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3  통권 260호     필자 : 유관지
[발행인통신]
한 백지생(白紙生)의 화합본성경 필사 이야기

겨울이 지나게 하옵소서

<중주> 가족 여러분, 주님의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음력 2월을 봄이 한창인 때라는 뜻으로 중춘(仲春)이라고 하는데 음력 2월이 이제는 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이상하게 성경에는 ‘봄’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봄비’라는 말이 두 군데 나올 뿐인데요(욥 29:23, 슥 10:1), 아마도 팔레스타인 지역 기후의 특성과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신 성경에는 아주 아름다운 봄의 노래가 하나 나옵니다. 아가서 2장 10절에서 13절까지에 실려 있는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 피고 새가 노래할 때가 이르렀는데 
비둘기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을 피워 향기를 토하는구나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가 바로 그것입니다.

4월을 맞이하여 이 노래를 일부러 찾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중국교회가 보내고 있는 겨울이 어서 지나게 해 달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이어서 중국의 교회와 성도들 그리고 중국선교에 힘쓰고 있는 사역자들이 겨울과 비를 잘 이기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우리가 지금의 어려움을 잘 이기면 곧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고, 새의 노래와 비둘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무화과 열매도 먹을 수 있을 것이며 포도나무가 토하는 꽃향기에 젖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소망을 품고 일어나서 함께 가는 동역자요, 가족입니다.

왜 중국어성경을 필사하나?

지난번에 한 번 간략하게 말씀을 드렸는데 저는 3년 반 전에 중국어성경 필사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그 중간보고를 하려고 합니다. 이실직고(以實直告)를 하면 저는 중국어를 할 줄 모릅니다. ‘아니 중국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중국어문선교회와 같은 중요한 단체의 고문직을 가지고 있고 <중국을주께로>의 발행인 책임을 맡고 있단 말이야?’ 하실 분들이 계시겠는데 사실대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분들에 대한 대답으로 중국의 복음화에 대한 열망은 오래전부터 뜨겁게 가지고 있고, 중국의 그 많은 영혼이 구원받기를 바라는 마음도 마찬가지라는 말씀을 자신 있게 드릴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천자문을 배웠기 때문이겠지만 한자는 매우 친근하게 여겨지고 익숙하게 이용하는 편이기는 합니다.

제가 중국어성경을 필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중국선교의 한구석을 지키고 있다면, 또 중국의 영혼을 사랑한다면 무엇인가 구체적인 표현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2021년 연말부터 매일 새벽에 한 시간씩 필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10개년 계획으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뭐, 10년씩이나 걸려?’ 하실 것인데 이것은 합리적인 계산을 거쳐 나온 수치입니다. 앞에서 하루에 한 시간을 필사한다고 했는데 한 시간에 필사할 수 있는 분량은 반 페이지 정도입니다. 먼저 한글성경과 대조하며 내용을 대강 파악하는 시간과 정리하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 필자가 필사 중인 중국어성경
 

제가 대본으로 삼고 있는 ‘성경전서 화합본’은 구약 1,053쪽, 신약 346쪽, 합해서 1,399쪽입니다. 하루에 반쪽씩 필사하고 있으니까 이것을 필사하려면 2,798일, 8년 가까이 걸립니다. 그런데 새벽에 성경을 필사하지 못하는 날도 꽤 있습니다. 제가 원로목사로 있는 교회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주일낮예배의 설교를 하고 있는데 이 설교 준비는 반드시 새벽에 합니다. 새벽은 정신이 가장 맑고 집중이 잘 되고 영성이 예민해지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필사하지 못하는 시간을 뺀다면 아마 10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2021년 말에 시작한 성경 필사가 아직도 모세오경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내 나이가 올해 망구(望九, 81세)인데 하나님이 부르시기 전에 필사를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닙니다.

앞에서 성경전서 화합본을 필사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화합본이 어떤 번역인가 알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중국어 성경과 번역의 역사》(송강호 저, 도서출판 모리슨 간)라는 책을 보내준 동역자가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작년에 중국 양회(삼자와 기독교협회)에서 낸 《중국기독교회사》의 한글 번역본이 나왔는데 여기의 제6장 “20세기 전반기의 기독교”에 “제2절 화합본성경의 번역과 출판”이 들어 있어서 화합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글성경에서는 개역개정본이 표준이 되어 있는데 중국어성경에서는 화합본이 그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도서출판 모리슨에서 펴낸 ‘병음해설 한중성경’을 가지고 필사했습니다. 병음표기가 되어 있어서 발음도 익혀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창세기 몇 장도 지나지 않아 나 같은 백지생(白紙生)에게는 그것은 어이없는 과욕임을 알고 서점에 가서 한자만 있는 성경을 다시 구입했습니다. 필사를 하는데 재미도 있고 동시에 부담을 주는 것은 인명, 지명 등 고유명사입니다. 필사를 통해 얻는 또 하나의 소득은 간체자(簡體字)를 익힐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드릴 말씀이 많은데 그런 이야기들은 다음 보고 때 드리겠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저는 중국 영혼들을 사랑하는 마음의 구체적인 표현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데요, <중주> 가족들께서도 중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무엇인가 구체적인 것으로 표현하고, 또 그것을 서로 나누며 중국복음화의 동역자로 유대감을 굳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호는 중국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기획글로 다루었습니다. 좋은 글을 주신 김종구 선교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중주> 가족 여러분께 좋은 일이 넘치기를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위)
유관지 | 중국어문선교회 고문, 웹진<중국을주께로> 발행인, 용산감리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