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통1.JPG)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제목부터 무게감이 있어 보이는 이 책은 1979년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필자가 대학 다닐 때 읽은 책 중에서 필자에게 가장 충격을 줬던 책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물리학자 카프라가 현대 물리학의 세계관과 동양 고대사상의 세계관 사이의 유사점을 찾고 비교한 책입니다. 푸른 눈의 독일 물리학자가 유럽을 거쳐 미국에서 교수로 연구자로 활동하면서 어떻게 동양사상을 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원제는 ‘The Tao of Physics’입니다. ‘Tao’는 서양에서 중국어 ‘道’를 발음하는 표기방법이지요. 동서양의 학문을 넘나드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양자이론 소립자를 연구하는 현대 물리학자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동양의 고대사상을 연구하였고 나아가 두 사상의 접합점을 찾아 책으로 낼 정도로 두 세계에 모두 통달했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의 가치는 통합에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대학원에서 전공하던 교육학에서 통합교육과정(integrated curriculum)이라는 이론을 접하게 되었고 유아교육현장에 이런 커리큘럼을 실험하는 곳이 생겨났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글공부와 숫자공부, 그리고 음악과 미술 등을 하나의 수업 시간에 진행하는 교육방법 연구입니다. 다시 한 번 통합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그때 만해도 이런 것은 유아교육에서나 가능하다고 했는데 2018년부터 우리나라 고등학교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을 시행한다니 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지금 21세기는 누구나 학문간의 융합을 말합니다. 바야흐로 통합의 시대입니다. 과학자가 인문학을 알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반대로 인문학자가 과학의 근거를 모르고 말한다면 중세 암흑기의 교황청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한동대학교의 경우 대학 입학도 문•이과를 상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상호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전공을 공부하도록 하여 학문간 융합을 도출해 내고 있습니다. 학문에서 통합은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시너지(synergy) 효과를 보게 될 것입니다.
통합을 요구하는 이 시대의 흐름을 한국 사회는 읽어내지 못하고 여전히 분열이라는 고질병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 호에 올해 종교개혁 500 주년을 기념하면서 변화에 맞는 개혁의 시대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 우리에게 있어 가장 개혁이 필요한 부분이 바로 사회 각 분야에 퍼져 있는 분열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분열을 경험하였습니다. ‘통일’신라시대가 있었지만 삼국통일은 당(唐)이라는 외세를 등에 업은 침략 통일이지 삼국의 합의에 의한 통일이 아니어서 가치가 희석됩니다. 분열이 극에 달한 것이 조선의 사색당파입니다. 현대 정치에서도 우리는 분열을 경험합니다. 우리나라 정당들의 역사가 짧은 이유는 늘 이합집산이 있기 때문입니다. 철새정치인이라는 웃지 못할 말도 생겼습니다. 남과 북이 분열되어 살아가는 것도 안타까운데 동과 서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수도 서울 안에서도 한강의 남과 북으로, 이렇게 우리는 병적으로 분열되어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은 교회가 사회의 분열병을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한국교회가 덩달아 분열병에 걸려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분열에 앞장 서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인 요한복음 17장에서 예수님은 하나가 되게 해 달라는(11, 21, 22, 23절) 통합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22절을 옮기자면 “아버지와 나, 우리가 하나가 된 것처럼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마지막 기도에서 이렇게 간구하시는 것을 보니 하나가 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인 것이 분명합니다. 인간은 연약하기에 분열될 것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에도 분열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사도행전 6장에 보면 예루살렘교회 안의 히브리파와 헬라파 유대인 기독교인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 분열의 위기를 해결한 방법은 기득권 세력인 히브리파가 기득권을 포기한 것입니다. 7명의 집사를 헬라파에서 뽑고 모든 권한을 헬라파 유대인들에게 주었더니 분열의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15장에서 분열의 위기가 찾아 왔습니다. 이번에는 유대인 기독교인과 이방인 출신 기독교인 사이의 갈등이었습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바울이라는 걸출한 지도자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들의 권위에 사람들이 순종해서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유대인 지도자들이 나중에 믿은 이방인 성도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이방인의 사도인 바울의 요구를 들어주었기 때문에 교회가 분열될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교회는 계속 분열되었습니다. 동로마교회와 서로마교회로, 후에 교회의 타락에 대한 종교개혁운동으로 개신교가 등장하였습니다. 개신교는 나라와 교리에 따라 여러 교파가 되었고 한국에 와서는 이렇게 많은 교파가 생겨났습니다. 분열된 한국교회만 보다가 중국에 있을 때 교파 없는 중국교회의 모습을 경험하였습니다. 