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국에 있어 당(黨)과 국가의 노선은 “경제건설을 중심으로(經濟建設爲中心)”라는 표현으로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21세기를 맞이해서도 변함없이 국가의 우선순위를 경제발전에 둘 것이며 사회주의 강국 건설이라는 목표를 향하여 매진해 갈 것이다.
이 글에서는 현재 중국에서 쟁점화 되고 있는 경제 관련 문제인 국유기업 개혁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경제발전 과정에서 파생된 극심한 지역 간 소득격차의 문제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사회주의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민의 완전취업 보장이 불가능해진 것과 관련하여 단위제도(單位制度)의 변화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호구(戶口)제도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볼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발전이 기독교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들을 살피고 이에 따른 선교방법과 전략들을 제시할 것이다.
1.현대중국의 주요 경제문제
국유기업 개혁과 실업자 양산 :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표방한 이후 농촌을 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 생산력 발전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농촌을 대표하던 인민공사가 해체되고 자유시장이 출현하였으며, 1980년대 이후부터 향진기업(鄕鎭企業)이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반면 도시지역의 개혁은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1) 국유기업이 안고 있는 방대한 적자와 비효율성이 전체 국가경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 개혁을 주요 개혁과제로 삼고 여러 측면에서 개혁을 실행하였다.
현재 국유기업이 맞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실업자 양산이다. 다른 어떤 위협보다도 국민 개개인에게 가장 커다란 위협의 요소인 실업 문제가 국유기업 개혁에 있어 더욱 크게 대두되는 이유는 국유기업의 잉여노동력 때문이다. 사회주의 완전고용 정책에서 말미암는 잉여노동력으로 인한 경제발전의 저해와 비효율성의 심화는 중국이 사회주의 강국으로 발전하는 데 커다란 장애로 작용하였다. 중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국유기업에게 어느 정도의 자주경영과 손익책임을 넘겨주면서 경제적 실체의 역할을 감당하게 만들었다. 즉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국유기업 개혁을 진행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단위에 음성적으로 남겨져 있던 20∼30% 이상의 실업인구가 구체적으로 표면에 나타나게 되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실업률은 3.1%(1997년)에 불과한데, 이것은 샤강(下崗: 정리휴직)된 인원과 잉여노동력, 그리고 다수의 농민들 중의 잉여노동력이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실업인력들을 정부가 책임진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그렇지만 실업은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문제이다.
소득격차의 확대 : 국가의 사회안정도를 측정할 때 중요한 지표가 되는 것이 부(富)의 분배 정도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지역 간 소득격차와 함께 개인간 소득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 국민들에게 상대적, 절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역별 주민들의 평균 소비액을 비교하면, 가장 높은 상하이(上海)시가 1인당 연간 3,998위안(元)인데 비해 가장 가난한 꾸이저우(貴州)성은 725위안으로 5.5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지역 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것은 중국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사회제도인 호구제도(戶口制度)와 공유제 주도의 경제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다. 호구제도로 인해 지역 이동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 간 소득격차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더 나아가 가난한 지역의 호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취업기회가 많은 지역으로 불법이동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좀더 발전한 지역의 호구를 획득하기 위해 많은 돈을 주고 불법으로 호구를 매입하는 일들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역 간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공유제 주도의 경제이다. 대부분의 자산이 국유 혹은 집단소유라는 공동소유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공동소유의 자산은 사실상 각급 정부관료들이 소유권을 행사하게 되어 있으므로 관할 지역 내 주민들의 이익을 고려하여 지역 간 이동을 쉽게 허가하지 않고 있다.
