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다음날 아침, 우리는 사도행전 2장을 묵상했다. 그리고 17절의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 이 말씀을 붙들고 그 지역의 한 자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길가 백양나무들이 보기 좋게 서있는 뤄창(若羌)의 한 전통음식점으로 갔다. 뤄창은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나 중동으로 진출하는 길목에 있는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고대 세 갈래의 실크로드 가운데 중부 실크로드의 거점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뤄창은 중국 정부가 주창(主唱)하는 일대일로(一带一路)정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뤄창은 공항과 철로건설이 한창이고, 도심 외곽에서는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K자매의 안내로 대추 재배 지역으로 갔다. 대추 밭에 들어서면서 시속 40킬로미터로 한 시간을 달렸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대추 밭에서 나무 막대기를 휘두르며 대추를 따는 위구르 사람들이 간혹 보였다. 한 가족 같아 보이는 위구르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밭 옆에 우리는 차를 세우고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그들도 반가운 듯 우리에게 웃음을 보여주었다.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다가가니 대추를 맛보라고 한 움큼 건네주었다. 중국말로 “셰셰”하고 인사하는데 고개를 갸우뚱했다. 중국말이 안 통했다. 이런 답답할 데가, 이럴 줄 알았더라면 평소에 위구르 말을 열심히 공부해 둘걸. 카메라맨 C형제가 사진을 찍으며 한마디 한다. "아이싸 약시 큐르둠", "아이싸 만구이 하야트 베레쉬." 익숙한 위구르 말에 반가웠는지 아이싸 만구이가 나오자 C형제보다 먼저 하야트 베레쉬를 뱉어내는데, 그 얼굴 표정은 더없이 맑고 밝았다. 그들도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고 있음을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짧은 시간에 재치 있는 대화는 마음의 거리를 좁혀 주었다. ‘오 복음의 능력이여! 우리 마음에 그리고 위구르 사람들의 마음에 충만하게 임하옵소서!’ 이렇게 대추 밭 구경을 마치고 K자매의 안내로 한 가정을 심방했다.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보니 문 앞에 물이 가득 담긴 6개의 큰 물통이 놓여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가나의 혼인집에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예수님의 기적이 떠올랐다. 예수님께서 이 가정을 통해 이루실 기적을 기대하며 집안으로 들어서자 20대 초반의 어린 자매가 휠체어에 앉아 근심 어린 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어린 나이에 두 다리를 잃고 휠체어의 도움으로 살아가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J자매는 지금의 남편과 딸, 이렇게 셋이서 대추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2년 전에 W에서 딸아이가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두 번씩이나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 그래서 하나님을 수없이 원망도 했고, 힘들어 하는 딸아이를 위해 이곳에 와서 대추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W를 떠났다고 마음의 상처가 저절로 치유되지는 않았다. 아직도 어린 J자매의 얼굴에는 슬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무슨 말인들 위로가 되겠으며, 무슨 일인들 보상이 될 것인가!
우리는 두 모녀를 둘러싸고 중국어로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축복하며 불렀다. 찬양이 끝나고 사도행전 3장의 말씀을 본문으로 정해놓고 나한테 말씀을 전하라고 했다. 현장에서 이미 본문내용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서 말씀을 전하란다. 하지만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먼저 ‘당신은 사랑 받기 태어난 사람’을 한번 더 불렀다. 잠시 동안 생각을 가다듬고 찬양이 끝나기 바쁘게 입을 열었다. “이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에 물통들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집 주인이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 물통의 수를 세어 보았습니다. 여섯 개였습니다. 거기에 물도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이제 예수님이 명령만 내리시면 됩니다. 그리고 퍼가기만 하면 됩니다. 포도주가 될 일만 남았습니다. 부족한 것을 헤아리지 말고 주님의 말씀을 기다리면 아름다운 미래가 열립니다. 주님께서 그렇게 하셨습니다. 사도행전 3장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앉은뱅이가 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다리가 있었지만 걸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사람은 걸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베드로와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한 말로 들렸을 겁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름은 그를 걷게 하였습니다. J자매님은 걸어본 경험이 있습니다. 마음속에 예전처럼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입니다. 이제 한가지 주님이 말씀만 하시면 됩니다. 이동하는 것은 휠체어로도 가능합니다. 또 의족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생명으로 사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 말씀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지금 자매님이 다리를 잃은 것은 하나님 말씀에 전념하기 위한 하나님의 배려이고 사랑입니다. 다리를 잃지 않고 건강한 청년이었다면 하고 싶은 일도 많을 것입니다. 어느 한가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 많은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해야만 합니다. 포기해야 하는 그 일을 바라보며 속상해 하지 마세요.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또 다른 일을 찾아보세요. 하나님은 자매님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그 시점에 정부정책의 일대일로라는 프로젝트를 내놓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뤄창에 그 무게가 실리도록 하셨습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갈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자매님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그들은 다시 그 영향을 전파할 것입니다.
