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2  통권 210호     필자 :
[신간도서]
위대한 중국은 없다 외

위대한 중국은 없다  시진핑이 모르는 진짜 중국 | 우리는 중국의 속국이 아니었다 
안세영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2월 27일 출간 | 232쪽 | 정가 15,000원


천하의 중심이라 여기던 중국이 뜻대로 하지 못한 유일한 민족, 대한민국

동북아 역사를 한중 양자관계가 아닌 삼각관계, 즉 ‘중원(한족 왕조)-북방 몽골리안(몽골, 만주)-한반도(고려·조선)’라는 새로운 각도에서 보면 전혀 다른 역사적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중원이 천하의 중심이 아니었고, 한반도도 결코 중국의 단순한 속국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역사적으로 한족 왕조와 북방 민족은 끊임없이 싸우고 점령하고 통치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이와 같은 한족 왕조와 북방 민족의 파워게임에 따라 한반도는 궁지에 몰린 한족 왕조의 군사동맹국, 때론 북방 몽골리안 세계의 형제국가 역할을 했다. 또한 고구려의 안시성 싸움이나 고려의 귀주대첩 등 역사적으로 중국의 군대가 압록강을 건너와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다. 말하자면 중국에는 유독 한반도에서는 기를 펴지 못한 ‘한반도 징크스’가 있었다. 특유의 생활력으로 어느 곳에 떨어뜨려놔도 적응하며 살아간다는 한족이 한반도에서 만큼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어느 나라에나 있는 그럴듯한 차이나타운이 한국에만 없다는 것도 중국인들의 한반도 징크스를 대변한다.

이 책은 바로 이 같은 배경에서 한중관계의 새로운 조명을 통해 그간 우리 스스로 가지고 있던 신(新)사대주의 혹은 소중화(小中華)사상에서 벗어나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자는 취지로 쓰였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중국 자료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일본, 몽골, 터키 등 비한자 문명권에서 출간된 책들까지도 연구했고 중국의 베이징대학, 사회과학원의 지식인들과 공청(共靑)의 전문가, 정부 관리 같은 중국의 지도층과도 교류하며 ‘차이나 리스크’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쳐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논리는 국제사회의 관계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불변의 법칙이다.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속내까지 들여다보고 준비하는 자를 당할 수는 없다. 그것이 수천 년 전부터 이어진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구한 답이라면 더욱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중국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 아닌 우리의 시선으로 앞으로 한중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코리아가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하는 시진핑 주석의 망언에 ‘감정적 대응’이 아닌 ‘논리적 대응’을 펼칠 수 있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근거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의 오랜 ‘한반도 징크스’까지 더해 중국이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는 우리나라 특유의 민족성과 끈기에 대해서도 의미 있게 다루고 있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  압도적인 힘으로 세계 경제 패권을 거머쥘 차이나 테크 타이탄이 몰려온다   
레베카 A. 패닌 지음 | 손용수 옮김 | 한스미디어 | 2020년 01월 30일 출간 | 328쪽 | 정가 18,000원
 

중국의 테크 타이탄이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플랜을 저지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 전쟁은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전쟁은 미국도 예상치 못했던 중국의 놀라운 성장세로부터 시작되었다. G1을 위협하는 중국의 무서운 성장 속도에 트럼프가 자신의 선거 캠프 핵심 슬로건이었던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중국을 억누르기 위해 초강력 수를 연이어 두어 무역 전쟁이 장기화가 되었다. 이 무역 전쟁은 중국의 기술력 확보를 막기 위한 미국의 적극적인 견제의 성격을 띠고 있는 미·중 테크 전쟁으로 정점을 찍었다. 결국 미국은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 기업, 화훼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를 체포하는 초유의 수를 두기도 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 1단계를 마쳤지만 경제와 테크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조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의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라 본다. 미·중 테크 전쟁은 결국 두 국가 간의 자존심과 생존을 건 패권 싸움이기에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으리라 예상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미국의 편집증적인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보며 한국의 독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중국의 힘이 과연 얼마나 대단하길래 미국이 이렇게까지 초강수를 두며 극도로 경계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정확하고 명쾌한 답을 이 책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이 준다. 중국은 이미 주요 기술은 미국을 추월했거나 대등해졌고, 뒤처지는 몇몇 분야도 길어야 5년 안이면 모두 중국이 따라잡을 것이라고 세계 최고의 중국 전문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레베카 패닌은 대담하게 예상한다. 중국은 G1을 차지하기 위한 계획을 미리 세워놓았고, 차근차근히 현실화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민간 기업과 중국 정부가 힘을 합친 이러한 무서운 야욕은 첨단 기술에 대한 혁신과 기술 독립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는 ‘중국 제조 2025’ 플랜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중국의 플랜에 맨 선두에 서 있는 것이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로 불리는 BAT와 샤오미, 바이트댄스, 디디추싱, 메이투안 등의 테크 기업들이다.



