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2  통권 274호     필자 : 문창선
[선교일언]
이주민 가족의 신앙과 지역교회의 사명

오늘날 이주민은 더 이상 개인의 이동에 국한되지 않고, 가족 전체가 국경을 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여성 이주 비율의 증가로 이주민 가족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졌으며, 생계를 위한 다국적 이주는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 가족 구성원이 물리적으로 분리되고, 정체성과 소속감의 위기를 경험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주민 가족은 이중 문화, 언어 장벽, 신분 문제, 경제적 부담, 차별 등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에 쉽게 노출된다. 특히 자녀는 부모의 문화와 수용국의 문화 사이에서 혼란을 겪으며, 세대 간 갈등 역시 빈번하게 발생한다.

경제적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가정 내 갈등, 정신질환, 가정폭력, 이혼 등의 문제가 더욱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어려움은 이주민 가족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규범의 차이, 지원 체계의 부재, 교육적 불균형 등은 부모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깊은 영향을 끼친다. 부모가 장기간 부재하거나 양육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할 경우, 자녀는 정서적 불안정과 사회적 고립을 경험할 수 있다. 수용국의 교육 제도와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민 부모는 자녀의 학교생활을 충분히 지원하기 어렵고, 이는 자녀의 정체성 형성과 학업 성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주 과정에서 경험하는 차별, 언어 장벽, 제도적 배제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삶은 물론, 가족 전체의 기능과 유대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역교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교회는 단순한 신앙 공동체를 넘어, 고향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주민들에게 새로운 가족의 역할을 감당하는 대안 공동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이주민을 섬기는 지역교회는 신앙 공동체인 동시에 가족 공동체로서 기능을 수행해야 하며, 담임목회자는 종종 영적 아버지 또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게 된다. 교회는 이주민 가정 내 문화적 갈등을 중재하고 세대 간 대화를 도우며, 이들이 영적으로 회복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폭력이나 학대 등으로 인해 고립되기 쉬운 여성과 자녀들에게는 정서적 지지와 실질적 도움을 주는 사역이 필수적이다.

가정은 신앙 형성과 전수의 핵심 공간이다. 특히 이주민 가정의 경우, 교회와 가정에서 함께 신앙을 형성하고 가꾸어 가는 구조가 필요하다. 지역교회는 이주민 자녀의 신앙 교육과 부모의 역할 회복을 도우며, 가족 전체가 신앙 안에서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사역에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배우자와 분리된 이주민 가정, 미등록 이주민, 난민 가정에 대한 세심한 돌봄과 상담 역시 중요하다. 이민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족 해체의 위기 앞에서 교회는 치유와 회복의 공간이 되어야 하며, 기독교 공동체로서 가족 기능을 보완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사역이 요구된다.

특히 한국교회는 이주민 가족을 향한 목회적 돌봄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주민의 종교적 정체성은 종종 가족 내부의 신앙 전통 속에서 형성되며, 이들은 자신들의 문화와 신앙을 유지하고 자녀에게 전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교회는 이러한 전통을 존중하되, 복음 안에서 새로운 공동체적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선교적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언어, 문화, 세대에 따른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이주민 가족이 신앙 안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공동체의 포용력을 확장해야 한다.

이주민 가족을 향한 사역은 단순한 복지 지원이 아니다. 이는 오늘날 기독교 선교가 놓치고 있던 가족 중심의 관점을 회복하고, 교회가 공동체로서 본질을 실천하는 선교적 행위이다. 교회는 이주민 가정을 통해 오히려 수용국 사회에 기독교적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새롭게 일깨울 기회를 가진다. 가족의 정서적 건강과 관계적 안정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주민을 섬기는 교회 전체의 영적 역량과 지속 가능성에 직결된다.



가정의 달을 맞이하며, 지역교회가 이주민 가족을 위한 섬김과 동행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주민의 삶과 신앙, 그리고 가정이 겪는 복합적 현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들과 함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 <디아스포라 신문> 5월호(Vol. 47)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습니다.






▦ 사진 출처 | 픽사베이
▦ 문창선 선교사 | 위디국제선교회 대표, <디아스포라 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