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3  통권 188호     필자 : 나은혜
[나은혜 선교문학]
회상과 동행


그와 함께하며 수년을 함께 살았던 곳으로 나는 돌아왔다. 어떻게 세월이 그렇게 빠르게 흘러갔을까? 우리의 새로운 개척지인 이곳에서,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이곳에서 자리를 잡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십여 년의 시간을 소급해 따라가 보니 지난날 이곳에서 그와 함께 살며 사랑하며 지냈던 시간들은 이미 추억의 저 뒤편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 아무도 알 수 없었던 우리들의 미래는 오직 그분만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곳으로 올 때 우리는 이곳에서 주어진 사명의 삶을 끝까지 마무리하자고 계획하였다. 그러나 그분이 우리를 고국으로 다시 돌려보내셨기에 우리의 그런 계획은 무산되었다.

 

 왜 그러셨을까? 선교지에서 일생을 살기로 작정했었는데 그분은 왜 우리를 돌려보내셨을까? 나는 아직도 그분의 뜻을 알 수 없다. 다만 그분의 뜻이 나의 계획보다 언제나 정확하고 옳다는 것 외에는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선교의 꿈을 꾸었던 곳으로 지금 돌아와 있다. 우리의 꿈을 펼쳐가려고 했던 인접 도시인 홍콩과 마카오를 두루 거쳐 나의 집이 있는 주하이(珠海) 이곳으로 나는 돌아왔다.

 언제나 변함없는 이웃의 배려로 준비해준 저녁을 함께 먹고 나는 조용히 거실에 앉아 음악을 듣는다. 익숙한 피아노 선율에 따라 지난날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참 행복했던 기억들이다. 선교지에서 보낸 세 번째 도시인 이곳은 전에 있던 도시들보다 매우 이국적이다. 아침마다 키 높은 소철 사이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나는 참 좋아했었다. 
 

우리의 세 번째 도시인 이곳은 문화도 다르고 음식도 다르고 사람들도 달랐다. 그런데 그분이 예비한 참 좋은 이웃을 만나서 이 도시에서 보내는 삶은 비교적 즐겁고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자국인 이웃보다 외국인 이웃과 더 친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이곳에 와서였다. 우리를 좋아하게 된 우리 이웃의 눈에 외국 사람인 우리는 신기한 사람들이었다.
 

자신들이 알고 있던 사람들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우리를 그들은 신뢰하고 좋아했다. 이웃끼리 서로 마음을 터놓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좋은 이웃으로 만나면서 배웠다. 그렇게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던 이웃을 뒤로 하고 나는 이곳을 떠나야만 했다. 그리고 돌아온 고국에서 나는 정신 없이 앞만 보고 갈 수밖에 없었다. 긴장하는 삶 속에서 열려 있는 그 길을 나는 또 달려가야만 했다.
 

추방의 긴장 속에서 오직 내게 열려 있는 배움의 길을 한참을 달려왔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 날 나는 목사가 되고 박사가 되어 있었다. 또 등단한 작가로 칼럼니스트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옛 그곳으로 돌아와 그 자리에서 지난날을 회상한다. 왜 나는 다시 이 자리에 돌아와 있을까? 가족을 떠나서 나의 선교의 꿈을 펼쳐가던 그곳으로 혼자 돌아오게 되었을까? 
 
옛집으로 돌아온 나의 소망은 분주한 서울에서 가지지 못했던 그분과 깊은 만남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문득 그분은 언제나 내가 너무 달린다 싶으면 나를 이곳으로 돌려보내고는 하셨던 기억이 났다. 벌써 수 차례 비자발급이 제한되었던 문제가 해결되고 벌써 여러 차례 나는 다시 돌아오고는 하였다. 내 인생이라는 배의 키를 쥐고 계신 그분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싶으신 것일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성경 속으로 여행을 시작하면 그분은 나에게 말씀하실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나를 향한 그분의 뜻은 무엇인지 전부 다 이야기해 주실 것이다. 그렇게 그분과 동행이 필요하여 나는 그와 함께했던 삶의 보금자리로 홀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나의 책무를 다 그에게 맡겨 놓고 나는 여행가방 하나만 끌고 그와 함께 살았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곳으로 돌려보낸 그분의 뜻을 찾기 위해 기도의 손을 모은다. 아직 그분의 사랑을 알지 못하는 사랑하는 이웃의 영혼을 이번에는 그분께로 꼭 인도해보리라. 나는 또 푸른 생명으로 살아날 영혼 구령의 꿈을 꾼다.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 (단 12:3)





 

나은혜 | 장로회 신학대학교 선교문학 석사, 미국 그레이스신학교 선교학 박사, 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지구촌 은혜 나눔의 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