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중국의 청사진 실체를 대내외적으로 공표하는 정치 시즌이 시작된다. 오는 3월 4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两会),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시진핑(习近平) 집권 3기의 공식 출범을 알리면서부터이다.
지난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통해 시진핑 총서기를 비롯한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등 최고 지도부가 구성된 데 이어 이번 전인대에서 국가주석, 총리, 전인대 상무위원장, 정협 주석 등 국가 수장들의 임명이 완료되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주요 경기부양책 등 국정 운영 방향이 속속 드러날 것이다. 지난해 말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을 폐기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뒤 그동안 어수선했지만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이번 양회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끌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5% 내외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국내외 경제활동을 어떻게 이끌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나갈 것인지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전인대에서 결정할 국가기구 개편이다. 미국과 갈등지수가 점점 높아지는 와중에 과거보다 더욱 강력한 ‘당정(党政)통합’ 내지 ‘당정일치’를 통해 국가기구 관리와 대민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공안, 대테러, 방첩, 민정 등 국가 안전업무를 총괄하는 당 중앙 직속기구가 출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와 관련해 홍콩 명보(明报)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공안부 기능을 국무원 산하가 아닌 당 중앙 직속으로 신설될 것으로 보이는 ‘중앙내무위원회(가칭)’에 편입시키고 위원장에 시진핑 측근인 왕샤오훙(王小洪) 공안부장을 앉히는 한편 국무원 산하 일부 금융기관을 축소, 병합 내지 해체해 당 관리 체제를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금융정책 결정권과 금융기관 인사권을 모두 갖는 막강한 금융 권력기관이 탄생할 수도 있다. 지난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존재했던 당 중앙 중앙금융공작위원회를 부활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지난 1월 왕 부장은 “엄격한 기조, 엄격한 조치, 엄격한 분위기를 장기간 견지하며 당과 경찰을 전면적이고 엄격하게 관리해 시대의 중요한 임무를 담당할 수 있는 ‘공안철군(公安铁军)’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발언 배경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회·정치 전반의 안정과 수호 능력 등을 높여 반정부활동의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이를 위한 또 다른 조치로 문화·체육·과학기술·교육 분야의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언론매체를 관리해온 국무원 산하 국가광파전시총국(国家广播电视总局)이 당 중앙선전부로 완전 통합돼 공산당이 이데올로기 선전 분야를 모두 총괄할 수 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의 보도 수위를 볼 때 이번 양회에서 당 중앙의 집중통일 지도를 강화하고 국가통치 체제와 통치능력의 현대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당정기구 개편이 필연적이다.
이번 양회에서 밝힐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관심사다. 소비 회복과 확대를 우선순위에 두고 정부 투자와 정책지원을 통해 사회 전체의 투자를 끌어올리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정부는 이미 연초부터 사상 처음으로 전문채권 조기 승인액 2조 위안을 넘기는 등 경기부양용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양회 9대 관전 포인트는 경제성장률 목표치, 경기부양, 소비회복, 통화정책, 공급망, 부동산, 민간기업, 외자정책, 미·중 관계 등이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 소비, 농촌 소비, 소득구조 개선 관련 방안 등을 제시하고 공급망의 경우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통한 기술 자립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진행하되 억제정책은 완화할 것이고 중국 경제에 기여도가 높은 민간기업에는 더 많이 지원해 기업친화적 민간경제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정치 시즌을 내밀히 관찰하는 것과 함께 올해의 중국 내 종교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보고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원조협회China Aid)’의 ‘2022년 연례 박해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처벌, 학교와 사이버 공간에서의 기독교에 대한 박해는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대학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종교 신앙조사를 진행하면서 중국 교육부는 ‘보통고등교육기관의 학생 관리에 관한 규정(교육부 명령 제41호)’을 인용, 학교는 교육과 종교를 분리하는 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개인은 학교에서 종교활동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설문지에 종교와 범죄의 연관성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7가지 금기 사항이 적시되는 등 중국 정부의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노골적으로 포함돼 있다. 중국 정부는 누구든지 종교를 이용해 국가 교육 시스템을 방해하는 활동에 참여해서는 안 되고,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학교에서 종교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 학교에서는 신자를 양성하고, 학교에서 종교장소를 설치해 종교활동을 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교사와 학생이 종교단체와 조직을 설립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교사와 학생이 캠퍼스 안팎에서 종교활동에 참여하거나 조직하는 것도 엄격히 금지한다. 종교적 복장 및 종교적 상징물을 착용하는 것도 금지한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사기, 국가권력 전복 선동, 불법 집회 조직 및 자금 조달, 불법 출국, 테러 혐의 등을 뒤집어씌워 기독교인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또한 추락시키고 있다. 수년 전부터 종교활동으로 교회와 기독교인들을 박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혐의를 들어 구금하거나 구속, 처벌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더욱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닝샤후이족자치구(宁夏回族自治区), 쓰촨(四川)성, 윈난(云南)성에서는 불법 집회 조직과 자금 조달 혐의로, 산시(山西)성에서는 불법 출국 혐의로 교회 지도자들을 기소했다. 후베이(湖北)성, 산시성, 쓰촨성의 교회 지도자들은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산시성 기독교인은 테러리즘과 극단주의를 조장하는 물품 불법 소지 혐의로 징역 2년, 벌금 3만 위안을 선고받기도 했다.
