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6.2  통권 190호     필자 : 이광열
[단기선교 경험기]
선교지 방문을 위한 두 가지 기대
미전도 선교지 방문 준비기 (2)


배 한 척을 만들려거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
나무를 해오게 하거나

이런 저런 일을 시키려 하지 말고
끝없이 망망한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어라

-생텍쥐페리-


순례라는 말은타국의 혹은 낯선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습니다. 다만 여행과는 다른 의미로 구별하고자, 순례는 그 타국의 낯선 경험을 통해 영성을 더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순례와 여행을 구별하여 말할 때에 주된 기준은 가는 장소에 의해 결정될 때가 많습니다. 흔히 신구약 성경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장소를 성지라고 하여 떠나는 성지순례가 대표되는 경우이지요.
 

그러나 ‘어디로 가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과 기대로 가느냐입니다. 두 사람이 똑같이 성지순례로 예루살렘을 간다 해도 마음가짐에 따라 한 사람은 순례가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관광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보이는 세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염원하고 바라볼 수 있다면 가는 목적지가 사막이든, 북극이든 그 여정은 거룩한 순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6월호 미전도 선교지 방문 준비기에서는 준비모임에 대한 현장 분위기를 좀 나누고자 합니다. 외적인 분위기는 매주 수요예배 후에 꾸준하게 모임을 가진 한 장의 현장사진으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참여한 9명의 마음의 분위기에 대해 나누고 싶습니다.  

 


4월말 첫 준비모임에서 모든 참가자들에게 숙제 하나씩을 내주었습니다. 이번 선교지 방문을 통해 기대하는 것 두 가지와 그것을 이루기 위한 기도제목 세 가지를 적어내게 했습니다. 그중 여덞 명의 두 가지 기대하는 바를 중복되지 않게 대략 엮어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제껏 경험치 못했던 또 다른 풍성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하실 것에 대한 기대.
하나님이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실지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대.
선교에 대한 바른 이해로 기도의 제목을 발견하는 것에 대한 기대.
단기선교 때마다 신앙의 성숙함을 주신 그 하나님을 다시 기대.
선교사님들의 하나님을 만나 뵙고 하나님의 선교비전을 볼 수 있기를 기대.
선교지 방문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뜻과 후이족(回族)을 향한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고 싶은 기대.


이미 적어 놓은 참가자들의 갈망 속에 이번 선교지 방문은 순례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몸이 아픈 분도 계시고, 사업과 일터의 자리를 잠시 비우고 참여하신 분도 계시고, 일상의 분주함을 뒤로 하고 참여하신 분도 계시는 등 그 출발의 배경은 다양하지만 종착지의 기대는 하나님의 일하심으로 모아졌습니다.

 
우리가 성경 속의 땅만을 거룩한 땅, 성지로 여기다 보니 그 외의 다른 땅은 거룩하지 않은 것처럼 대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유대땅 성지는 우리가 귀하게 여기는 성경의 배경이 되고, 우리 주님이 걸으셨던 땅이라는 의미에서 특별함을 부여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역사하심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오늘날 선교의 최일선이 바로 성지이고, 그곳에서 일하고 계신 하나님을 기대하며 살피는 일정이 성지순례가 될 것입니다.
 

시편 84편은 예루살렘 성전을 향해 나아갔던 순례자의 갈망을 이렇게 표현해줍니다. 주께 힘을 얻고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자는 복이 있나이다(5절) 아직 성전에 도착하지 못했음에도 그 마음에 시온으로 향하는 큰 길이 가득 찬 사람은 복이 있다는 말이지요. 우리가 순례를 떠나기 전에 우리 안에 그 길의 여정에 대한 가득 찬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고 또 구해야 합니다.
 

명절이 되어 고향을 찾아가 본 사람들은 이미 다 경험해보았을 고백입니다. 몸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미 고향에 가 있습니다. 몸은 아직 출발도 못했지만 마음은 이미 고향집 안방 구들장에 누워 있습니다. 예루살렘에 대한 시인의 간절한 열망이 이미 그 시온으로 향하는 길로 가득 차 있고, 고향집에 대한 자녀들의 그리움이 이미 고속도로 위에서도 마음의 안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솔자의 간절한 기대 두 가지
첫째는 우리의 선교지 방문이 순례의 여정이 되는 것입니다. 성경의 성지만이 아닌 선교의 성지도 있음을 우리가 새롭게 경험하며 하나님의 임재의 현장을 보는 것입니다. 과거에 역사하신 하나님이 아닌 현재도 역사하고 계시는 장소로, 그 길로 나아가는 시온의 대로가 되기를 고대합니다.

두 번째는 우리 인생 전체가 순례의 여정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변화는 어디를 다녀와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에서 순례자처럼 살아갈 때 변화가 일어나는 것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교지 방문이 순례여정이 되고, 다녀온 이후에는 일상이 순례자의 삶을 살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 순례의 동반자로 함께 나서주신 우리 권사님들을 축복합니다. 또한 그들을 섬기고 팀을 이끌고자 참여해주신 부목사님 내외분을 축복합니다.
 

누군가와 순례여정에 함께 오른 것은 하나님의 섭리이며 축복입니다. 순례여정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또한 다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 인생이 순례의 여정이기에 그 인생에서 만난 우리 팀원들이 고맙고 귀합니다.
 

배 한 척을 만들려거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 나무를 해오게 하거나 이런 저런 일을 시키려 하지 말고 끝없이 망망한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어라


어린왕자의 저자는 권합니다.


이 귀한 권면을 다음과 같이 바꾸어 우리 모든 팀원과 앞으로의 모든 단기팀들을 응원하며 격려합니다.


순례의 여정을 아름답게 완수하려거든 사람들을 모으거나, 모인 사람들 이용하려 하지 말고, 우리를 순례의 동반자로 묶어주셨고, 출발시키셨으며, 완성시켜주실 하나님에 대한 신실함을 일깨워주어라

 





이광열 | 동인교회 담임목사, 전 중국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