서 –아마도 시진핑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고, 공안부가 해외비정부조직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는 점과 함께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 제정 작업의 착수 시점이 국가안전의 강화를 최우선으로 설정하게 된 시점과 맞물려 있었음을 볼 때,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 제정의 근본 목적이 상당부분 드러난다.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과 유관 규범들과 연관성

(중국 안의 해외비정부조직을 포함하여) 시민사회와 시민사회 안의 다양한 사회집단과 조직들을 다루는 것에 관한 중국 당정의 의도와 전략은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 한 가지만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사회조직 규제와 관리와 관련된 여러 규범들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종합적 고찰을 거쳐야 비로소 그 전체상이 보다 온전히 파악될 수 있다.

최근 약 10여 년 동안, 중국 당국은 로컬 비정부조직들과 해외기반 비정부조직들을 규제하는 일련의 규범들을 체계화했는데, 그 규범들 중에서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과 함께 살펴보아야 할 것은 <중화인민공화국자선법(中华人民共和国慈善法)>(이하 자선법)과 <해외기구의 중국 안의 외환계좌 관리와 관련된 문제에 관한 국가외환관리국의 통지(国家外汇管理局关于境外机构境内外汇账户管理有关问题的通知)>(이하 통지)일 것이다.
 
2016년 3월 16일 제12기 전인대 제4차 회의에서 통과된 자선법은 중국의 자선/공익 관련 단체/기관들의 펀드레이징/모금 활동을 일정 정도 제한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정부 당국의 허가 없이 이루어지는 모금활동은 기본적으로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선법보다 앞서 2009년 7월 13일 국가외환관리국이 공포한 통지는 첫째, 중국 로컬 비정부조직들의 해외로부터 자금후원을 원천적으로 어렵게 하는 효과와 함께 둘째, 중국 로컬 비정부조직과 중국 안의 해외비정부조직 모두의 계좌를 손쉽게 모니터링/감시할 수 있게 해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당국에 공식 등록된 지정계좌가 아닌 다른 계좌로 해외기부금을 받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술한 바대로,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 역시 중국 안의 활동하는 해외비정부조직들의 계좌와 자금출처와 사용내역 등에 대해 공안기관으로 하여금 훤히 알 수 있도록 해주며, 해외비정부조직들의 중국 안의 모금활동, 지부설치, 그리고 후원자 개발/회원모집을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즉 해외비정부조직의 조직규모와 활동영역이 확대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자 하는 의도인 것이다. (그리고 아래에서 언급하겠지만, 이것은 동시에 중국 로컬 비정부조직들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통지, 자선법, 해외관리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규범들이 가지는 상호 연관성을 살펴볼 때, 이들은 모두 중국 로컬 비정부조직과 해외기반 비정부조직에 대한 효율적이고 종합적이면서도 체계적인 규제를 의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몇 가지 사항들에 대한 분석과 고찰을 통해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을 제정하고 통과시킨 중국 당정의 목적과 의도가 무엇인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해외비정부조직관리법의 시행이 중국의 시민사회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한다.

 





사진 | 바이두
김성민 | 동서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