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이하 코로나19) 펜데믹은 오늘을 사는 인류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상황이다. 빠른 시간 내 극복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였지만 각종 변이종들의 등장으로 인해 위드코로나는 이미 일상이 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제로코로나’정책을 고집하는 중국은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주로 해외로 나가서 복음을 전하고, 대면사역 중심이던 한국선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선교 동력이 많이 약해졌다. 다시 약해진 선교 동력에 힘을 불어넣고 지속적 선교사역으로 전환하는 데 힘겨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중국공산당의 극심한 종교탄압으로 인해 많은 한국인선교사들이 비자발적인 추방을 당했으며, 비자발급이 중단되어 중국 입국이 차단되었다. 이어서 터진 코로나19 사태는 중국 내 선교사역이 온라인을 제외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멈추게 되었다. 그럼에도 중단될 수 없는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다시 전 세계로 흩어진 중국선교사들에 의해 중어권사역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중국 내 남아 있는 선교사들에 의해 아주 작은 부분 지속되고 있는 사역들도 있다.
바로 이런 어려운 시기에 오는 8월 24일 한중수교 30주년을 맞는다.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중국선교의 문을 여시고 한국교회에 중국선교의 기회를 허락하셔서 엄청난 열매와 보람을 안겨 주셨다. 선교적 환경은 더 어렵게 변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경제·사회적으로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고, 중국교회 역시 부흥과 성장을 이룬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앞으로도 중국교회는 힘든 상황을 힘차게 뚫고 나아가 더욱더 성장할 것을 기대한다. 아울러 선교중국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될 것이다.
본고에서는 한중수교 30년을 맞는 시점에서 ‘코로나19, 중국선교의 현주소와 과제’라는 주제로 중국선교를 돌아보고 중국선교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려고 한다. 먼저 코로나19 상황의 지금 한국교회의 선교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과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한국교회 선교의 특징과 현황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KRIM(한국선교연구원)이 공동으로 집계한 한국선교사 파송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 파송한 장기선교사 수는 22,210명으로 나타났다. 한국교회는 복음을 받아들인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선교 부흥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외국선교사가 이 땅에 오기 전에 벌써 한글로 번역된 성경을 가지고 있었고, 복음을 받고 일꾼들이 세워지자마자 자체적으로 선교사 파송을 한 특별히 은혜를 입은 민족이자 교회이다.
‘10만 선교사 파송-100만 자비량선교사 양성’이라는 Target 2030의 비전을 세운 한국교회는 선교사 파송에 힘을 쏟았고 그 숫자는 1980년대 이후 꾸준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의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2019년에는 171개국의 28,039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그간 단기선교사나 이중 파송 등의 숫자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2020년부터 통계 방식을 바꾼 결과, 2021년에는 167개국의 22.210명으로 집계되었다.
선교사 숫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50대 선교사가 가장 많고, 60대 이상 선교사 수는 급속히 늘고 있다. 40대는 20%대 정도이고 30대와 20대는 그 합한 수가 60대의 수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선교사들이 점차 고령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은퇴할 선교사는 늘고, 파송선교사의 수는 줄어들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이를 근거로 한국선교사의 양적 성장에 끝이 보이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전체 선교사의 50% 이상이 아시아 권역에서 활동하고 있고 주요 사역은 ‘교회개척’이고, 현지인 선교훈련과 동원, 복지와 개발 사역, 캠퍼스 사역, 교육과 의료 사역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아울러 다중 사역이 많기 때문에 어린이·청소년 사역, 신학교 사역, 비즈니스, 문화·스포츠 관련 사역에도 많은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와 해외에서 이주민과 난민 사역도 활발한 편이다.
