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6.27  통권 144호     필자 : 차하경
[딸기밭 처녀들]
세상이 변해도 우리는『중주』를 만든다


딸기밭 처녀 등극한 지 만 3년이 채 못 된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초보 편집자이지만 보람차고 아직까지는 재밌다. 그러나 채 3년이 안된 나의 편집 경력에는 잊히지 않는 대박 오타 사건이 있었으니, 때는 바야흐로 2012년 5/6월호. 특집제목에 오타가 나왔다. ‘한중수교 20주년, 선교중국을 생각한다’인데 선교중국이 ‘선교한국’으로 찍혀 나왔다. 아무리 보고 또 보고 봐도 오타였다. 쥐구멍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특집제목에서 오타가 나오면 (……),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스티커 작업을 할 곳이 많아도 너무 많아진다. 책이 완전 망가진다. 붙이고 오려내 더부룩해져 완전 다른 책이 됐다. 마지막 우체국 발송 작업 때까지 나를 괴롭혔다. 독자들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갔다. 감사하다.

딸기밭 가꾸는 자는 첫 독자의 기쁨을 누린다. 필자가 밤을 꼴딱 새운 흔적을 원고에서 발견한다. 생각의 생각을 거듭하며, 지우고 쓰고 지우고 또 새로 쓰고, 가장 적합한 단어를 찾느라 고심했을 필진들의 땀방울. 그 산고 끝에 흘린 땀 냄새를 맡는다. 행복하다.

편집 디자이너와 최종 레이아웃 작업을 한다. 눈알이 빠져라 교정한 원고에 디자인의 옷을 입힌다. 사진을 이리저리 배치해 본다. 크기를 조절한다. 가장 완벽한 곳에 그들을 놓는다. 그리고 글꼴을 찾는다. 예쁜 글은 예쁜 글꼴로, 때론 힘 있고 믿음이 좋은 글에는 그러한 글꼴을 찾아 의미를 부여한다. 한 자의 오타라도 허용하지 않겠다고 눈에 불을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헉! 하나님은 내가 더 꼼꼼해지기를 바라시나 보다.

잉크냄새 폴폴 풍기는 종이잡지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린다. 고단했지만 이 작업을 사랑했다. 이제 웹진 발간으로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작업이라 아쉬움이 크다. 잉크냄새를 맡을 수 없는 것 역시 아쉽고 그리울 것이다. 종이 잡지야, 미안해. 고마워.

출근해서 컴퓨터의 전원을 꾹 눌러 부팅하는 순간부터 자판기를 토닥토닥 두드리며 검색삼매경에 빠진다. 지식정보를 찾는 일에 집중한다. 이제는 컴퓨터 자판만 두드려 검색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의 자판도 또닥또닥. 이럴 땐 나는 영락없는 디지털 시대 맨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인터넷과 모바일 속의 정보들. 문득 이들 기계의 편리함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디지털 시대의 요청도 거스를 수 없고, 아날로그 감성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웹진 『중주』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어령 교수는 “지식정보의 신개념은 독점보다는 나눔이, 경쟁보다는 협력이, 그리고 폐쇄보다는 개방이 우선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 웹진 『중주』도 독자들과 함께 중국선교와 선교중국을 나누고, 협력하며, 참여하며 나아가길 소망하며 기대한다.

아울러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지혜롭게 잘 활용하는 디지로그 시대의 편집자가 되길 기도한다. 또한 ‘편집간사에 대한 자부심’, ‘선교현장 변화에 대한 민감성’, ‘미래 선교의 패러다임을 읽을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춰야겠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이 모든 것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비로소 ‘아버지의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 저랑 함께 일해 주세요.



차하경 | 본지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