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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서는 –사회조직으로부터의- 정부 서비스 구매의 개념과 등장배경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호부터 총 3회에 걸쳐 중국의 정부 서비스 구매 관련 정책 사례와 내용이 어떠한 전개와 발전의 궤적을 지니고 있는지 기술하고자 한다.
제1단계: 몇몇 지방과 기층에서의 개별적 실험/모색 시기 (1994년∼2005년 말) 중국에서는 1994년 선전(深圳)의 뤄후구(罗湖区)에서 -인근 홍콩의 경험을 참조하여- 최초로 정부의 서비스 구매 사례가 등장하였다. 뤄후구 정부의 환경-위생(环卫) 관련 부서에 고용되어 있던 임시직 노동자들을 구(区) 정부가 주도하여 설립한 뤄후구 환경-위생서비스공사(罗湖环卫服务公司)로 이동시킨 뒤, 해당 기관에 기존 구 정부가 직접 담당하던 환경-위생 공공서비스 업무를 위탁하였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뤄후구 정부는 관내 도로면적 624만 평방미터 중, 367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면적의 도로청소와 미화사업을 뤄후구 환경-위생서비스공사(罗湖环卫服务公司)와 르신공사(日新公司) 등에 위탁하였다. 뤄후구 정부는 1999년 이후 공공서비스 구매의 범위와 영역을 정부의 物业(시설관리), 병원의 후근(물품조달) 서비스, 공공프로젝트(公共工程) 등 여러 방면으로 점차 확대하였다. 1994년 선전의 최초 사례 이후 두 번째 사례는 이듬해인 1995년 상하이(上海)에서 등장하였다. 1995년 상하이 푸동신구(浦东新区) 사회발전국은 상하이기독교청년회(上海基督教青年会)측에 뤄산시민회관(罗山市民中心 혹은 罗山会馆)의 일상적 운영관리를 위탁하였다. 뤄산시민회관은 푸동신구 주민들의 상호교류와 문화, 오락활동, 체육활동 등을 위한 공공장소로서 건립되었다. 회관 건립 시 푸동신구 사회발전국이 토지와 건설비용을 부담하였고, 구의 사회발전기금회는 건물 내부의 시설과 설비를 담당하였으며, 회관을 건립한 뒤의 업무와 프로그램의 운영과 관리를 상하이기독청년회가 수탁하게 된 것이다. 이후 뤄산시민회관은 주민들의 사회교류 활동을 위한 단순한 공공장소의 성격을 넘어, 회관 자체가 독립적인 법인자격을 갖춘 사회조직으로 전환되기에 이른다. 1990년대 중반 이러한 선전과 상하이의 두 가지 최초의 사례는 지방 정부가 위탁계약의 형식을 통해 민간사회조직으로부터 공공서비스를 구매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상하이의 관련 정책실험 사례를 좀 더 살펴보면, 2000년 상하이 루완구(卢湾区) 등 6개 구 산하의 12개 가도(街道)판사처가 양로 서비스 관련 사회조직들에게 재가(居家)노인들에 대한 가정방문 서비스를 위탁하여 해당 민간사회조직 소속의 활동가들이 노인들에게 가사(청소와 음식조리), 간병, 외출 등의 돌봄 서비스를 정부의 사회복지 공무원들을 대신하여 제공한 바 있다. 그 이후 2003년 상하이시는 ‘정부의 주도적 추동(政府主导推动), 사회단체의 시행(社团运作), 사회 각계의 참여(社会多方参与)’라는 모토 하에 신항(新航), 양광(阳光), 쯔창(自强)의 3개 민영비기업단위(民办非企业单位) 유형의 사회조직들에게 서비스를 위탁하였다. 범죄예방, 사회교정, 사회질서 강화의 차원에서였는데 상하이시 주도로 세워진 이들 3개 민영비기업단위 사회조직들은 각각 상하이 교정위원회(矫正委), 공청단(团委), 금독위원회(禁毒委)의 위탁을 받아 복역 중이거나 만기 출소자 등의 교정 대상자, 失学(스쉐) 즉 퇴학 혹은 자퇴 상태의 불량청소년(问题青少年), 약물중독자들을 대상으로 교정사업을 실시하였다. 