한국교회의 선교는 선교기관이 갖는 소달리티(Sodality)적 장점과 교회가 갖는 모달리티(Modality)적인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시너지를 내고자 힘쓰고 있고, 일부 교회들은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선교적 상황(context)이 발생하면 민첩하게 움직이고 변화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세기 동안 서구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세계선교는 21세기에 들어와서 2/3세계 국가로 그 축이 확연히 이동되었고 그 중심에는 한국교회의 선교가 있다. 개신교의 대표적인 국제선교단체의 대표 자리를 한국인선교사들이 맡고 있는 것도 그 한 예가 될 것이다. 서구 모델을 답습했지만 한국형 선교모델을 개발하고 전 세계 모든 교회와 함께 선교를 감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선교사역의 모습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교지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이나 중복되는 사역으로 인한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영적인 신진대사도 약해지고, 헌신자 수가 줄어드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선교사 지원이 줄고, 선교 자원은 고갈되고, 선교 동력이 약해지는 현상이 선교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선교 상황의 변화와 대응 중국발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지금까지 전 세계를 팬데믹 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의 정치, 경제, 교육, 보건, 사회, 문화, 종교 등에 제한을 가하고 있으며 우리의 삶과 사역과 모든 활동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선교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신학적 분야에 변화가 오고 있다. 예를 들어 선교지는 물론 한국에서도 기존 예배당 중심으로 형성된 교회관에서 비대면예배 등 다음세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될 것이며, 이미지화한 전통적 선교사에 대한 정의도 빠르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선교의 구조적 분야에 다가올 변화를 살펴보면 우선, 재정적으로 선교비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현지 선교 재정의 감축은 물론, 재정 자립을 위한 시스템의 구축을 포함한 재정 모금의 다변화와 ‘온라인 선교비 모금 활성화’를 통해 마련할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선교사 파송도 감소할 것이다. 정통(?) 선교사는 감소할 것이고(기존 선교사들의 국내 유입 증가 등), 비즈니스(Tentmaker)선교의 확대와 국내에서 이주민선교 사역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아울러 장기 선교사 수는 감소하고 단기 선교사는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선교전략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어쩔 수 없이 일정 기간은 비대면선교가 활성화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주민 숫자의 감소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선교지에서 철수하는 선교사들의 국내 유입으로 인해 이주민과 난민 사역이 확대될 것이다. 또한 각국 정부는 발전하는 IT기술을 이용해 선교사들의 이동 감시 체계를 강화할 것이며, 비자발급 거부 등 선교사로서 신분의 축소와 위축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기에 전략적인 면에서 선교 자원 확장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며, 선교사로서 역할의 변화도 초래할 것이다. 직접적인 선교의 기회와 상황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넷째, 선교훈련 분야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기본적인 신학 교육과정을 마치는 것을 전제로 고전적인 선교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자립형 사업 모델을 하거나, 사역과 사업을 한 팀으로 선교하도록 조직하고 교육을 비롯해 선교현장에서 곧 생활과 직결되는 기술훈련 등이 강화될 것이다. 현장선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장교육의 필요성과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사역 환경의 변화로 인해 현지선교사들과 화상회의가 활발해지는 것에 기초하여 새로운 선교정책의 방향과 대응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살펴보면, 온라인, 디지털 사역의 일상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예배를 비롯하여 제자양육, 큐티나눔, 성경읽기와 성경공부, 기도회, 강의 등이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대부분의 사역이 소그룹, 소규모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가정 사역의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가정의 문제 해결은 물론 가정 단위의 사역에 초점을 맞추는 현상도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귀국한 선교사들의 사역지를 포함하여 선교사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사역이 현지사역자 주도로 전환되고 이양이 촉진되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행동의 제약과 비자 문제 등은 자연스럽게 사역의 주도권이 현지인으로 넘어가고 있다. 또한 네트워크, 협력 사역, 플랫폼 구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지교회, 선교기관, 선교지의 한국인선교사와 외국인선교사 그리고 한국 내 파송교회와 여러 선교기관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이 더욱 중요해졌다.