결국 그들이 자매님의 다리가 되어 자매님으로 받은 은혜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것입니다. 자매님은 한 가지만 준비하면 됩니다.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성경통독 일천 번! 이것을 목표로 삼고 말씀에만 집중하십시오. 그러면 자매님은 놀라운 일을 경험할 것입니다. 이번에 여기로 오는 길에 하나님은 저희에게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자매님을 위하여 주신 말씀이었습니다. 성경통독 일천 번이 자매에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주신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마치고 자매를 위하여 축복하며 기도했다.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주신 비전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하나님의 말씀이 자매를 책임지고 인도해주실 것을 믿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체머에서 우리는 뤄창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체머로 출발했다. 체머는 《서유기》에도 등장하는 나라 이름으로도 유명하다. 도시로 들어가면서 보니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도시답게 고대의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우선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에 6차선 도로를 가로지르는 성문 같은 오래된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도 중국에서 자생한 이단인 동방번개의 포교활동이 활발함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모인 곳에서 사도행전 4장을 묵상하면서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우리 일행 7명과 현지지체들 4명이 서로 마주보며 앉았다. 한 자매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먼 곳에서 오신 손님들인데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여기 사정이 이러하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하자 CU목사가 “저희들이 오히려 현지교회에 부담을 준 것 같아서 미안할 따름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바로 내가 말을 이었다. "기왕에 이렇게 찾아왔으니 서로 통성명을 합시다. 그리고 저희들이 현지 상황을 잘 모르니 현지 상황을 소개해주시고, 여러분의 신앙 간증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체머에서 제일 먼저 예수님을 믿은 사람이 간증을 시작했다. 예수님을 믿은 후 혼자서 생활하다가 같은 고향마을 사람인 SIN형제를 만나 그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믿는 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지금은 몇 백 명 정도 모인다. 핍박도 참 많았다. 매도 참 많이도 맞았고 옥에도 여러 번 갇혔다. 그래도 신앙을 굽히지 않고 믿음을 지켰다. 특별히 SIN형제는 다른 지역으로 마음대로 다니지도 못한다. 얼마 전에 고향마을에 다녀오려고 버스를 타고 가다가 검문에 걸렸다. 다른 사람들은 다 통과되었는데 그 형제만 다시 체머로 압송된 것이다. 여기까지 듣고 있다가 내가 말했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의 것이라 하였습니다. 이렇게 핍박 가운데서 믿음을 지키고 있는 여러분들은 복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자 CU자매는 “성찬에 관해서 의견이 엇갈리는데 여기는 목사가 없어서 성찬을 못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은 성찬을 하자는 쪽과 하지 말자는 쪽으로 나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성경의 뜻에 맞을까요?" 초대교회는 집에 있든지 성전에 있든지 날마다 함께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이 일을 행하였다고 한다. 집에서 떡을 뗐다고 하는 것은 전문 성직자가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떡을 떼는 행위 그 자체보다 기쁘고 순전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 오늘날 신학은 성찬을 은혜의 수단으로 규정한다. 은혜의 수단이라면 성찬이 은혜가 되어야 한다. 성찬을 통해 교회지체들이 하나 되는 것이 우선이다. 성찬 때문에 성도들의 의견이 나누어진다면 성찬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여기까지 듣던 CU자매가 자신의 동역자들을 둘러보며 우리가 2년 동안 성찬을 하지 않은 것이 옳은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그때 CU목사가 말을 이어 “내가 생각하기에는 목사가 없어도 성찬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찬에 대한 의견이 교회를 이끌어가는 동역자들의 생각과 다르다면 성찬을 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지도자들의 의견이 일치되는데 다만 일부 성도들이 반대한다면 성찬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목회를 어떻게 성도들의 뜻에 따라 할 수 있나? 지도자들의 결정에 불복하는 성도들이 있으면 말씀으로 설득하고 인도해야 한다. 성도들도 처음에는 반대를 하다가 나중에는 따라오게 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SIN자매와 L자매가 고개를 끄덕끄덕거린다. 넷째 날 오늘의 묵상은 사도행전 5장이다.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사건은 교회 안에 숨어 있던 악을 제거하는 사건이었다. 그들의 행동은 교회의 단합을 깨는 행동이었고, 교회의 결정을 거스르는 행동이었다. 만약 이들의 행위를 방치할 경우 교회의 권위는 더 크게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님은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생명을 거두어 가시는 것으로 교회의 권위를 세워주시고 교회의 단합과 순결을 유지시킨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상황은 우리 안에 들어 있던 어두운 것을 드러내고 치유하는 하나님의 손길이다. 체머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하여 먼저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의심, 원망, 불평 등 여러 가지 어두운 것들이 드러났다. 그 일을 위하여 우리를 보내시고 우리 안에 있는 어두운 것을 들어내셨다. 우리는 오늘 일정 가운데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불평과 원망 없이 이 땅 사람들을 위해 중보하고 축복하는 일을 해야 한다.
