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린(吉林)성 기독교협회를 방문하니 회장 쑤싸이꽝(蘇賽光) 목사, 한슈탕(韓樹堂) 목사, 멍환즈(孟繁智) 목사, 양이쩐(楊意貞)목사, 자오펑두오(焦楓鐸) 여사, 그리고 지경수(池京洙) 전도사 등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들로부터 우리들은 지린성에 교회 선교가 시작된 자세한 내력을 들을 수 있었다. 특별히 노인 목사님들께서 전해주시는 개인과 가정의 신앙 여정은 우리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고난과 함께 - 창춘교회 역사
지린성 기독교협회의 중심 교회인 창춘교회는 1893년에 건립되었다. 그들도 정확한 역사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쑤 목사에 의하면 자신은 부친을 따라 1927년에 창춘으로 왔으며 그 때 이미 교회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지금의 교회 일대가 모두 교회에서 지은 병원, 학교로 사용되고 있었다. 설립자는 영국 장로교 선교사였으며, 해방 이전에는 10개 교파가 있었다. 작은 교파를 제외하고 6개의 주요 교파(장로교, 안식일교, 소군파(小群派: 일명 형제회 집회처), 침례교, 루터교, 참예수교)가 있었는데 이들은 해방 이후 하나로 통일되었다. 

만주국의 수도였던 창춘(당시 일본인들은‘신경(新京)’이라고 불렀다)은 일본의 통치가 극성을 부렸던 곳으로, 일제 점령 하에서 모든 교회들은  일본의 국가교회로 전락하여 황국요배 등을 강요받았다. 대부분의 교역자들은 이를 피해 창춘을 빠져나갔고, 항일전쟁을 지원한 모습은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1949년 이후 새로운 종교정책이 실시되면서 교회는 다시금 성장의 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곧 이어 시작된 반우파 투쟁 시기에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노동개조라는 미명 아래 교회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닥친 문화대혁명 때에는 아예 모든 교회들이 폐쇄되었고, 모든 교역자들이 노동개조를 위해 농장으로, 공장으로 내몰려졌다. 1979년 개혁개방 정책 이후 교회는 급속도로 성장하였다. 그들은 현재 중국이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처해 있는 것처럼, 교회도 초기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많은 기도가 필요하며, 목회자와 예배당도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고 고백하였다. 한편 그들은 신도 수의 급격한 증가, 평신도들의 주인 역할 감당, 성경훈련센터의 열기, 이단을 물리치는 모든 과정 속에서 성령의 역사하심을 느끼고 있다고 하였다.
 

늘어나는 청년 신도들
창춘시에는 현재 10개 교회, 140여 개 처소가 있으며, 지린성 전체에는 200여 개 교회, 3,000여 개의 처소가 있다. 신도 수는 전 성으로 보아 20여 만 명이며, 창춘 시내에만 3만여 명, 근교까지 합하면 6만 명의 신도가 있다. 창춘교회는 4천여 명의 신도들이 3부 예배를 드리고 있다. 목회자는 전 성을 통틀어 17명인데 청년층이 12명, 노 목사는 5명이다. 연로한 목사님 가운데 현재 두 명만 활동하시고, 세 명은 이미 은퇴하셨다. 그 외에 10여 명의 전도사들이 사역하고 있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이단들의 침투를 저지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한달 과정의 성경학습반을 지역별로 진행하고 있다. 또 특별히 청년사역이 중요한 사역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전체 성도들을 놓고 볼 때 노년 50%, 중년 25%, 청년이 25% 정도 된다. 창춘교회는 몰려드는 청년들을 위하여 주일 오후 청년 예배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배 후에는 청년들을 위한 상담도 하고 있다.

한편 창춘교회 내에는 200∼300여 명의 조선족 교인들이 수년 전부터 따로 예배를 드리고 있었는데, 목회자가 없음으로 인해 교인들 간의 불화, 반목, 분열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창춘교회는 난징(南京)신학교에 조선족 졸업생을 파송해 줄 것을 요청한 결과 지금의 지경수 전도사가 오게 되었다.
 

창춘시의 종교 분포와 지린성 민족 구성
현재 창춘시에는 천주교회가 한 군데 있는데, 신도 수는 개신교회와 비슷하나 집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쑤 목사에 의하면, 그들은 유대교의 가정교육을 본받아 철저한 가정신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슬람교는 그다지 빠른 성장은 기록하지 않고 있으나, 획기적으로 남녀가 함께 예배드리고 있으며, 최근 새로운 청진사(淸眞寺: 이슬람 사원의 중국식 표현)를 세웠다. 불교는 가장 많은 신도 수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지린성에는 43개의 소수민족이 있는데 만족, 후이족, 멍구족, 조선족 등이다. 전 중국 조선족의 60%에 해당하는 120만 명이 지린성에 거주하고 있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 창바이(長白) 조선족 자치현이 있다.
 