단위체제의 변화 : 1980년대 중반부터 진행되고 있는 공유제 부문의 개혁은, 단위(單位)체제를 점차 해체하고 그것을 대신할 시장 메커니즘의 도입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단위체제는 중국의 도시 노동자들에게 고용의 안정성과 사회보장을 제공하는 주된 틀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고비용, 저효율인 기존의 단위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서서히 사유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단위에서 주택, 의료, 복지 등 모든 책임을 감당하던 것에서 탈바꿈하여 개인이 스스로를 위해 인생을 설계하도록 변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취업인구는 국가가 모든 것을 안배해주던 기존의 체제에서 벗어나, 개인이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이제는 취업, 사회보장과 관련된 문제의 해결을 개인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선택하고 결정해야한다. 이것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정부로서도 사회주의 체제를 지속하기 위해 커다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호구제도의 변화 : 최근 호구제도에 관하여, 1958년 공포된 〈중화인민공화국 호구관리조례〉가 농민의 도시 이주를 엄격히 제한한 계획경제의 유산이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호구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농업인구의 도시로의 자유로운 진입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또한 도시에서 근로하는 농촌인력은 현행 호구제도 하에서는 신분보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최후의 신분보장 수단인 농토에 대한 청부권(請負權)을 포기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농토의 황폐화 및 농업의 전근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구제도가 문제가 되는 또다른 이유는, 도시지역 호구를 획득하기 위해 해당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등 불법적인 방법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구없이 무턱대고 농촌에서 도시로 밀려드는 대량의 유동인구인 ‘망류(盲流)’를 발생시켰다. 이들 유동인구는 1994년 공식집계로 8천만 명(이 수치는 도시 상주인구의 30%에 달하는 것이다.)이었으며, 비공식 집계로는 1억 명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현행 호구제도에 대한 개혁요구에 따른 변화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하지만, 기득권 세력의 반발도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즉 경제가 발달한 지역의 호구 소유자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호구제도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2.경제변화에 따른 기독교 변화와 선교적 대책
경제발전이 기독교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 중국의 경제발전과 중국 기독교 발전은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우선 경제발전이 기독교 발전과 선교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다음의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경제발전은 정치 민주화에 대한 요구를 확대시킬 것이다. 이것은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이익집단과 종교세력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다. 정치민주화는 중국 정부로 하여금 종교정책에 변화를 가져다주게 할 것이며, 한층 더 자유로운 종교활동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둘째, 경제발전은 중국인들을 집단주의적 사고방식에서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으로 변화시키는 작용을 하며 이것은 기독교 선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개인에게 접근하고 영향을 미치기 쉬운 환경이 형성될 경우 선교의 영역이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경제발전으로 인해 정치, 사회적으로 부정부패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독교 정신에 대한 호감과 필요가 증대되어질 것이다.
넷째, 경제발전에 따라 여가와 여행에 대한 관심도가 증대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여행이나 사업과 관련된 비자를 받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해외 기독교 기관들과 협력하여 중국 기독교 지도자들이 국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증대될 것이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중국 기독교 지도자의 질적인 성숙이 이루어질 것이 기대되고 이는 곧바로 중국 교회에 전달되어 평신도들을 깨울 것이다.
경제발전이 기독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 위에서 경제발전이 기독교에 미치는 긍정적인 요인들을 살펴보았는데, 반면 부정적인 영향도 없지 않다.
첫째, 경제발전은 개인들로 하여금 영적이고 정신적인 것보다 물질을 추구하게 한다. 과거 정부로부터 모든 것을 분배받던 상황에서는 부의 축적을 자극할만한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았으나, 개혁개방 이후부터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부의 축적이 얼마든지 가능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돈 벌기에 집중되고 있다.
