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1  통권 180호     필자 : 유관지
[발행인통신]
‘공산당원은 신앙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중주》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달에 존 로스 선교사의 선교행적을 탐방하는 답사여행을 잘 다녀왔습니다. 그 답사여행에서 가슴을 깊이 찌르고 들어온 사실 가운데 하나는, 선교사의 부인과 자녀들 가운데 중국의 낯선 풍토와 환경 때문에 일찍 세상을 떠난 분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호 이 ‘발행인 통신’에서 소개한 존 로스 선교사는 부인과 네 자녀를 중국 땅에 묻었습니다. 동북지역에서 일하던 선교사들과 그 가족들이 여럿 묻힌 외국인 묘지가 잉커우(营口)에 있었는데, 지금 그 곳은 어느 고등학교(高中)의 운동장이 되어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 가운데, “맞아요, 집안 어른들로부터 거기 무덤들이 있었고 외국인들이 자주 찾아오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라고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세월이 더 흐르면 그렇게 증언해 주는 사람들 조차 없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묻혔던 분들이 뿌린 씨는 ‘선교중국’의 밑거름으로 값진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 답사여행을 하면서 선교에는 희생이 동반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음에 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왕쭤안 국장의 기고문
지난 달 하순, 국내의 매스컴들은 홍콩의 4대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명보(明报)> 6월 19일자에 게재된 글 하나를 비중 있게 보도했습니다. 그 글은 최근 발간된 중국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에 실린 중국 국가종교사무국 왕쭤안(王作安) 국장의 기고문이었습니다. 왕쭤안 국장은 중국공산당 18기 4중전회에서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중국의 유력 인사 가운데 하나인데, 각종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십여 년 전, 종교사무국 부국장이었던 시절부터 한국을 방문한 일이 있어서 우리에게는 전혀 낯선 인물이 아닙니다.
 

왕쭤안 국장의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공산당원은 종교적 신앙을 가져서는 안 된다.”라는 것입니다. 왕 국장은 “이는 전 당원에 해당되는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하고, “공산당원은 굳건한 마르크스•레닌주의 무신론자로서 당의 규율을 따르고 당의 신념을 유지해야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종교를 가진 당원은 사상교육을 통해 종교를 포기하도록 하고 그에 저항하면 당 조직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라고도 했고, “경제 발전이나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명목으로 당정 지도 간부가 종교를 지원하거나 관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중국 당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같은 주장을 해왔습니다. 2011년 12월 16일에 발간된 <구시>에도 이와 같은 내용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저희 《중국을주께로》에서는 그 글을 번역하여 “공산당원은 종교를 믿어서는 안 된다.”라는 제목으로, 《중국을주께로》 2012년 3/4월호(통권 제130호)에 올렸습니다. 찾아 읽어보시면 중국공산당의 종교정책 내지 종교에 대한 태도를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는 “사실상 당원이 종교를 가져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은 늘 변함없다. 이에 대해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이 원칙은 당의 마르크스(Marx, Karl Heinrich)의 변증법(辩证法)적 유물주의(唯物主义) 세계관(世界观)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당의 방대한 조직과 모든 당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분명히 이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 치라도 이 원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라고 단호하게 못을 박고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
왕쭤안 국장은 왜 이번에 다시 한 번 이 사실을 강조했을까요? 국내외의 중국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의 종교, 특히 기독교가 서구사상의 전파통로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왕쭤안 국장은 몇 해 전에 성탄절 전일에 국가종교사무국과 베이징시의 종교국 간부들과 함께 베이징시 차오양(朝阳)구의 교회와 쉬안우먼(宣武门)의 천주교 교회당을 방문해서 교인들과 간담을 나눈 일이 있는데 그때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했습니다. 또 하나는, 중국 당국은 지금, 오는 10월 말 시진핑(习近平) 2기 체제가 출범할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언론과 사상 통제의 고삐를 바짝 조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일환이라는 것입니다.
 

《중주》 가족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근본적으로 중국이 종교, 특히 기독교의 빠른 성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은 원래 종교에 대해, 특히 기독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공산당원은 종교를 믿어서는 안 된다”에는 “중국 역사에서는, 각양각색의 종교가 존재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종교 국가가 아니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무신론 전통이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이 제한적인 범위에서나마 종교활동을 용인한 것은 개방화의 정책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종교, 특히 기독교가 예상을 깨뜨리고 무섭게 성장하자 이를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공산당원의 숫자가 7000만 명인데 기독교인의 숫자는 가정교회 교인을 합하면 그를 넘어섰다는 보도가 오래 전에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또 애써 양성한 공산당원이 당적을 포기하고 기독교 신앙을 갖는 일이 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원저우(温州)를 비롯해서 기독교가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에서 당국의 견제가 유독 심하게 계속되고 있는 것도 그렇기 때문이고, 이번 왕쭤안 국장의 발표도 그런 위기감 때문입니다. 국내의 언론은 이번 성명을 ‘중국, 종교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의 타이틀을 달아 보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쓰여진 것을 ‘중국 종교, 특히 기독교의 계속 성장’이라고 읽을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변함이 없기 때문에
중국공산당과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나 글을 대할 때마다 저는 여러 해 전에 하늘나라로 가신, 중국 목사님 한 분이 들려 주신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중국공산당 운동 초기에는 사람들의 환영을 많이 받았어요. 이른바 ‘신교(身教)’라고 해서, 욕하지 않고, 때리지 않고, 빼앗지 않고, 나이 든 여자는 어머니 같이 대하고, 어린 여자는 누이동생 같이 여겼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수적으로 열세인 팔로군이 국부군(国府军)에 대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원인 가운데 하나가 거기에 있지요.”

중공군의 이런 모습은 한국 여배우 송혜교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태평륜(太平轮, 2015년 개봉)’이라는 영화에도 나옵니다, 6•25전쟁 때 서울을 일시 점령했었던 중공군도 그런 것 같았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목사님의 뒷말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들이 공산당에 대해 실망하고 있어요. 변했거든요. 부패가 말할 수 없이 심해요. 믿었던 공산당은 그 모양인데. 교회는 이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교회로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공산당이 교회를 돕고 있는 거죠. 허허.” 그 말을 생각할 때마다 중국 공산당이 힘써야 할 일은 엄포성 발표를 자주 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의 그 순수성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하면서, 교회는 변하지 않는 사랑을 보여주고, 공의를 세우고, 형제애를 실현하는 길을 변하지 않고, 흔들림 없이 걷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고는 합니다.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한국교회에는 중국의 국가종교사무국을 교회를 돕는 기관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국가종교사무국이나 시나 현(县)의 종교사무국 간부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그렇게 알고 정성을 다해 대접하며, 속사정과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며 환영하는 일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번 왕쭤안 국장의 발언은 사회주의국가들의 종교담당 부서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바르게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덥습니다. 평안한 마음으로 더위를 이기시며 여름의 남은 부분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 바이두

유관지|중국어문선교회 고문, 본지 발행인, 성화감리교회(분당)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