쑤 목사의 내력
쑤 목사의 부친인 쑤취엔팅(蘇泉停) 목사는, 1920년대에 캐나다 선교사인 구요한(Jonathan Goforth, 1859∼1936)과 함께 중국 전역에 약 50여 개의 교회를 개척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쑤취엔팅 목사는 문화대혁명 당시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어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종될 당시(1967년) 그는 83세였다. 쑤싸이꽝 목사는 지금 80세로, 아버지를 따라 10세에 이곳 창춘으로 왔다. 랴오닝(療寧)성 잉커우(營口)에 있는 신학교를 마치고 베이징(北京)의 연경신학교를 졸업하였다. 졸업하고 계속 교회에서 봉사하다가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맞이하였으나, 1958년도에 노동개조를 당했고 문혁 당시 다시 노동개조를 당했다. 교회가 다시 문을 연 이후 1986년에 드디어 목사안수를 받고 지금까지 줄곧 지린성 기독교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자녀는 없으며, 대신 조카들을 입양하여 키웠다. 그 중 한 명은 난징(南京)신학교를 졸업하고 난징신학교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창칭교회 창문에 얽힌 사연
창칭(長靑)교회는 창춘에서 버스로 1시간 남짓 달린 거리에 있다. 이 예배당의 사역자는 양천(楊臣)과 그 아내 쑨슈시아(孫淑霞)이다. 그들은 90년 12월에 열 칸 짜리 집을 사서 200여 명이 예배드릴 만한 장소를 마련하였으나, 1991년 들어 교인이 500여 명으로 증가하자 그 해 초 다시 교회당 건축계획을 세웠다. 처음에는 정부도 이 건축을 허가하였으나 이후 입장이 바뀌어 건축은 중단되고 말았다. 정부에서는 창틀을 십자가 모양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완강히 반대하였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이들은 창문을 달지 못하고 검은 천으로 가린 채 계속하여 예배를 드렸다. 1993년 마침내 창문에 대한 허가가 나와 교회는 계획대로 십자가형 창틀을 가진 예배당이 되었다. 

그러나 늘어나는 신도 수를 감당하기에는 새로 지은 교회당도 너무 작았다. 많은 수의 교인들이 마당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주위에 있는 집을 사서 교회를 확장하기로 다시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집은 살 수 있으되 교회는 사용할 수 없다는 해괴한 결정이 내려졌다. 집을 사는 것도 간단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 11만 위안(元)이 있어야 하는데 교회가 비축해놓은 돈은 6만 위안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의 도우심이었을까? 처소 인도자 회의에서 건축헌금을 하기로 결정하고 난 첫 주일에 5만 위안의 건축헌금이 마련되었다. 교회를 통합하여 증축은 하지 못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집을 교회로 개조하고 양쪽 예배당은 스피커로 연결하여 지금은 1,100명이 예배드릴 수 있게 되었다.

양 사역자는 교회 성장의 원인을 새벽 기도회에서 찾는다. 한족 교회로서는 흔치 않은 경우이나, 그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기도회로 모이고 있다. 약 100여 명이 참가하는 새벽기도회는 새벽 3시에 시작해서 4시 반에 끝난다. 산하 18개 처소는 처소별로 각각 새벽기도회를 갖고 있다. 새벽기도회는 비교적 자유스럽게 개인 기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묵상기도를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 성장의 다른 원인을 굳이 찾자면 가정단위의 전도가 효력을 발휘한 것이다.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던 가정들이 예수를 믿고 변화되면서 다른 많은 가정들이 주님 품으로 인도되고 있다고 한다. 양 사역자는 교회의 단결을 중요시 하고 있어, 지금도 산하의 18개 처소들은 주일 오전에 창칭교회에 모여 연합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찬송경연대회 등 친교 프로그램을 통해 교인 간의 화목을 도모하고 있다.

1987년부터 신앙생활을 시작한 양 사역자는, 원래 시장에서 열쇠수리공으로 일했는데 수입도 괜찮은 편이었다. 아내는 시립 탁아소에서 교사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잦은 병으로 인해 많은 불화의 과정을 겪었다. 그런데 신앙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병도 고침받고 부부 간의 갈등도 원만히 해소되었다. 특히 새벽기도회는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활력소가 되었다. 이후 이들 부부는 평생 주님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 직장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교회를 위해 사역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신도에 불과했으나, 창춘시에서 실시하는 평신도 훈련반과 난징신학원의 통신 교육반을 거쳐 지금은 평신도 사역자로 봉사하고 있다.
 
이 교회의 설교는 양천과 쑨슈시아 부부가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교회에서는 재정자립을 위해 유치원을 경영하고 있다. 이는 쑨슈시아 자매의 몫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닌 어린이들 30여 명이 둘러앉아 선생님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발길을 돌렸다. 

교회 앞 편에는 바로 ‘창춘소학교’가 있다. 원래 중국 법규상 학교 주변 100m 경내에는 어떤 종교시설도 들어서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이 교회는 기적적으로 건축되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 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며 양 사역자는 이렇게 고백하였다. 

“지식도 없고 신학교육도 못 받은 사람이 교회 사역을  하고 있는 것이나, 지나간 일들을 생각해 볼 때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날마다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을까를 놓고 기도한답니다.”
 