인터넷종교정보서비스 행정조치가 시행되면서 온라인 검열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실제로 지난해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카카오톡 메신저와 비슷한 웨이신(微信, WeChat)의 그룹 채팅방에서 ‘예수’ ‘구세주’ ‘아멘’ ‘찬양’ ‘중보기도’ 등 기독교 단어가 포함된 글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다. 지난해 부활절 전날에는 광둥(广东)성 선전(深圳)시의 한 교회 그룹 채팅방에 세례 영상이 업로드된 지 30분 만에 발각된 일도 있었다. 20년 넘게 운영된 기독교 사이트 ‘요나홈’은 지난해 5월 이유 없이 사라졌다. 상하이(上海)시의 한 교회는 불법 단체로 분류돼 교회 홈페이지와 SNS가 전부 폐쇄됐다.
“코로나 봉쇄 기간 위챗, 줌을 통해 기독교인들의 모임이 활발하게 진행됐죠. 그러자 온라인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에 대한 공안의 추적이 이어졌고, 단속 또한 광범위하게 이뤄지며 교회 지도자들과 교인들이 온라인 모임을 원활하게 가질 수 없게 됐어요. 공안에 체포된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라는 강요를 받기도 했습니다.”
“과거보다 성경이 더 필요하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중국 정부가 성경 공급을 차단하려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새 신자들이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성경과 복음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어렵게 됐습니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의 근거로 삼아야 하는데 그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소수민족 거주지역, 농촌지역에 대한 박해 등 과거보다 어려움이 더 증대됐지만 교인들의 숫자는 계속 증가했습니다. 복음 책자들도 과거보다 더 많이 배포됐어요. 과거보다 복음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늘어났습니다. 삶의 희망을 되찾게 됐다는 간증이 곳곳에서 전해지고 있어요.”
“목회자들의 활동이 제한되고 있지만 그 누구도 결코 복음을 나누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향후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지만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기독교인들이 주님 때문에 미움을 받을 것이라고 하셨어요. 우리의 현재 고난은 또 다른 영예입니다.” 중국 정부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는 중국 기독교인들의 생생한 간증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파라디오가 또 다른 복음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순교자의 소리(Voice of the Martyrs)는 2022년 5월부터 하루 두 차례 중국을 향해 단파라디오 프로그램을 송출하고 있다. 청두(成都) 이른비언약교회(秋雨圣约教会) 왕이(王怡) 목사처럼 믿음 때문에 수감돼 있는 목회자들의 강연과 설교, 중국어 기독교서적 낭독 등의 프로그램이 주종을 이룬다. 순교자의 소리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전파를 방해하고 있지만 중국 기독교인들이 안전하게 기독교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고 있다.
“놀랍지만 놀랍지 않은 부흥의 움직임(기도 응답)입니다. 미국 켄터키(Kentucky)의 소도시 윌모어(Wilmore)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은 놀라우면서도, 막상 지역 신앙공동체 내 기도자들에게는 놀랍지 않은 현상이죠. 왜냐하면 주변 지역에 많은 기독교인들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1970년 에즈베리 부흥 이후) 간구해왔던 기도제목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아직 이뤄지지 않은 남북의 통일처럼, 이런 일을 행하시는 분은 전적으로 하나님이시기에 이 시기에 이를 허락하시고 경험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더욱 기도의 불을 켜고 있습니다.”
지난 2월 8일 채플 후 예배실에 남아 있던 에즈베리대(Asbury University) 학생들에 의해 시작된 영적 대각성 물결 현장을 목도한 이들의 공통적인 고백이다. 2월 18일 에즈베리대 현장을 방문한 워싱턴중앙장로교회 류응렬 담임목사는 “1세기에 한 번 정도 일어날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회개기도는 부흥을, 부흥은 교회의 영적 대각성을, 교회의 영적 대각성은 긍정적인 사회개혁을 가져온다”며 “이번 에즈베리 부흥이 교회에 어떤 영적 대각성과 긍정적인 사회개혁을 가져올지 기도하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영적 지도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미국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와 손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하물며 1년 넘게 참혹한 상흔 속에 있는 우크라이나, 강진으로 수많은 이들이 죽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려야 했던 튀르키예와 시리아, 더 나아가 ‘21세기형 아날로그와 디지털 융합 박해’를 경험해야 하는 오늘의 중국에 대해 하나님은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실까. 하나님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해, 심지어 비기독교인들을 들어서라도 하나님의 일을 하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 정부가 중국의,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정책을 펼쳐 지상 최고의 이상 국가를 만들려고 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자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한마음을 갖게 해 서로를 끌어주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1억 명에 가까운 중국공산당 당원들이 애국의 길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기독교인들을 비롯해 13억 명이 넘는 자국민들을 포용하고 배려하며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럴 때 어떠한 외부 세력이 호시탐탐 반중국 정서를 만들어가려고 해도 헛수고가 된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하십니다.” 중국인들이여, 올 한 해 이 말의 참된 의미를 매 순간 경험하기를 바란다.
사진 출처 | (위/가운데) 바이두 (아래) 픽사베이 쑨빈 | 중국인사역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