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3  통권 230호     필자 : 변성래
[책 속의 중국]
《극중지계》1 – 정치ㆍ외교ㆍ안보 편
_정덕구 / NEAR재단 / 김영사

중국의 대외정책의 변화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속도와 모양이 점점 더 빨라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한중관계는 중국의 급부상과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더욱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정세를 보면 중국은 뜨고, 미국은 가라앉는 모양새다(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중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다. 전환시대라고 봐야겠다. 한국은 중국과 충돌이냐 예속이냐 아니면 기존 공존의 시대로 돌아가느냐의 생존적 기로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엮은 니어(NEAR)재단은 동북아시아를 연구하는 순수 민간 독립 싱크탱크(Think-Tank)이다. 혼돈과 충돌에 휩싸이고 있는 동북아시아의 터프한 역학 구도 속에서 한국이 생존해나가기 위한 기본전략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책은 1, 2권으로 출간되었는데, 1권은 정치, 외교, 안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를 시작으로 시진핑의 중국이 바라보는 한국, 미중 충돌의 끝은? 과연 시진핑(习近平) 체제는 순항할 것인가? 그리고 한국의 대중국 전략체계는 어떻게 갖출 것인가? 등과 극중8계(克中八計)로 편집되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시진핑 정권이 출범한 2013년 이후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로 회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진핑 이전의 중국과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 2021년, 중국의 모습은 과거 경성화한 체제의 재연이다. 개인보다는 국가를 더 중시하고, 국가보다는 당을 더 강조하는 이른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체제를 굳혀가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대중국 전략이 생존 차원에서 재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이 지역 강국이 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불편한 진실이다. 대외적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중국의 노력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자체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외교, 국방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국을 과도하게 의식하다 못해 눈치를 봐야할까? 그럴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주권국가라는 생각에서 멀어지면 안 될 것이다. 주권과 생존권을 놓지 않으면서 대중국 전략 마련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대중국 실무자들에게는 필독서로, 국제정세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추천도서로 올린다.

극중8계(克中八計) 
-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 주권과 생존권을 확고히 지킨다. 
- 중국을 깊이 있게 철저히 연구하여 속속들이 파악한다. 
- 중국에 대해 필수국가가 되면서 다각도에서 자강의 길을 찾는다. 
- 중국과 충돌, 예속을 피하고 상호 공존의 길을 찾는다. 
- 한반도 경사외교에서 벗어나 중국 경사외교를 탈피한다. 
- 한미일 공조체제와 한중일 협력 구도를 동시에 발전시킨다. 
- 미중 간 장기 신냉전 체제에 대응하는 외교, 안보 전략체계를 갖춘다. 
- 국격에 맞는 외교, 안보 역량과 인프라를 키운다.

중국을 깊이 있게 철저히 연구하여 속속들이 파악한다
현재 중국에 관한 연구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식과 정보의 제한 속에 갇혀서 중국의 내면에 깊이 파고들지 못한 채 표피적 연구에 그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두려움은 그 대상이 제대로 파악이 안 될 때 더욱 심해진다. “국가 차원의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중국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의 중국 연구체계(예: 국가중국연구센터 설립 등)를 갖추고 집중투자해야 한다.” 

중국과 충돌, 예속을 피하고 상호 공존의 길을 찾는다
미중 간의 전략적 경쟁이 가열될수록 한중 간 충돌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미중이 서로를 적국으로 인지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중국의 적국으로 간주할 우려가 있다. “한국이 중국과 충돌을 예방하고 공존의 길을 찾으려면 한중 양국이 서로 ‘외교, 안보 레드라인(마지노선)’을 설정하고 존중 및 준수하는 새로운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미일 공조체제와 한중일 협력 구도를 동시에 발전시킨다
저자는 한국이 동북아 외교에서 풀어야 할 당면 과제가 두 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미국의 동맹으로서 동맹의 공조체제를 미국, 일본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역협력 차원에서 중국, 일본과 다자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 협의체의 교집합에는 한국과 일본이 있다. 일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국과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의 역량도 결정될 것이다. “한중일 3국의 협력관계가 발전하면 중국의 한미일 공조체제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불식하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국격에 맞는 외교, 안보 역량과 인프라를 키운다
한국은 해방 이후 미국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했다. 독자적인 외교전략의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탈냉전 시대, 글로벌 시대에 한국은 혼자 사는 법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 21세기의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큰 틀의 한국적 외교전략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선 유능한 외교관의 체계적 양성이 필요하다. 외교관은 지식, 품격, 국가관을 중심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시대, 새로운 외교관상을 정립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교관의 양성, 확보, 재교육체제 등 인사 전반에 개혁이 필요하다.”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