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중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모두 상업화된 날이다. 한국에서는 빼빼로데이로, 중국에서는 광군제(光棍节)라고 불리는데, 원래 광군제는 솔로데이 혹은 싱글데이로서, 짝이 없는 싱글 젊은이들이 선물을 주고받으며 스스로 혹은 서로를 위로(?)하는 날이다. 중국에서 광군(빛나는 몽둥이)은 솔로/싱글을 지칭하는 용어라고 하는데, 숫자 ‘1’이 네 번이나 들어간 11월 11일은 ‘솔로/싱글의 날’로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2009년부터 알리바바 그룹이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파격 할인행사 등 세일즈 프로모션을 대대적으로 실행하고 그 다음해 경쟁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동(JD닷컴), 쑤닝 등이 가세하면서 광군제는 싱글 청춘들만이 아닌 수많은 중국인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전국 쇼핑의 날로 변신/확대되었다.
그렇다면 이 ‘쇼핑 페스티벌’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11월 11일 단 하루 동안 이루어진 거래액은 약 912억 위안으로서 당시 환율로 한화 약 16조 5천억 원에 이른다. (총 거래액 중 69%에 해당하는 626억 위안/11조 3천억 원 가량이 모바일을 통한 구매였다고 한다. 한창일 때는 초당 8만 6천 건이 모바일을 통해 결제되었다고 하니 대단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하루 동안 9천 5백만 명의 중국 사람들이 전 세계 230여 개국에서 상품을 구매했으며, 약 4만개 이상의 기업과 5천여 개의 해외브랜드를 포함한 3만여 개의 브랜드가 참여해 총 600만 종의 제품을 선보였다고 한다. 광군제의 규모를 통해 중국 중산층이 확대되었고 중국 사람들의 평균 구매력이 상승했음을 알 수 있음과 동시에, 그와 더불어 중국 소비시장에 관한 몇 가지 면모들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소비 품목이다. 스마트폰을 위시한 IT기기의 구매가 가장 많았고 의류, 화장품, 신발, 가방(주로 여성용 백) 등이 뒤를 잇고 있으며 분유와 기저귀 등의 육아용품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둘째, 위 소비 품목들을 통해 중국의 주요 소비계층 중 여성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셋째, 거래/결제가 이루어진 위치와 상품 배달 장소를 보면 기존의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경제력이 높은 연해의 특대도시(1선 도시)가 아닌, 우시, 정저우, 쿤밍, 동관, 싼야, 타이완 등 내륙의 2선과 3선 도시에서의 거래량과 구매력이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중국 전체의 경제력 증가와 중산층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GDP(국내총생산)에 있어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정도로 파악되고 약 10년 후에 이 비중은 4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소비, 즉 내수확대는 중국 정부의 바람이기도 하다. 개혁개방 이후 최근까지 중국의 경제성장/GDP 성장의 대부분은 수출과 투자에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경제불안정과 경기둔화를 포함한 중국의 여러 상황과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수출과 투자를 통한 경제 견인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른바 뉴노멀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내수진작/내수확대를 경제정책의 핵심목표로 잡고 있으며 그와 함께 서비스 산업/부문의 확대를 중시한다. 서비스 산업은 보통 제조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내수확대를 위한 정책방안이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지, 그리고 중국의 경제성장을 비롯해 내수/소비시장의 여러 측면의 변화에 대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 ♣ 김성민 | 동서대 국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