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3  통권 256호     필자 : 이바나바
[선교일언]
장소의 개념을 뛰어넘는 예배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서 성전의 의미는 굉장히 중요했다. 회막을 원형으로 하는 성전은 하나님께서 그들 가운데 거하시며 왕으로 통치하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온 우주에 충만하신 하나님께서 결코 성전에 제한되는 분은 아니시지만, 하나님 스스로 그렇게 자신을 낮추시고 그들 가운데 오셔서 그들과 만나고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었던 분이셨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성전이라는 건물 자체를 너무 우상시해 버렸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않음으로써 결국 하나님께서는 이방인을 통해 자신의 임재를 상징하는 성전이 파괴되도록 내버려 두셨다. 그리고 자기의 백성들이 이방 땅에 노예로 끌려가는 징계를 내리셨다.

포로가 되어 이방 땅에 살다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온 그들은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을 다시 건축했다. 성전이 파괴되고 무너졌다는 것은 자신들의 믿음과 신앙이 무너졌다는 것이고, 성전을 다시 세운다는 것은 자신의 믿음과 신앙, 예배가 회복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전을 세운다는 것은 그들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그 후에도 이스라엘의 역사에서는 성전의 파괴와 세워짐은 반복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요한복음에서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을 만났을 때 했던 대화 내용을 알고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산에서 예배하였는데 당신들의 말은 예배할 곳이 예루살렘에 있다 하더이다”(요 4:20)라고 여인이 말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여자여 내 말을 믿으라 이 산에서도 말고 예루살렘에서도 말고 너희가 아버지께 예배할 때가 이르리라”(요 4:21)라고 하시며, 장소를 물은 여인에 대해 때를 말씀하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면서 다시 하시는 말씀은,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나니 곧 이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요 4:23-24)라고 하셨다. 어떠한 예배장소가 더 중요한지를 알고 싶어 물었던 질문에 대해 예수님은 마치 동문서답하시듯 예배의 때와 자세를 말씀하신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예배를 드리는 장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예수님의 대답에서 예수님은 장소의 개념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시지 않으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이 예배할 때이며, 예배하는 자의 마음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셨다.

한국에서 나서 어릴 때부터 교회 생활을 해 왔던 필자는 당연히 한국적 사고에 젖어 예배는 교회 예배당에서만 드려야 되는 줄 알았다. 교회가 마치 성전과 같은 존재였다. 아직 중국선교가 무엇인지도 잘 모를 때 얼마나 무지했으면 중국의 신자들이 ‘지하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했을 때, 정말 지하실에서 예배를 드리는 줄 알았다. 그만큼 우리는 예배의 장소가 중점이 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리고 선교사가 되어 중국에 갔을 때, 건물이 있는 삼자교회에서 수많은 사람이 예배를 드리는 것도 보았지만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신들이 사는 집에서 적게는 5-10명, 많게는 수십 명이 함께 예배하는 모습을 보았고, 나중에는 내가 사는 집(아파트)이 그렇게 많은 학생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는 장소가 되었다. 화려하지 않고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기타 하나로 우리는 그렇게 감격하며 마음껏 찬양하고 기도하며 예배를 드렸다. 그 당시 우리가 사는 곳은 방음이 잘 안 되어 옆집의 소리가 다 들리는 수준의 아파트인지라 예배를 드릴 때마다 마음을 졸이기도 했지만, 그런 중에도 은혜롭고 감격스러운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이것이 중국의 지하교회이자 가정교회의 모습이었다. 장소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고 우리가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있음이 감격이었다. 당시에도 중국 정부의 감시와 압박이 엄연히 있었지만 중국 곳곳에서 우리는 그렇게 담대하게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더더욱 장소가 중요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올해 9월 1일부터 중국에서는 ‘종교활동장소관리조치(종교활동장소관리방법, 宗教活动场所管理办法)’이라는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도 종교, 그중에서도 기독교를 탄압하고 제한하기 위한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 그래도 어려운 중국 상황에서 더 압박이 가중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많이 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우리 중국 형제자매들은 지혜롭게 대처해 나갈 것이다.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우리의 형제가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주께서 중국교회를 긍휼히 여기시고 더욱 강한 믿음과 지혜를 주셔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장소를 뛰어넘는 예배가 중국 땅 가운데서 더 풍성하게 그들 가운데 있기를 간절히 간구한다.

* 이 글은 (2023년 가을 통권 91호)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였습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이바나바 | 중국대학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