삼자는 하나의 ‘도로’ - 한슈탕 목사
현재 77세인 한슈탕(韓樹堂) 목사는 아직도 60세 전후로 밖에 안보일 정도로 건강하다. 그는 퉁화(通化)시기독교협회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지만 사실은 은퇴한 상태이며, 지금은 순회전도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그는 1939년에 세례를 받았으며, 1943년에 신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줄곧 전도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물론 문화대혁명 때에는 노동개조도 당하였다. 어려서 앓은 소아마비로 지금도 다리를 조금씩 절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이것 때문에 사역에 지장을 받은 적은 없었다며 “예수 믿는 사람은 어떠한 조건에도 굴하지 않는 것이 바로 믿음 아니겠습니까?”라며 반문한다. 

삼자운동이 처음 시작되던 당시 어떻게 이를 바라보았는지에 대해 질문하자, 의외로 강경한 답변이 터져나왔다. “처음부터 아주 적극적으로 찬성하였습니다. 사실 해방 이전의 중국 교회는 진정한 중국 교회가 아니었습니다. 온통 서방 교회였지요. ‘삼자(자치(自治), 자양(自養), 자전(自傳))’는 신앙의 목표나 도리가 아니라, 올바른  신앙을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도로(道路)’입니다. 그런데 외국 교회에서는 우리가 마치 삼자를 신앙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가 본데, 중국 교회에서 삼자는 그냥 가는 길에 불과한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외국 교회는 이미 모두 삼자를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중국 교회는 당연히 삼자 했어야 합니다.”
 

슈꽝교회
슈꽝(曙光)교회는 5년 전에 세워져 현재 약 400여 명의 신도가 있으며, 바로 옆에 한창 새 교회당을 짓고 있는 중이다. 스물 여덟살의 아름답고 시원시원한 용모를 지닌 처녀 전도사 량샤오잉(梁曉潁)이 이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여장부의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혹시 외국 교회가 건축에 조금 도움이 되고 있느냐고 슬쩍 질문을 던졌더니, “순수하게 우리 성도들만의 힘으로 건축하고 있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녀는 95년 동북신학교를 졸업하고 슈꽝교회로 왔다.
 

솽양현 잉홍 처소
슈꽝교회를 뒤로 하고 급히 차를 달려 솽양(雙陽)현으로 들어갔다. 솽양현에는 모두 열 군데의 처소교회가 있는데, 그 중 네 곳은 조선족, 여섯 곳은 한족들의 집회소이다. 전 현에 기독교인이 약 1만 명 정도 되는데 그 중 조선족은 약 500명이다. 우리들이 방문한 곳은 ‘잉홍(永紅) 활동점(活動点)’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처소였다. 처음부터 왜 집회점(集會点: 처소의 중국식 표현)이나 교회가 아니고 활동점이냐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결론인 즉, 현지 종교국 관리의 무지의 소산이었음이 밝혀졌다. 현재는 교회로 승인이 났지만 간판을 아직 받지 못해서 옛날 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교회는 일곱 명의 집사가 운영하고 있었다.

사역자는 강수자 집사님으로 평범한 아주머니 같은 인상이지만 아주 다부지고 현명한 분임을 이야기 중에서 느낄 수 있었다. 80년 대부터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다가 92년에 허가를 받아 현재의 예배처소로 옮겨왔다. 목회자가 전혀 없었으니 문제도 보통 많은 것이 아니었다. 대표적인 예로 ‘구원파’의 침투를 들었다. 그들은 ‘쉽게 천당 갈 수 있다.’는 것과 ‘교회 다닐 필요 없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기존의 신도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어 강 집사님이 옌지(延吉)교회에서 하는 평신도 훈련반을 수료하고 와서 사역자의 소임을 감당하고 있다.

솽양현에는 약 8,000여 명의 조선족들이 살고 있는데, 조선족 소학교조차 하나 없다. 그래서 강 집사님은 교회가 중심이 되어 조선족 어린이들을 위한 유치원과 소학교를 세우기 위해 힘써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애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장애자복지공장」을 세우는 것 또한 기도제목 중의 하나란다. 교회에 대한 인상이 사회 속에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현 종교국의 한 관리는 등록하기 이전에는 그렇게 교회를 탄압할 수가 없었는데, 등록한 이후부터는 매우 우호적으로 변해 성경도 읽고, 또 교회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는 가끔씩 동네 할머니들이 마땅히 갈 곳 없어 하는 것을 보면서 교회에 가볼 것을 권하여 몇몇 할머니들이 그로 인해 교회당에 나오게 되었다. 강 집사님은 이를 보면서 놀라운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고 있다고 하였다.

시편 113편의 말씀으로 함께 은혜를 나눈 후, 우리들은 성도들이 정성껏 마련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 오랜만에 먹는 고추장, 된장, 그리고 직접 떡메로 쳐서 내놓은 인절미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고난 길 헤치고 온 몸으로 주님의 몸된 교회를 지켜온 그들은 정녕 하나님의 사람, 중국 교회의 주인들이다.

 

이 글에 나오는 모든 교회 관련 통계는 공인 삼자교회의 통계임을 밝힙니다.  _편집자 주
출처 | 「중국교회」 제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