체머에는 고대왕조 무덤들이 있었다. 라마불교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무덤에 여러 가지 깃발을 세워놓았다. 과거에 유명인이었거나 훌륭했던 임금의 묘에는 많은 사람들이 절을 하고 복을 빌었다. 우리가 묵은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짜군루커라는 고대왕조의 무덤들이 있었다.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하며 직원에게 짜군루커로 가는 길을 확인하고 ‘예수아이니’했더니 해맑게 웃으며 예수 믿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좋아했다. 언젠가는 예수님을 영접할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중국에서 자생한 동방번개는 지역교회 지도자들에게 접근하여 신임을 얻은 후 자신의 고향마을에 교회가 있는데 지도자가 없어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유인해 간다. 그리고 귀신들렸다고 하면서 사람을 데려와 기도해 달라고 한다.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면 그 사람은 거품을 물고 쓰러지며 광란을 일으킨다. 그러면 그의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깡패처럼 행동하며 기도해준 지도자에게 보상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위협하며 몇 날 며칠을 두고두고 괴롭힌다.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 젊은 청년이 우리를 보고 기도를 해달라고 했다. 우선 우리는 다른 일행들을 밖으로 나가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우리가 금방 뒤따라 가겠으니 차에서 절대로 내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나와 CU목사만 청년과 주변 사람들과 함께 남았다. 우리가 그 청년을 위해 기도하기 전에 먼저 두 자매들이 기도를 부탁했다. 처음에 두 사람은 기도를 못한다고 하면서 극구 사양했다. 결국 한 자매가 기도하고 다른 한 자매가 뒤를 이어 기도했다. 두 사람이 기도를 마친 후 우리 두 사람 중 CH목사가 대표로 두 사람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사랑이신 우리 아버지, 예수 그리스도 보혈의 공로가 이 두 사람에게 효험이 되게 하소서. 두 사람 모두 육신에 연약함이 있습니다. 이들을 강건하도록 도와 주세요. 이 두 사람의 마음에 그리스도의 마음이 자리잡게 하옵소서. 저희들은 연약하오나 주님은 강하시니 주님의 강한 능력으로 임하시옵소서. 주님의 긍휼이 지금 이 시간 임하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기도를 마무리 하고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허탄으로 출발했다.
허탄으로 출발하면서 마음의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체머에서 만난 이들의 정체성이 정확히 확인된 것은 없지만 의심스러운 것만은 사실이었다. 중요한 것은 마음에 의문도 아니요, 이들의 정체성도 아니다. 선교의 현장에서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번에 얻은 교훈을 정리하면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의 마음으로 불평과 원망 없이, 그리고 정죄함 없이 말씀과 기도로 대하면 됐다. 체머에서 허탄까지는 500킬로미터 정도 되는 거리이다. 이 구간은 고속도로가 아니라서 빨리 달릴 수 없다. 열 시간 이상을 꼬박 운전을 해야만 했다. 그 외 구간은 폭동이 자주 일어나는 구간으로 안전에 특별히 조심해야 했다. 폭동에 대비하기 위한 검문소도 많아 시간이 많이 지체될 것이다. ▥
다음호에 계속 됩니다.
♣ Mr. HAN | 중국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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