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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1  통권 152호  필자 : 최성진  |  조회 : 3318   프린트   이메일 
[중국의 미래]
얼다이(二代) 전성시대

중국의 계층 세습화를 일컫는 신조어가 있다. 권력자의 2세를 ‘취안얼다이(权二代)’, 명문 혁명가 2세를 ‘홍얼다이(红二代)’, 재벌 2세는 ‘푸얼다이(富二代)’, 군장성의 2세를 ‘쥔얼다이(军二代)’, 스타 연예인 2세를 ‘싱얼다이(星二代)’, 심지어 국영기업 간부들이 퇴직 후에 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즈얼다이(职二代)’까지 있다. 반대로 가난한 집 자식들을 풍자하는 말도 있다. 아버지에 이어 민초의 삶을 사는‘민얼다이(民二代)', 대를 이어 농민이나 농민공을 하는 ‘농얼다이(农二代)', 가난의 대물림을 일컫는 ‘핀얼다이(贫二代)'까지…….

말하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신조어 만들기는 끝이 없다. 이러한 용어들의 이면에는 가난의 질곡을 끊기 힘들지만 천문학적인 부와 권력은 세습되는 중국의 어두운 측면이 도사리고 있다. 높은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와중에는 이러한 불만이 수면 아래 잠재되어 있지만, 정부의 통제가 약해지고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 엄청난 사회적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중국 정부는 부와 권력의 세습을 금지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정부에 들어서 사정의 칼날은 매섭다. 그러나 이러한 부패 척결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이다.

전현직 중국 지도부 역시 이러한 세습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시진핑 주석 역시 혁명 영웅인 시중쉰 전 부총리의 후광에 힘입어 최고 영도자의 자리에 오른 대표적인 홍얼다이이다. 또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아들인 후하이펑(胡海峰)은 칭화홀딩스 당서기로 일했는데 이 그룹 산하 누크테크라는 보안 업체는 전국의 보안검색대 시장을 휩쓴 바 있다. 장쩌민의 손자 장즈청(江志成)은 중국 금융계의 큰 손이며, 주롱지 전 총리의 아들인 주윈라이(朱云来)는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최고 경영자를 역임했다. 매년 똑같은 낡은 점퍼를 입고 언론에 나와 서민 총리의 이미지가 강했던 원자바오 전 총리의 아들인 원윈쏭(温云松)조차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역외 탈세 의혹에 시달렸다.

물론 반론도 없지는 않다. 아버지의 후광이 아니라 본인의 능력으로 출세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일찍부터 좋은 교육을 받고 서구의 좋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고위층 자제들이 거의 예외 없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불편한 진실이다. 그래서 서방 언론들은 시진핑의 부패 척결이 결국 정적들을 소탕하고 그 자리에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앉히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많은 희생 위에 세워진 중국공산당 정부에서 이렇게 계층 이동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법고시 폐지와 변별력 낮은 수능은 원래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일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공부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기회를 빼앗아 버렸다. 이제 막노동을 해서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고학으로 국가 고시에 합격하여 집안을 일으킨다는 미담은 찾아보기 힘들다. 열심히 노력해서 국내에서 대학을 가는 것보다 부자 부모를 만나 일찍부터 유학을 가는 것이 더 멋진 인생이 되었다. 심지어 대기업 노조마저 자식에게 채용을 세습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사회 각처에서 평등과 무차별 복지를 이야기 하지만 정작 개인의 노력으로 일신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노력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살 수 있다는 공산주의 이론은 역사적으로 실패했음이 증명되었다.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우 받는 대한민국은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승리하고 경제적으로 번영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도 펼쳐진 얼다이 전성시대, 우리 기독교 신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최성진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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