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1  통권 167호     필자 : 김영철
[중국 영화]
《꺼져버려 종양군(滚蛋吧! 肿瘤君, Go away Mr. tumor)》
-죽음과 당당히 맞선 말기 암환자


중국 한옌(韩延) 감독의 《꺼져버려 종양군(이하 꺼져버려)》은 서른 살에 요절한 여성 만화가 슝둔(熊顿, 1982년—2012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2015년 8월 13일 중국에서 상영되었으며 2015년 11월 제11회 중미(中美)영화제에서 ‘황금천사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제88회 오스카 외국어부문 경쟁작에도 출품되었는데 제목은 만화 작품명과 같았다.

한옌 감독은 생전에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되길 바랐는데, 그 역에는 바이바이허(白百何)가 맡아주기를 희망했었다.
여주인공 슝둔(熊顿, 白百何 분)은 스물아홉 살에 실직하고 남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림프암에 걸려 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아야 했다. 5년 생존율이 20% 미만이었다. 그녀는 인생의 위기 앞에서 죽음을 준비해야 했다. 슝둔은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와 데이트하는 것을 보게 된 순간 세상이 온통 차가운 얼음 나라가 되어버리는 상상을 하였다. 그녀는 사랑에는 넘어졌지만 병마라는 역경 앞에는 무릎을 꿇지 않았다. 병보다는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단절이나 사랑의 배신으로 인한 충격이 그녀에게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모든 사람이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어하는 죽음이라는 길 위에서 어떤 사람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나 해석은 사람마다 다양한데 중국 사람과 한국 사람은 죽음이라는 것을 언급하는 것을 회피해왔다. 공자 역시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소극적이었다. 불행의 상징으로 보일 수 있는 젊은 나이에 맞는 죽음 앞에 슝둔은 주눅 들지 않으려고 애썼다.
 

《꺼져버려》에서는 불치병 환자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련의 주인공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유머가 넘치고, 옛 남자 친구에게 복수하고, 담당의사에게 애정공세를 쉴 새 없이 퍼붓는 여주인공이 있을 뿐이다. 실제 슝둔은 투병 중에도 줄곧 붓을 놓지 않았는데 이런 창작에 대한 불타는 열정은 네티즌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병원에 입원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의사를 위해 빨간 원피스를 입고 다니며 관심을 끌고 싶어했다. 또한 담당의사(梁医生, 吴彦祖 분)에게 항암치료제를 먹으면 구토가 나고 구토억제제를 먹으면 변비가 생기고 변비약을 먹으면 두통이 생겨서 두통약을 먹어야 한다며 의사에게 애교를 부리는 등 사람을 질식케 하는 통증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상상 속에서 담당의사와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끽하는데,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과 김수현 역을 슝둔과 의사는 어설픈 한국어로 연기해 내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슝둔은 투병 중에도 정의의 사도처럼 거침없이 행동하였다. 친구 아이미(艾米, 张子萱 분)가 일본 회사에서 휴가도 없이 고된 업무에 시달리는 것을 보다가 참다못해 그 회사로 달려가서는 일본인 사장을 혼내주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현실의 문제는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 슝둔의 경솔함을 탓했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슝둔은 위축되기보다는 더 강해지려고 애썼다. 인생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에 죽음이라는 한계로 인해 더 진지하게 삶을 살아야 한다고 위로했다. 그런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주변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우어 주고 격려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녀가 죽기 2주 전, TV방송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자신의 장례식도 미리 준비하였다. 슬픈 노래나 조화 없이 사랑하는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웃고 울면서 생전에 녹화한 영상을 틀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갖지 못하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도 당했지만 사랑의 소중한 가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죽으면 영원히 서른 살로 남을 것이라고 익살을 부렸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저 세상에서 그녀를 찾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거라는 말도 남겼다. 그녀는 긍정의 화신으로서 글과 그림, 영화를 남겼다. 우리는 그녀를 잃었다는 상실감보다 그녀에게서 위로와 힐링을 받았다.
 

같은 병실에 있던 한 환자가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자, 슝둔은 인생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마약, 성매매, 투신자살이라며 병마와 싸우는 것이 힘겨워도 그것이 삶을 포기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외쳤다. 그녀는 자신이 게임과 영화 속에서 좀비인 암과 싸우는 전투사가 되어 종횡무진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하였다. 슝둔 외에도 친구들과 의사, 환자 등은 긍정의 아이콘으로 영화화면을 가득 채웠다.
 

같은 병실에 있던 꼬마 환자가 잠든 슝둔의 얼굴에 낙서를 하여 주위 사람들의 웃음꺼리가 되었다. 그녀가 화를 내는 중에 자칫 잘못해서 꼬마가 코피를 흘리게 되었다. 응급처치 후 사람들이 꼬마에게 왜 다쳤냐고 물으니 자신이 잘못해서 넘어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슝둔은 내심 부끄러웠다. 꼬마는 아빠가 큰 사업을 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랑했지만 실은 아빠 친구들이 돈을 모아서 아이의 병원비를 마련해왔다. 하지만 아이는 수술로도 완치가 힘들어 퇴원을 해야만 했다. 병이나 금전으로 허덕이는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사랑을 실천하는 장면에 관객들은 숙연해졌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자꾸 빠지자 슝둔은 머리를 몽땅 밀어버리기로 결심하였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순간 그녀는 색색의 가발을 써보며 즐겁게 들에서 뛰는 상상을 한다. 그녀는 상실감과 절망감에 머물러 있지 않고, 오히려 자유롭고 다채로운 인생의 새로운 경지를 기대하였다. 슝둔의 병이 악화되자 담당의사는 전기충격기를 사용하여 다시 깨어나게 하였다. 그녀는 친구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소중함을 사람들과 나누려고 마지막까지 애썼다.
 


2016년 6월 한국에서 상영 한 《미 비포 유 Me Before You, 2016》는 청춘의 죽음을 다룬 영화이다. 간병인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전신마비 환자 윌(샘 클라플린)을 사랑하지만 그의 소원대로 안락사를 선택하게 도와주었다. 유능했던 윌이 전신마비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심지어 그에 대한 사랑마저도 포기하였다. 루이자와 관객은 안락사나 존엄사라는 명칭으로 그의 죽음의 선택에 경의를 표했지만 그의 결정은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고 안타깝게 하였다. 
 

장애와 병마로 시달리는 환자가 어떤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는 판단하기는 힘들다. 쾌락 속에 생명을 포기할지 아니면 통증 속에서도 강인함을 유지할지, 본인이나 그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역시 결정하기 힘든 부분이다. 인간이 직면한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육신의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에게 있다고 본다. 죽음 이후에도 소망이 있다고 믿는 삶은 죽음을 두려움이나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는 터널로 인식할 뿐이다. ♣




♧ 김영철 |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중국학과 교육전담교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