마오쩌둥을 다시 생각한다 (문화과학 이론신서 77)
닉 나이트 지음 | 피경훈 옮김 | 문화과학사 | 2019년 11월 30일 출간 | 480쪽 | 정가 25,000원


이 책의 목적은 마오쩌둥의 텍스트에 대한 세밀한 독해에 기초해 그의 사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이 책에서의 방법론적 전환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수행되고 있다. 먼저, 마오쩌둥을 연구하는 기존의 시각은 ‘실체로서의 마오쩌둥’을 규명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었다. 다시 말해 기존의 연구들은 마오쩌둥이라는 인물이 실제로 행한 바, 말한 바가 무엇인가를 매우 실증주의적인 태도로 추적함으로써 ‘실체로서의 마오쩌둥’을 그려내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 결과 ‘누가 더 많은 사실을 수집했는가’라는 문제에 매몰되고 말았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주의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자의 역할, 즉 ‘텍스트’를 읽는 이의 능동적인 ‘해석학적 도전’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방법론적 전환의 또 다른 차원은 바로 ‘마르크스주의’ 자체에 관한 것이다. 기존의 연구들은 이른바 ‘정통 마르크스주의(orthodox Marxism)’라는 기준에 매몰된 채 마오쩌둥을 분석해 왔으며, 그 결과 마오쩌둥에 대한 평가 역시 상당히 협소하고 편향된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에 저자는 마르크스주의 자체에 대한 이론적 혁신-예컨대 알튀세르의 교조적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 등-이 마오쩌둥 연구에도 반영되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방법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수행한 이후 저자는 본격적으로 마오쩌둥의 텍스트들을 파고들면서 기존의 견해에 균열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마오쩌둥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자신의 사유를 구축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오늘날의 상황에서 마오쩌둥을 다시 생각한다는 것은 지난날 세상의 흐름에 저항했던 자의 사유를 오늘날에도 역시 세상의 흐름에 저항하면서 읽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것은 지난날의 세상과 오늘날의 세상을 관통해 우리가 저항해야 하는 무엇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날의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복잡하고 뒤엉킨 상태로 남게 되었다. 마오쩌둥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역자 후기)



상하이에서 고대 중국을 거닐다
심재훈 지음 | 역사산책 | 2019년 11월 30일 출간 | 342쪽 | 정가 18,000원
 

중국 고대사를 공부하는 나는 2018년 10월 29일부터 2019년 1월 21일까지 85일 동안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학에서 보내는 행운을 얻었다.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일기 형식으로 내 행적과 함께 다양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80회 연재했다. 이 책은 그 내용을 토대로 한다. 상하이는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중심인 중원, 즉 황하(黃河) 유역과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고대 중국에 관한 연구가 그다지 활발한 지역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근래 들어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첫째, 20세기 후반 이래 중국의 방대한 고고학 성과는 상하이가 위치한 창강(長江) 일대도 예외가 아니다. 이 책에서도 일부 소개할 허무두(河姆渡)나 량주(良渚) 등에서 발견된 신석기문화는 최소한 하상주(夏商周)로 대표되는 중국 고대국가 성립 전까지 창강 유역에도 그 발전 수준이 황하 유역에 뒤지지 않는 토착 고대 문화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이 지역 신석기문화를 비롯한 고대문명의 발전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국 최고의 박물관 중 하나인 상하이박물관의 존재이다. 1952년 창건된 상하이박물관은 1996년 현재 위치인 인민광장 남측에 신관을 개관했다. 청동 정(鼎)을 연상시키는 건물 상부의 모습처럼 상하이박물관 소장품의 핵심은 중국 고대문명의 정수인 청동기이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듯이 그 시대와 지역을 망라하는 고대 중국의 다양한 청동기 전시는 세계 어느 박물관도 상하이박물관처럼 중국 청동기 공부를 위한 생생한 교육장이 되기 어려움을 입증한다. 도자기와 조소(彫塑), 새인(璽印), 서화 상설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별전도 상하이가 고대 중국 연구의 중심이 되도록 일조하고 있다.
 

셋째, 고대 중국 연구의 명실상부한 최고 연구기관이 2005년 상하이 푸단대학에 설립되었다. 푸단대학 역사학과 출신으로 베이징北京대학 중문과에서 많은 업적을 쌓은 중국 고문자 연구의 최고 석학 추시구이 교수가 세운 출토문헌여고문자연구중심(出土文獻與古文字硏究中心, 이하 출토문헌연구중심)이 그것이다. 설립 당시부터 중국 전역의 고문자 연구자 중 우수 인력을 스카웃해서 관심을 끌었던 푸단대학의 출토문헌연구중심은 이제 그 본산이 되어 고대 중국 연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 중 나를 상하이로 강하게 이끈 것은 당연히 세 번째 요인, 즉 출토문헌연구중심의 존재이다. 나는 고문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토문헌과 고고학 자료를 고대사 연구의 자료로 활용하는 나에게 출토문헌연구중심 소속 학자들의 연구는 더없이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그 연구의 중심에서 그들과 직접 교류해보고 싶었다. 운 좋게도 푸단대학에서 외국 학자들에게 제공하는 푸단펠로우쉽을 받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상하이에 입성하여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