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의 투 트랙외교(비공식 루트를 통한 교류(외교), 이하 투 트랙외교)는 50년 전의 궤적을 되새기며 관례와 틀을 깨고 공식적인 외교로 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중미관계는 복잡하지만 핵심 문제는 혁신과 용기로서 포퓰리즘과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국익을 확장해야 한다.
포스트 혐중(嫌中) 시대, 미국은 현재 전쟁의 위기에 처한 고통을 넘어 중미 협력의 상생의 기쁨을 맞이하려고 한다.
미국 외교의 대부이자 전 국무장관인 키신저는 최근 중국의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오찬을 갖고 많은 중요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오늘날 중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이는 중요한 투 트랙외교의 돌파구로서, ‘산이 막히고 물줄기가 끊어져 더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버드나무 그늘 우거지고 꽃이 핀 곳에 또 하나의 마을이 나타나는 것처럼’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70년대에 얼어붙었던 중미관계를 깨고 발전시켰던 키신저는 올해 100세를 맞았지만 경이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현재 중미관계의 매듭을 풀기 위해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비록 키신저가 공직에 있지 않고, 공화당의 당 기구 내에서도 주류(主流)는 아니지만 그의 원로로서 지위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베이징 정부의 신임을 얻은 키신저의 언행일치와 역사적 지혜를 이해하면 중미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미의 문제는 사실 신뢰도의 부족이다. 현재 미국 국민들의 기대치가 역사상 최저치에 이른 바이든은 시진핑과 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해빙’ 발언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바이든은 중국의 정찰 무인 풍선이 발견되어 미군에 의해 격추된 ‘풍선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중미관계는 미국 내정의 심각한 균열의 피해자가 되어 늘 희생양 역할을 하게 됐다. 그러나 키신저의 힘은 바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역사적 지위로, 현 권력자들에게는 차단된 외교 채널 밖에서 다른 궤도를 찾도록 독특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투 트랙외교의 특징이다. 하나의 트랙이 일을 추진할 힘이 없을 때, 다른 하나의 트랙은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对)중국 외교의 딜레마는 국익과 선거 정치의 모순 그리고 상업적 이익과 선거 이익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어느 쪽도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막상막하였던 바이든과 트럼프는 둘 다 약속이나 한 듯 중국 카드를 꺼내 들고 중국을 악마화하여 ‘내정간접’에 눈을 돌리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량은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근본적 국익에도 위배되며, 특히 기업계와 첨단기술 분야에서 불만을 제기했는데, 이는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됐으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공급망이 결점을 보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키신저의 방중 이전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와 테슬라의 창립자 머스크가 연이어 중국을 방문했는데 두 사람 모두 수준 높은 환대를 받았다. 이는 미국 기업이 이에 반대하며 더 이상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지 말고, 두 강대국의 협력으로 진정한 해법을 찾자는 것을 보여준다. 백악관이 최근 민주당 원로이자 전 대통령 후보자 존 케리를 베이징으로 파견해 협상하면서 양측 모두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치 문제 외 현재의 교착 상태를 확실히 돌파하기 위해 전문적인 협력 조직을 모색했다.
한편 미국을 괴롭히는 ‘마약 재앙(毒祸)’에도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신종 합성 마약인 펜타닐(Fentanyl)의 유행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수가 증가해 지난해에는 7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주요 도시도 함락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필라델피아에 이르기까지 도심은 마약 중독자들의 소굴로 전락했으며, 일부 대학 캠퍼스도 피할 수 없었다. 차기 대선에서 이는 분명 바이든에게 악몽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은 기승을 부리는 마약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며, 펜타닐의 원료가 중국에서 멕시코와 라틴 아메리카를 거쳐 헤로인보다 50배 더 독성이 강한 마약을 만든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은 외지로 운송하는 모든 원료는 엄격한 인증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중상모략은 용납될 수 없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결국 펜타닐의 위기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악성 종양이 됐다.
하지만 최근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전해졌다. 미국이 중국 공안의 지원을 받고 미국과 중국의 마약 퇴치 협력을 구현하려면 오래전 신장(新疆)지역 공안기관에 대한 제재 정책을 풀어야 중국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 분야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미 양측도 반드시 적개감을 해소해야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키신저 현실주의의 정수이기도 하다. 1971년 그는 혼자 베이징을 방문했는데 대외적으로는 파키스탄에서 배앓이로 며칠 쉬어야 한다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베이징으로 가서 저우언라이(周恩来)를 만나 닉슨 대통령의 방중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미국 국무원의 관례와 틀을 깨고, 공식적인 외교로는 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오늘날의 중국과 미국의 정세는 50여 년 전보다 더욱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 문제는 혁신과 용기이다. 국민의 분열과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중대한 국익의 문제를 확보하려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미국 외교체제의 정책 입안자들은 모두 일찍이 키신저의 작품을 주의 깊게 읽었으며, 그의 현실주의 정신에 영향을 받은 그들은 미국이 중국과 장기적인 적대감으로 인해 초래된 고비용의 위기에 빠져서는 안 되며, 중미 핵전쟁의 높은 대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키신저의 진지한 가르침은 핵 시대의 ‘공포의 균형(제2차세계대전 이후 동서양 진영의 공존이 단순히 힘의 균형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태_역자 주)’이 여전히 평가하기 어려운 논리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포스트 혐중 시대의 중미 이미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현재 전쟁의 문턱에 들어서 있는 고통을 넘어 중미 협력의 최소한의 기쁨을 맞이하자는 것이다.
사진 설명 및 출처 | 중국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지난 7월 19일 베이징에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출처 | <亚洲週刊(아주주간)>2023年31期 (2023/7/31-8/6) 번역 | 노은혜·본웹진 중국어자료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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