1990년대 중반 상하이(上海)는 각 구(区)마다 삼자교회가 한 곳씩 있었는데 그것이 종교사무국의 규정이라고 했습니다. 1997년에는 어떤 구에서 한 교회가 수용할 수 없을 만큼 기독교인들이 많아져서 규정을 깨고 교회를 새로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구마다 교회 건물에는 각기 특색이 있었는데 공산화 이전에 중국 안에 있던 교파 교회가 그 특색을 가지고 건축하였기 때문에 교회 내부와 외부의 건축 양식이 확연히 달랐던 것입니다. 삼자교회가 되면서 교파가 없어졌고 문혁 이후 교회가 다시 문을 열게 되면서 건물은 유지한 채 간판에도 예배에도 교파의 특색이 없어졌습니다. 당연히 나중에 예수를 믿게 된 중국의 성도들은 교파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정치권력에 의해 삼자교회라고 하는 새로운 세력으로 교파가 통합된 모순은 있지만 다른 나라에 있는 전통 교파가 사라졌고 적어도 중국의 성도들은 삼자교회이든 가정교회이든 교파를 묻지 않고 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것은 무척 바람직한 일로 보였습니다. 한국교회의 교파 분열의 병폐는 국내 복음전도 사역과 교회 성장에 큰 장애물입니다. 이것이 우리 한국교회의 선교사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선교단체와 각 교파의 선교가 뒤섞여 중복 선교를 하고 경쟁이 치열한 사역을 합니다. 나라별, 미전도종족별 선교의 창구가 일원화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제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이런 상황을 정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통합은 21세기 시대의 요구요 흐름이며 요한복음 17장에 나타난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최근 선교의 상황에 생긴 변화로 디아스포라선교가 쟁점입니다. 2016년 말 현재 우리나라 탈북민이 3만 명입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방법의 북한선교가 한국땅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탈북민을 위한 디아스포라 복음전도 사역이 북한선교를 새로운 각도로 진행하게 합니다. 중국인의 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인의 노동수출, 여행, 유학 등으로 각국으로 흩어진 중국인들이 보다 자유로운 곳에서 복음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역이 활발히 일어나야 합니다. 중국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중국선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지난 호에 실린 ‘기회의 땅 아프리카를 가다’에서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인선교가 심지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중국인이 많이 오는 제주도에 뿌리를 내린 중국어문선교회의 의미와 역할이 바로 이렇게 중국인이 모여 있는 복음전파의 현장을 찾아갔다는 것에 있는 것이지요. 특히 중국선교에서 디아스포라선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정책이 중국에 있습니다. 천인계획(千人计划)이라는 국가 시책인데 2008년 시작해서 10년 동안 전 세계에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 의사, 금융가 2000명을 데려 오자는 것입니다. 그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1인당 일시 보조금 100만 위안(1.7억 원), 연구경비는 요구하는 대로 지급한다는 혁신 프로그램입니다. 2008년부터 2012년 7월까지 7회에 걸쳐 2263명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10년 계획의 반도 안 걸려 이 프로젝트는 완료되었습니다. 2012년 9월부터는 10년 동안 자연과학, 철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 1만 명을 키우겠다는 만인계획이라는 국가인재육성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진행 중입니다. 이제는 중국이 기회의 땅이 된 것입니다. 이 정책으로 해외에서 기회의 땅 중국으로 회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디아스포라선교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중국인들이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복음을 듣고 하나님의 사람이 되어 중국의 복음화와 기독교화를 위해 헌신하는 일꾼이 되어서 본국으로 들어가도록 돕는 선교가 필요합니다. 지금 한국땅 어딘가에서 우리가 만나는 중국 사람들이 중국의 성장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고 중국의 복음화를 이끌 지도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중국선교가 중국 안에서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선교현장의 변화, 선교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통합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 나와 있는 노동자와 여행자와 유학생들을 위해 사역하는 선교사와 중국 현지에 있는 선교사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역에 협력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중국선교를 담당하던 선교사와 선교단체의 경험과 정책들이 공유되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중국인들을 주께로 인도하는 효과 있는 방법들을 통합해서 연구해야 할 것을 이 시대가 요구합니다. 중국선교의 통합을 통해 더 다양한 연구와 시도가 공유되어 효과 있는 중국선교를 이루어 가야 합니다. 나아가 이 사역에 중국인사역자들이 동원되어 선교하는 중국으로 발전시켜 나가도록 해야 할 때입니다. 선교는 이렇게 지역도 통합되고 방법도 통합되고 사역자도 통합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선교현장에서는 통합을 요구합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에 선교사역에서의 분열과 혼돈을 개혁하여 통합의 역사를 이루어 갑시다. 우리가 하나가 되기를 원하시는 예수님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중국 선교를 통합하는 통합선교의 시대를 웹진‘중국을주께로’와 중국어문선교회가 이끌어 가기를 소망합니다.
유은식 | 전 중국 티베트선교사, 현 산돌성결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