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지계》1권(정치, 외교, 안보)에 이어 2권은 경제 문제에 집중한다. 미중 간 신냉전 속 한국 경제의 생존방정식, 미국은 중국 경제 굴기를 막을 수 있을까?, 중국 특색 국가자본주의의 등장과 커지는 한중 간 거리 그리고 중국 경제와 공생하는 길 등이 주요 주제다.
미국은 중국을 봉쇄 및 억제하려 하나 중국은 시진핑식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국몽(中国梦)은 대륙을 지나 과학기술까지 뻗어 나간다. 국가 차원의 총공세를 가하고 있다. 어쨌든 중국은 미중 신냉전 시대를 겪어내야만 한다. 중국은 중국대로 편치 않은 상황이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본다. 한국 경제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정체기 상태이다. 국내 정치 및 사회 생태계는 극심한 침하 현상에 영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정치의 이념화와 치우침 현상은 사회갈등과 단층화 현상이 심화하고 노동과 자본, 가게와 기업의 대립구조가 심해지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제질서는 결국 ‘미국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중국 편에 설 것인가’로 양분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양극화’ 시대는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 한국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변하는 미중관계에 한국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가?
미국은 중국 경제 굴기를 막을 수 있을까? 이점 역시 중요한 문제다. 한국의 경제현실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화하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과 중국의 대응전략을 들여다본다. 미중 마찰은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몽’의 충돌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출범한 시진핑 지도부는 경제, 군사적 대국에서 강국으로 전환한다는 중국몽을 제시했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몽을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했고 즉시 대응전략을 모색했다. 특히 ‘중국제조 2025’를 필두로 하는 중국의 제조강국 전략을 미국의 기술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했다. 동시에 5G 시대의 주도권과 표준 경쟁에서 시작하여 미국의 안보를 명분으로 반도체와 AI에 이어 ‘청정 네트워크(Clean Network)’ 구축 등 미래 산업을 주도하는 신산업 분야에서 중국 포위 및 배제 전략을 구사했다. 이외에도 여러 방향으로 강경책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대해 중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도 두렵지 않으며, 필요시에는 부득이 싸울 수밖에 없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미중 경제관계 안정이 미중관계의 시금석’이라는 입장의 3가지 측면에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첫째, 무역 불균형 문제 등 중국의 양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협상으로 해결하려 한다. 미중 협상 과정에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 조치를 하고 1단계 무역협상에서 2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수입을 확대하기로 한 합의는 이러한 입장이 반영된 결과이다.
둘째, 미중 마찰을 국내의 개혁과 개방의 기회로 삼는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조금, 거버넌스 관련 등 중국의 제도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개혁과 개방을 통해 대응한다는 것이다. 즉 미국의 중국 압박이 시작되었던 초기에 미중 마찰을 ‘제2의 WTO 가입’으로 인식하고, 오히려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내부의 입장도 적지 않았다. 다만 제도적 개혁과 개방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점진적 해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미중 마찰이 경제외적 요인으로 확산하면서 이제 이러한 입장을 크게 후퇴했다.
셋째, 국가주권과 핵심이익 침해는 강경하게 맞대응하고 전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발전권(중국제조 2025), 영토 주권(홍콩, 대만,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외교 주권(영사관 폐쇄 등) 등 국가주권과 핵심이익에 대한 도전은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은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발표한 《중국의 평화발전(中国的平和发展)》 백서에서 중국이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이익으로 국가주권, 국가안전, 영토완성과 국가통일, 중국 헌법이 보장한 국가정치제도와 전반적 사회 안정,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본적 보장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생존전략 시나리오 역시 주목한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관계는 안보와 경제를 분리한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추진되었다. 그 후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지 않다. _전략적 자산을 비장의 무기로. 저자는 한국은 중국이 가장 아쉬워하는 전략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이다. 전략적 자산이 더 많았으면 좋겠지만, 반도체만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반도체는 최근 미국에서도 자체개발과 생산에 적극 관심을 돌리고 있는 분야이다). 한국의 반도체 강점 생명력이 얼마나 갈 수 있느냐가 문제다. _강력한 동맹을 통한 봉쇄. 트럼프 시대와 바이든 시대의 차이점 중에 외교 라인의 차이를 들 수 있다. 트럼프의 일방주의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주의와 동맹외교를 선호한다. 미중 충돌이 거세지면 한미동맹은 새로운 스트레스 테스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에 과감한 결단력과 지혜가 필요하다. _장기전에 대비한 상황별, 단계별 매뉴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미중 갈등은 단순히 무역 분쟁이 아니라, 근본적 이념과 가치관 대립으로 확대되는 장기전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국도 상황별, 단계별 대응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실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