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3.3  통권 271호     필자 : 쑨양
[선교나침반]
"차별화"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딥시크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흙수저 마윈(馬雲)의 성공 이후 수천, 수만의 ‘마윈 키드’가 등장한 것처럼 ‘딥시크 키드’가 대거 등장할 가능성 크다.” 

전병서 중국경제연구소장이 지난 2월 9일 한국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딥시크 이후 중국의 기술 발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의 봉쇄가 강화될수록 제재의 역설이 작용하면서 AI 생태계가 진화했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의 AI,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이유를 꼽았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는 이미 중국의 ‘식칼 신공’에 모두 구멍이 뚫렸다. 회칼이 없으면 식칼로라도 만들어내는 기술 근성이다. 그간 미국이 실시했던 미국의 대중국 14나노(nm)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 18nm D램, 128단 낸드, AI 반도체 수출 통제가 이뤄지면서 오히려 제재의 역설로 작용했다.”

딥시크는 개발과 운영 비용을 혁신적으로 절감했다. 작업량을 축소하고 데이터 학습도 효율화에 집중했다. 컴퓨터는 32개의 0 또는 1, 즉 32비트의 부동소수점으로 표현해 연산한다. 딥시크는 이걸 압축해 8비트로 확 줄였다. 데이터가 간단해지고 연산이 빨라진다. 자연스럽게 메모리 사용량도 줄어든다. 고성능 칩이 필요 없다. 데이터 사용료도 감축된다. 연산이 빨라지는 대신 정밀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딥시크는 메모리 사용량을 75% 줄이면서도 정확도를 해치지 않았다. 기존 빅테크의 AI 모델은 모든 영역을 활성화해서 답을 내놓지만 딥시크는 ‘전문가 혼합(MoE·Mixture of Experts)’ 모델을 선택했다. 즉. 자신의 학습 데이터를 여러 전문 영역으로 구분해 나눠 두고 질문이 들어오면 해당 특정 영역만 활성화해 답한다. 

“앞으로 출시하는 대부분의 전기차에 딥시크와 협업해 만든 자율주행 시스템 ‘신의 눈’을 탑재하겠다. 이 자율주행차의 가격은 단돈 6만 9,800위안(한화 약 1,380만 원)이 될 것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인 중국 비야디(BYD)의 왕촨푸(王傳福) 회장이 2월10일 선전 본사에서 열린 전략발표회에서 이처럼 밝혔다. 딥시크가 고성능 추론형 모델 ‘딥시크-R1’을 공개해 세계를 뒤흔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BYD 외에도 완성차 업체 10개, 차이나모바일을 비롯한 중국 3대 통신 사업자, 화웨이, 위챗 등 중국 기업 약 200곳이 딥시크를 활용해 자사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딥시크다. 미국의 대중 무역규제로 인해 딥시크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 확보보다는 저사양 칩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일반적으로 제약 조건이 적을수록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양손을 활용하는 사람이 한 손만 사용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딥시크는 불리한 조건을 오히려 혁신으로 승화시킨 경제 원리의 또 다른 차원인 셈이다.

중국 AI 경쟁력은 시장, 특허 점유율, 다양한 인재 등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오래전부터 영재교육에 힘썼다. 일찍이 중국 과학기술대의 경우 IQ가 아닌 EQ로 학생을 선발하고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 등 인문학 교육을 받게 했다. ‘중국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중국 AI 칩의 대명사 한무기(寒武紀·Cambricon)는 16세에 중국 과기대 영재반에 입학한 1985년생 CEO 천톈스(陳天石)가 창업한 회사다. 딥시크는 17세에 대학에 들어간 1985년생 수학 천재 CEO 량원펑(梁文鋒)이 만들었다. 중국의 대입제도가 과학기술의 새로운 부흥 시대를 열고 있다. 정부와 대학의 협력을 통해 미래의 먹거리를 선도할 인재들이 양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간 1,200만 명의 대졸자 중 600만 명이 이공계다. 이러한 이공계 인재가 중국 AI 기술 생태계의 중추다. 2022년 기준 세계 최고 AI 인재의 47%가 중국에서 왔다. AI 관련 논문의 인용 비중도 중국이 미국을 추월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MIT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와 보스턴대학 파스쿠얼 레스트레포 교수는 고령화가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높인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는 기술 개발 방향이 다르다는 것. 고령화가 진행된 국가는 노동력 부족으로 로봇처럼 노동을 대체하는 자동화 관련 기술을 개발하려는 동기가 강해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국가는 노동집약적인 기술에 안주하기 쉽다. 결과적으로 자동화 기술을 발전시킨 고령화 국가의 경제성장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 [AP/뉴시스] [AP/뉴시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3인. 왼쪽부터 다론 아제모을루 MIT 교수,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제임슨 로빈슨 시카고대학 교수  


