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국내 매스컴에서도 이 사실을 떠들썩하게 보도를 했다. 시진핑(习近平) 주석은 오전에 연설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에 있는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랐는데, 중산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마치 예전 마오쩌둥(毛泽东)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성루에는 후진타오(胡锦涛) 전 국가주석, 원자바오(温家宝) 전 총리 등 옛 지도자들과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함께 올랐지만, 중산복을 입은 사람은 시진핑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내 눈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후진타오 주석의 변화였다. 하얀 은빛의 백발에다 거동도 많이 불편해 보였는데 세월의 흐름을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마오쩌둥을 모델로 삼아 장기집권을 꿈꾸는 시진핑의 속내를 보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란 것은, 이날 기념식에서 시진핑이 한 연설 내용이었다. 그 일부분을 원문과 함께 인용해 본다.
“中国人民是崇尚正义、不畏强暴的人民, 中华民族是具有强烈民族自豪感和自信心的民族。中国人民从来没有欺负、压迫、奴役过其他国家人民, 过去没有, 现在没有, 将来也不会有。同时, 中国人民也绝不允许任何外来势力欺负、压迫、奴役我们, 谁妄想这样干, 必将在14亿多中国人民用血肉筑成的钢铁长城面前碰得头破血流!”
이 말의 의미는 “중국 인민은 정의를 숭상하고 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민이며, 중화민족은 강한 민족적 자긍심과 자신감을 가진 민족이다. 중국 인민은 지금까지 다른 나라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억압하거나, 노예로 만든 적이 없으며,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동시에 중국 인민들은 어떤 외국 세력도 우리를 괴롭히거나, 억압하거나, 노예로 삼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이런 망상을 한다면 반드시 14억이 넘는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은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다.”라는 말이다.
이것은 북한이 종종 한국과 미국을 비난할 때 거칠게 욕하는 투의 말과 거의 흡사함을 알 수 있다. 최근에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 및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홍콩을 둘러싼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인권 문제 제기로 인해 불편한 자신들의 심기를 지도자의 입을 통해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보인다. 중국은 그러한 미국과 서방국가들을 향해 자신들이 주눅 들지 않았으며, 중국을 더 이상 얕잡아 보지 말라는 경고를 하며 되레 으름장을 놓았다고도 할 수 있다.
사실 중국공산당의 말을 우리 가운데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은 없겠지만, 그들이 이렇게 큰소리를 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921년 7월 13명의 각 지역 대표들이 모여 겨우 시작한 미미한 존재의 공산당이었지만, 점점 세력을 확장하여 외세로부터 중국을 지켜내었고, 국민당과 싸움에서도 승리하여 그들을 대륙에서 다 몰아내기까지 했다. 물론 나중에 마오쩌둥의 독재와 우상화로 많은 인민들이 고통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를 이어 집권한 덩샤오핑(鄧小平)과 그 이후의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을 견실하게 이끌어 갔다. 개혁개방정책이 성공하여 중국의 경제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되었고, 오늘날 G2라는 자리까지 오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100년 만에 당원만 9,5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집권당으로 몸집을 불렸다. 공산당은 중국 인민들에게 자주 이렇게 선전하고는 한다. ‘没有共产党,就没有新中国’ 이는 ‘공산당이 없었다면, 오늘의 신중국도 없다’라는 말인데, 중국인들에게 있어 공산당은 나라를 지키고 살려낸 영웅이요, 인민을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해준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을 보면서 우리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더욱 우려와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진핑이 집권하고 있는 지금 중국공산당은 마치 무소불위의 존재처럼 행세하며, 기독교의 중국화를 위해 교회를 그 어느 때보다 핍박하고 사역자들을 구금하고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마음이 아픈 것은 일부 중국교회의 성도들은 공산당의 본질을 알지 못한 채, 중국공산당 100주년을 축하한다는 온갖 미사여구로 웨이신(위챗, WeChat)을 도배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100년이라는 시간 가운데 중국공산당은 엄청난 성장을 이루며 절대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을 쌓았다고 자부하겠지만, 이 땅에 영원한 것이 없듯이 결국 그들에게도 종말의 때가 온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오직 하나님의 나라만이 영원하기 때문이다. 그 영원한 나라를 소망하는 우리의 사역자들과 교회들은 오히려 이 중국공산당에 앞에 위축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더 담대하고 용기 있게 맞서 우리 주님 다시 오실 그날까지 주어진 사명을 끝까지 완수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21년 여름 통권 82호)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수정, 보완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사진 설명 & 출처 | 왼쪽부터 후진타오(胡錦濤·79), 시진핑(習近平·68), 장쩌민(江澤民·95) 전·현직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10월 1일 천안문 망루에서 건국 70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관람하고 있다. (위, 중앙일보 ) | 바이두(아래) 이바나바 선교사 | 중국대학선교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