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겪었다. 그리고 그 상황은 지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난해 초에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우리 모두는 ‘곧 나아지겠지, 곧 끝 날거야’라고 기대하고 생각했었지만 우리의 기대와 예상은 줄곧 빗나가기만 했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는 정상적이어야 할 모든 일들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면서 우리 삶에 수많은 변화와 제약을 가져다주었다.
모여서 예배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함께 모여 예배할 수도 없었고, 가족과 친구 등 친지들을 마음대로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무엇보다 나라 간 국경폐쇄로 인한 이동의 제한으로 발이 묶인 선교사님들이 선교사역에 크나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KWMA(한국세계선교협의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선교사의 약 30% 정도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에 머물러 있고, 현재 사역지로 다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갑작스럽게 선교지에 들어갈 수 없어 국내에 체류하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머물 곳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거나 선교후원금이 끊기면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들으면서 같은 선교사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두고 온 선교지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고 싶지만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막혀 있고, 국내에 있지만 여전히 이방인처럼 지내야 하는 그들의 상황을 잘 알기에 동병상련을 느꼈다.
환경을 바라보면 불평할 수밖에 없고, 마치 모든 것이 절망적이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일은 우연히 일어나는 법이 없고 하나님의 선한 뜻과 섭리 가운데 있다는 것을 믿기에 우리에게 오히려 소망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 흔들림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를 재차 알게 되었다. 또한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게 되었고 흔들리지 않는 그것에 우리 모든 삶의 가치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앞으로도 우리 삶 가운데에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흔들림을 계속 직면하게 될 것이다. 분명 이 코로나19는 하나님이 우리를 그분의 나라 회복을 위해 준비시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중국선교는 선교하는 한국교회의 역량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하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앞을 내다보며 달려왔고, 그 열매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 코로나19는 우리가 해 오던 많은 사역들을 되돌아보며 우리의 발걸음과 호흡을 다시금 가다듬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중국 선교현장에 어려움이 가증되고, 모든 사역이 정지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도 같지만, 이것은 오히려 우리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속도조절을 하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코로나19 시대에 특히 복음을 전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하는 반면 중국 현지에서는 진리를 더욱 사모하고 갈급해 한다고 전해온다. 또 선교지의 상황은 우리가 없는 중에도 여전히 은혜 가운데 든든히 서 가고 있다는 현지 형제자매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감사하게 된다. 그만큼 우리가 도왔던 중국의 형제자매들이 많이 성장하였다는 증거일 것이다. 어린 아이처럼 생각했던 그들이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이제는 한국교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여 함께 세계선교를 감당해야 할 동역자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코로나19는 선교에 있어서 절망이 아니라 우리의 사역을 다시금 평가하는 시간이자 바로 그들과 함께하며 나아가야 하는 때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바라기는 2021년 새해에는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선교지의 문이 활짝 열려서 현지의 형제자매들을 다시 만나 교제하며, 함께 세계선교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이 속히 오기를 고대한다.
* 이 글은 (2020년 겨울 통권 80호)에 실린 내용을 저자의 허락을 받아 수정, 보완하여 게재하였습니다.
이바나바 선교사 | 중국대학선교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