코로나19 방역을 겪으면서 새롭게 대비해야 할 영역은 긴급구호와 현지의 지역 개발 등을 통한 총체적 선교와 회복 사역이다. 특히 코로나19는 후발개발도상국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중시켰기에 긴급구호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게 되고, 그들의 마음이 열리게 하는 효과가 있기에 난민과 이주민선교에 있어서 보다 새로운 전략 구상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어려운 이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는데, 세계는 자국의 코로나19 대응에 최우선적인 리소스를 쏟아붓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들을 지원하거나 케어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 다양한 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본적인 인도적 필요들이 채워지며, 이들의 연약한 마음은 복음을 갈망하고, 복음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그렇기에 인도적인 차원에서나 복음적인 차원에서나 난민과 이주민 사역에 대해 한층 더 새로운 시각으로 전략을 펴 나갈 필요가 있다.
향후 과제 땅 끝까지 이르러 세계복음화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한국교회의 선교는 불확실하고 언택트(Untact)의 시대를 만든 팬데믹을 넘어 계속해서 땅 끝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다. ‘땅 끝’이라는 개념이 그동안 그냥 먼 곳,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곳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이제는 ‘모든 민족(자국민 특히 다음세대, 난민, 이주민, 미전도입양종족 등 어떤 민족에게도 구별이 없는)’, ‘모든 곳/장소(특정 국가뿐만 아니라 그 국민들이 나가 있는 외국이나 난민이 사는 지역, 심지어 온라인을 통하든)’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를 힘있게 실천에 옮겨야 하는 현시점은 팬데믹으로 인해 거의 모든 움직임이 제한을 받게 되었다.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어떤 모양으로든 끝이 나고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대부분 현장선교사들은 사역을 멈추고 숨고르기를 하는 시간이 되었지만 선교적 상황에 대해 주어진 과제는 아주 중요해졌다. 모든 자원과 정보, 인원을 동원하여(전통적인 선교사역의 방식인 전도와 제자양육과 교회개척뿐만 아니라 온라인 전도든, 앱이든, 온라인 화상 플랫폼(Zoom)을 이용한 예배든, 지구 반대쪽 복음설교자의 설교든, 화상 일대일 제자양육이든, 선교사든 일반 성도든지)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건강하게 세워가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교를 서서히 맞이하게 되면서 우리의 영적인 분별력과 시각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아주 중요하다. 온라인의 강점은 시간과 장소의 한계와 벽을 허물었고, 온라인 공간에서 언제 어디서나 모일 수 있고 그 순간은 모든 참여자가 마치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있는 것도 동일한 효과가 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성령이 임하여 모든 회중에게 하나님의 동일한 음성과 메시지를 주실 때와 유사하다고 하겠다. 모든 크리스천들이 선교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한국교회가 지속적으로 쓰임받기 위해서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다음세대의 선교 자원을 키우고 아비세대의 선교 유산을 잘 전수해야 한다. 다양한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포스트모던 문화에 물들고, 디지털에 중독된 그들을 그리스도의 순결한 제자로 세우고 세계를 복음으로 품는 비전으로 무장하는 일은 참으로 시급하다. 그중 다문화에서 자라 다중 언어를 구사하는 선교사자녀들을 선교 동력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몇몇 조사에 의하면 다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20세 이상 선교사자녀가 7,000명 이상나 된다.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그들을 미래 인재로 세우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가면서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한국교회의 중국선교의 현주소와 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보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속에 있는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선교 동향과 과제를 살펴봄으로써 한국교회가 지속적으로 중국선교을 잘 감당할 수 있는지를 알아 볼 수 있었다.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중국공산당의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핍박과 코로나19 사태로 많이 위축되었고 상당수의 선교사들이 현장을 떠났고 그 땅으로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여전히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비대면을 포함한 해외 거주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언젠가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거나 엔데믹으로 가게 될 때 중국내 사역도 다시 일어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유발된 한국선교의 동향은 2년 반이 지난 현시점에서 돌아보았을 때 앞으로 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보다는 긍정적인 점이 많이 내다보였다. 선교에 있어서 다소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옷을 어느 정도 벗고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마음이 생긴 것과 현지사역의 필요성과 현지사역자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다. 이는 여러 과제들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선교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고 새롭게 쓰임받을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필립 선교사 | 중국대학선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