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8.2  통권 0호     필자 :
爲虎作倀(위호작창)
범을 위해 창귀(倀鬼)가 되다
무더운 여름날이니 귀신 이야기 하나 하자. 옛날 마증(馬拯)이라는 서생이 남악(南嶽) 형산(衡山)을 구경하다가 유람에 심취한 나머지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어둑한 산길을 허겁지겁 내려가다 사냥꾼이 설치한 큰 함정에 빠질 뻔 하였는데, 마침 나무 위에 슴어있던 사냥꾼이 나타나 구해주며 말했다. "이 함정은 내가 범을 잡으려 설치해 놓은 것이오. 이곳은 범이 아주 많아 매우 위험하니 나와 함께 나무 위에서 하룻밤을 지내도록 합시다." 
   마증이 사냥꾼의 호의에 감사하며 나무 위에서 잠을 잤는데, 한잠중 사람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어났다. 아래를 굽어보니 남녀노소 수십 명이 다가오는데 그 중 한 사람이 함정을 발견하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 누가 함정을 파서 우리 대왕님을 해치려고 한다!" 그러자 모두들 달려들어서 사냥꾼이 만든 함정을 다 망가뜨리고 지나가버렸다. 마증이 사냥꾼을 급히 깨워 이 일을 이야기했더니 사냥꾼이 말했다. "그것들은 창귀들이오. 본래는 범에게 잡혀 먹힌 사람들인데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창귀가 되어 범에게 봉사하는 것이오. 범보다 먼저 길을 가면서 장애물을 치우기도 하고 사람을 유인하기도 하지요. 그 창귀들이 말한 대왕은 바로 범을 가리키는 것이오." 사냥꿈은 창귀들이 지나갔으니 곧 범이 나타날 것이라 말하고 급히 내려가 함정을 다시 수리하고 쇠뇌를 설치했다.
   과연 얼마 되지 않아 집채만 한 범 한 마리가 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나더니 사냥꾼의 함정에 빠져 발사된 쇠뇌에 맞고는 쩌렁쩌렁한 울음소리를 토하며 죽었다. 그러자 그 울음소리를 듣고는 창귀들이 급히 돌아와 죽은 호랑이 앞에서 "누가 우리 대왕을 죽였는가!"라 부르짖으며 호곡을 하였다. 마증이 분노하여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이 어리석은 창귀들아! 너희는 본래 범에게 잡혀 먹힌 자들이 아니냐? 어떻게 지금까지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죽은 범을 위해 곡을 하는 것이냐!" 창귀들은 그제서야 비로소 자신들이 섬기던 대왕이 자신들을 잡아먹은 범이었음을 깨닫고 마증에게 감사하고 물러갔다.
   '위호작창'은 악한 자를 도와 나쁜 짓을 일삼는 자들을 비유하는 성어이다. 곳곳에 창귀들이 날뛴다. 공권력을 앞세워 무고한 민간인을 사찰하고 그의 평온한 삶을 도륙해버린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창귀들은 대체 어떤 대왕을 위해 그토록 악착같은가!


2010년 7월 12일자 방송대 학보에 실린 김성곤 교수님의 글이다.

지난주부터 선교회 주변에 공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주변 사무실들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진행을 하는 모습이 영 보기 않 좋다.
전세로 장사를 하고 있던 건물이 강제로 철거되었고 끝까지 싸우지 못하고 모습을 감추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자니 이 글이 어딘가 모르게 맞지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의식은 참 중요하다.
작년 이맘때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는 왜 민간인의 평온한 삶을 도륙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