신항, 양광, 쯔창 이들 3개 사회조직들은 정부의 해당 프로그램 관련 자금지원을 받아 500여 명의 교정 서비스 관련 인원들을 고용하고 있었는데, 이에 따라 상하이 내 19개의 구와 현(县) 곳곳에 지부(分站)와 사무소(工作站)를 설치하였고, 그 500여 명의 교정 서비스 종사자들이 상하이 전반을 포괄하는 교정 서비스 사업을 수행한 바 있다.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약 9년간의 초창기에는 정부 서비스 구매의 등장이 주로 선전과 상하이 등에만 국한되다가 2003년부터는 난징(南京), 우시(无锡), 광저우(广州), 베이징(北京) 등으로 점차 전파되고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 가운데 난징과 우시의 사례만 간략히 살펴보겠다. 난징의 경우를 보면, 난징시의 구러우구(鼓楼区)가 2003년에 처음으로 공공서비스 구매를 시작하였다. 당시의 프로젝트 명칭은 ‘재가양로서비스네트워크 프로젝트(居家养老服务网工程)’라고 불렸는데, 민간사회조직인 신티에신사구서비스센터(心贴心社区服务中心) 소속의 서비스공작 담당자들이 구 내의 재가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가사도움, 간병, 외출, 병원외래 등의 가정방문 돌봄 서비스를 수행한 것이었다. 우시는 2005년 처음으로 정부의 서비스 구매를 시행하였다. 이전까지는 시(市) 정부의 보건/의료 관련 부서가 직접 담당하던 결핵예방과 환자관리 업무를 민영기관인 안궈병원(安国医院) 등에 전적으로 위탁하였고, 시 정부는 안궈병원이 수행하는 보건/의료사업에 대한 감독·관리와 환자들의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만을 진행하였다. 2005년의 첫 실험과 경험을 기초로 시 정부의 서비스 구매의 범위를 확대하여, 이듬해인 2006년부터는 우시 관내 대다수 구역의 시정(市政) 관련 시설유지와 관리, 오수/하수처리, 가로등 설치와 관리, 환경-위생, 양로 등의 여러 영역에서 기존 시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직접 담당하던 방식에서 사회조직으로부터의 서비스 구매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이 시기에는 세 가지 특징과 양상이 관찰된다. 첫째, 선전, 상하이, 난징, 우시 등 몇몇 지방에서 그것도 지방 전체가 아닌 지방 내 몇몇 소수의 지역에서 정책실험이 시도되었고, 이후 조금씩 시 전체로 그리고 여타 지역으로 전파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이 시기에는 명확한 ‘비경쟁성 구매’의 특징이 관찰된다. 비경쟁성 구매란 지난호에서 언급했듯이, 공고와 공개입찰부터 시작하여 일정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회조직 선정이 아니라, 구매자인 정부의 지정위탁 방식으로 특정 사회조직에게 외주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정부로부터 공공서비스 제공의 파트너로 선정된 서비스 중심의 기업 혹은 사회조직들은 대개 정부의 영향력이 강하거나 혹은 정부 주도로 설립되었다는 공통된 특징을 보인다. 셋째, 이 시기는 새로운 정책실험이 곳곳에서 개별적/분산적으로 시도되었을 뿐 그것을 전반적으로 지도하고 규율하는 지방과 기층 정부 차원의 서비스 구매 관련 제도와 규범이 거의 없었다는 특징을 보인다. 즉 규범화, 제도화 등의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서비스 구매의 발전과정 중 제1단계는 위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다.
김성민 | 동서대 국제관계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