둘째, 경제발전은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다주지만, 정신적으로는 공허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중국은 오랫동안 사회주의 사상의 통제를 받아오다가 개방 이후 그 의미를 상실해 감에 따라 그것을 대체할만한 사상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이 틈을 타서 성행하는 각종 수많은 종교와 이단들은 기독교 발전과 선교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경제발전은 중국 사회의 인구유동을 확산시켜 농촌 인구로 하여금 도시로 이동하게 하였다. 따라서 농촌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기독교인들도 도시로 몰려들었고, 농촌에는 노인, 부녀자들이 남아 힘들게 생계를 꾸려가면서 동시에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또한 도시로 이동한 농촌 젊은이들은 대부분 도시 비공식 부문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는데, 장시간 힘든 노동으로 인해 기독교에 대한 열의가 줄어들게 되고, 주일에도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신앙에 집중할 시간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이것은 기독교 발전과 선교에 커다란 손실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3.선교적 대책
실업인구에 대한 선교방법과 전략 : 현재로서는 중국 정부도 실업자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유기업에서 정리해고된 실업자에게 정기적인 생활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는 50%이며, 액수는 1인당 월평균 120위안(한화 1만 8천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한 실정이다. 이들을 위한 선교방법과 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현지 가정교회와의 협력을 통한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자본을 투자하고 현지 가정교회와 동업하는 방식의 수익사업을 통해 실업상태에 있는 가정교회 성도들을 고용할 수 있으며, 안정적으로 선교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중국정부는 중서부지역 개발을 위해서 해외자본의 유입을 환영하고 있다. 이 지역은 외자기업에게 유리한 세제(稅制)가 적용되고 지역 내 판매를 인정하기 때문에, 의류산업이나 섬유산업 등에 투자하게 되면 노동집약도를 높여 많은 실업자들을 고용할 수 있을 것이고 사업에서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소득 소외계층에 대한 선교방법과 전략 : 현대중국이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운영 메커니즘인 시장경쟁을 도입하게 됨에 따라, 경쟁에서 도태되는 이들은 저소득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들에 대해 어느 누구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기독교는 선교적인 목적과 함께 실천적 신앙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저소득 소외계층은 특히 의료와 교육에 관련한 많은 필요를 갖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의료기술을 갖고 있는 기독교인과 이들을 지원하는 교회와의 연합이 절실하다. 소외지역 내에서 무료진료소를 운영하거나 병원을 세워 도울 수 있다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직접적인 교육비를 부담함으로써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에게 장기적인 도움을 주어, 그들이 스스로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되며 장차 역량있는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깊은 관심을 베풀 수 있다. 또한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생활 필수품들을 전달함으로서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도시 비공식부문에 대한 선교방법과 전략 : 이들 구성원들의 대부분은 낙후된 농촌지역에 호구를 갖고 있는 청장년들이다. 농촌은 사실상 잉여노동력이 상존하기 때문에, 이들이 도시로 나와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노동 생산성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유익하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도시 비공식부문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생활환경이 열악하고, 농촌이라는 기반을 떠나 있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부분들을 도와주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는 것은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선교전략으로는, 이들이 주로 모이는 지역에 이들이 휴식할 수 있는 정서적인 공간을 비공개적으로 마련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이들과 함께 같은 일을 하면서 활동하는 것도 좋은 접근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자에 대한 선교방법과 전략 : 경제가 발전하게 되면 경제활동을 통한 노동수입이라는 부분을 줄이면서 여가를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게 된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과 중국 간에도 여행 관련 제약이 많이 완화되고 있어, 조선족의 경우 여행비자가 90일로 연장되었으며 나이 제한규정도 완화되었다. 이것을 활용해서 중국 기독교 지도자들이 해외에서 지도자 훈련을 받는 것도 보다 쉬워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들을 위한 여행경비를 지원하고 초청장을 만들어 보내고, 해외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농촌 인구에 대한 선교방법과 전략 : 점차적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동하여 직업을 찾고 있으며, 따라서 농촌에는 상대적으로 노년층과 부녀자들만 남아 일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정교회는 농촌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영적인 공급을 필요로 한다. 이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는, 청년들의 도시유출로 인한 영적 후계자 공백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농촌에서도 수익활동이 가능한 사업체(공장 등)를 설립, 해당 지역 그리스도인 청년들을 고용함으로써 이들이 지도자로 양육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겠다.
주: 1) 1999년 통계자료를 참고하여 취업 노동자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취업자 6억 9,957만 명 중 도시지역 취업자가 2억 768만 명, 도시지역 취업자 중 국유단위 취업자가 8,809만 명이고, 집체단위 취업자가 1,899만 명이다.
이동철/ 중국복음선교회 〈중국교회와선교연구소〉 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