K팝, K드라마 등 K컬처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구가했던 이유가 뭘까?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과거 K컬처는 중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한령으로 중국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 때문에 K팝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했고, 결국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만일 K팝이 한한령이 없이 중국 시장에만 안주했다면 어떠했을까? 물론 어느 시점에 다른 시장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한한령이라는 제약이 대안을 빨리 찾게 됐고, 제약이 더 큰 성공으로 이끈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올해도, 내년도 아니 앞으로도 중국교회와 크리스천은 사회주의 중국 체제 아래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할수록 녹록지 않은 환경에 노출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교회와 크리스천은 선택해야만 한다. 세상의 도전에 진실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참된 진리로 대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당황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일상의 삶과 변증을 통해 기독교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중국 정부는 늘 관찰할 수 있는, 체제에 순응하는 중국교회와 크리스천을 기대하고, 그렇지 않을 때 법이라는 잣대를 들여대고 끝 모를 처지로 특히 교회 지도자들을 몰아세우고 사회와 자연스럽게 단절시키려고 할 수 있다. 교회와 크리스천을 향한 불리한 조건은 언제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종교정책에 따른다면 조용히 지켜보겠지만 조금이라도 엇나가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숨겨놓았던 발톱을 드러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차별화된 고백적 크리스천들의 모임체가 돼야 한다. 

소금으로서 중국 사회와 문화를 향해 그 맛을 내야 한다. 또한 빛으로서 사람들이 넘어지거나 방향을 잃지 않도록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크리스천들은 삶이라는 통로를 통해 하나님을 중국 인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보여주어야 한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에게 주시는 놀라운 변모와 열매에 대한 약속이 풍성히 담겨 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하나님께서는 엄격한 현실 검증에 대해서도 언급함으로 구속받은 크리스천들도 넘어질 수 있음을 말씀하신다. 요한복음 3장 7절에서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거듭나야 하겠다”라고 말씀하셨다. 거듭난다고 해서 단번에 성숙하고 승리한 완전체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천의 삶은 영적인 완전함을 향해 나아가는 부침이 있는 여정이다. 불의를 거둬내고 정결을 거쳐 성화의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최종적인 여정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완성될 것이다. 진정한 크리스천이라면, 참된 구속의 은혜를 받은 사람이라면 이 땅에서도 다가올 삶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비춰주어야 한다.

크리스천은 거듭난 새로운 삶을 고백하는 자연인이다. 따라서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향후 중국에서 기독교 신앙을 비판거리로 만드는 크리스천의 잘못된 행동 사례들이 개인적·교회적 차원에서 널리 알려질 수 있을 것이다. 크리스천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전하는 일이 흔히 있고, 특히 부정적으로 비치게 하는 일은 비일비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 크리스천의 차별화가 확연해질 것이다. 크리스천의 항체를 보여주어야 한다. 외부의 힘이 작용해야 하는 다른 집단과는 달리 교회와 크리스천은 스스로 교정할 수 있는 내적 장치들이 있음을 드러내야 한다. 



크리스천들은 지역교회와 가정의 울타리 밖에서도 자신을 바로 세우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크리스천의 정직성과 교회의 공동선 보호를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할 때가 왔음을 인지하고 진리를 품은 담대한 믿음으로 완전한 복음과 불완전한 인간 사이에서 크리스천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차별화는 그것으로 시작되고 완성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 같은 교회와 크리스천에서 중국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바를 찾게 될 것이다. 여전히 지속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신실하게 따르기 위해 애쓰는 중국교회와 크리스천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겸손하게 예수님이 보여주신 삶의 모범을 따르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린다. 






▤ 사진 출처 | (위) https://v.daum.net/v/20250209154401513
(가운데)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1014_0002919785 (아래) 픽사베이 
▤ 쑨양 | 중국인 사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