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3  통권 221호     필자 : 박애양
[신조어로 보는 중국 사회]
后浪(젊은 후배)

后浪[hòu làng, 허우랑]은 뒤이어 오르는 파도, 즉 다음세대를 일컫는 말로 최근 부상한 단어이다. 이 말은 원래 ‘长江后浪推前浪(뒤의 물결이 앞의 물결을 밀어서 나가게 하다)’는 의미의 속담에서 나온 말인데, 최근 중국식 유튜브인 빌리빌리(Bilibili)에서 제작한 한 방송에서 유명 연예인 허빙(何冰)이 후배 청년들을 ‘后浪’으로 부르며 조국의 부흥에 대한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하고 도전과 응전의 용기를 북돋았다. 그는 조국이 이제 발전했으니 후배들은 맘껏 도전하고 응전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1) 后浪은 다음세대의 주인공, 특히 90년대 출생한 90后[jiǔlínghòu, 주링허우], 20대 청년들을 일컫는 말로 방송 후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후문이다.

중국은 1979년 산아제한정책으로 1가정에 1자녀만 허용되는 시기가 있었다. 이때부터 80년대에 태어난 이들을 ‘80后(바링허우)’라고 한다. 우리 말로 ‘80년대생’이 된다. 유학 시절 사귀었던 친구들 대부분 늦은 70년대생과 80년대생이 주류였는데 다소 경직되어 있지만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가득한 청년들의 모습으로 기억한다. 막 개혁개방을 시작한 중국에서 산업 발전의 혜택을 받기 시작한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가족들의 극심한 보호 속에서 ‘소황제(小皇帝)’로 등극했다. 시장경제가 활발하고 물질이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부모세대가 겪은 절대빈곤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관념이 부모세대와 다르고 경제를 누리는 방식도 많이 다르다. 여전히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정환경이지만 경제적 자유가 어느 정도 제공된 상태이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강하고 개성에 대한 주관도 형성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또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새로운 문물에 대한 수용도 매우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유명 회사에서 출시한 컴퓨터는 비쌌기 때문에 중국 학생들을 비롯해 일부 유학생도 PC성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부품들을 구입하여 조립해서 사용하고는 했는데, 학교 근처에서 구하지 못하면 베이징 중관춘(中关村)까지 다녀와야 했다.

지금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90년대생과 00년대생이다. 매해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하면서 학생들의 성향이 해마다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랄까 갈수록 더 용감하고 씩씩하고 더 똑똑한 학생들을 만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2013년에 처음 이곳에 와서 만난 학생들은 90년생(90后) 학생들이었는데 수줍은 듯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학업에 전념하는 학구파 느낌을 주었다면 이번 학기에 만난 00년대생(00后) 학생들은 쾌활하고 잘 웃고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을 잘 찾고 또 잘 해낸다. 이번 학기에도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했지만 학생들은 꽤나 재밌어 했다. 나름 복잡한 형태의 과제물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학생들이 모바일로 쉽게 만들어 제출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디지털 세대(数字一代)’답다는 생각을 했다. 이들은 내가 유학하던 당시의 70后, 80后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완전히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다. 

물론 물질적 풍요가 긍정적인 면만 가져온 것은 아니다.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四二一综合症’ [sì’èryī zōnghézhèng]이 바로 그것인데 4·2·1 증후군은 조부모와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한 독자 독녀들에게 나타나는 부정적인 모습을 의미하는 말로 4는 친가 조부모와 외가 조부모를 의미하고 2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1은 외동자식을 가리킨다. 외동아이에 대한 2대 어른들의 사랑이 지나쳐서 어린애의 버릇을 버려 놓는 것을 비판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소황제’, ‘소황후’들이 이제 성장하여 당당한 사회의 주역으로 중국의 현재를 책임지고 미래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아래 [그림1]2) 2010년의 중국 인구 종 그래프이고 [표1]3)은 2019년도 말 인구수 구성표이다. 약 10년의 간격이 있지만 인구 구성에는 큰 차이는 없다. 특히 생산 인구라고 하는 16-59세 연령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64%로 비교적 안정적인 인구 비율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그림1에서 보면 20대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는데 현재 중국 사회는 이들을 중심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 발전하고 있다고 하겠다. 



가족으로부터 받는 대대적인 지지와 물질적 후원, 사회적 인정과 경제적 여유 등. 중국의 20-30세대는 그 수도 거대하지만 중국 발전의 열매를 따먹으면서 성장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있으며, 어느 정도는 생각이 유연하고 창의적이며 독특한 것을 좋아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MZ세대와 비슷하다. 현재 이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인터넷 플랫폼은 다양한 e커머스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고 그 수요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연결되어 글로벌 플랫폼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을 앞세워 중국은 이미 4차 산업사회로의 진입을 선언하였다. 축적된 기술의 응용과 개발로 기존의 생활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또 이러한 문화와 기술의 축적으로 끊임없이 달라지는 세상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 또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后浪이다. 

2030세대가 한 사회의 핵심으로 활약하는 곳이 중국만은 아니다. 밀레니얼세대의 활약이 돋보이는 현상은 오히려 전 지구적이 현상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도 영화 《82년생 김지영》, 경영도서《90년생이 온다》등 MZ세대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다양한 성장환경과 사회환경을 배경으로 한 각국의 MZ세대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는 전 세계에서 인문·사회·과학·정치·예술·의학·교육 등 분야를 막론하고 유능한 사람들의 대거 등장해서 동시적 발전을 이루게 되면 좋겠다. 전염병 치료와 퇴치에 서로 협력하고 환경을 개선하고 자연을 보호하는 일에 서로 동참하는,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고 협력하고 발전하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2021년, 느리지만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굳건하게 전진해 나간다면 어려운 문제들이 하나하나 해결되고 새로운 도약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미주    
1) 참고: https://baike.baidu.com/item/%E5%90%8E%E6%B5%AA/49981848?fr=aladdin
2) 출처: 그림1 https://news.mydrivers.com/1/700/700060.htm, 







사진출처 | 바이두
박애양 | 중문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