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는 <중국사회심리현황연구보고(中国社会心态研究报告)>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연구보고서는 2012년 3/4분기 동안 중국 내 인터넷 상에 올라온 시민권리 보호(维权)와 관련된 914건의 문건을 수집하여 그 내용과 분석된 결과를 담고 있다. 시민권리가 침해받은 사건을 고발하는 914건의 문건 중 사회민생과 관련된 문건이 336건으로써 가장 많은데, 그 336건 중 80%가 넘는 275건이 주택 강제 철거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중국 각지에서 도시재개발의 명목 아래 지방 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체, 조직폭력단/청부업체 등이 결탁하여 지역 주민들의 주택에 대한 강제 철거를 일삼고 있다. 이 폭력적 강제 철거 과정에서 구타, (구타에 의한) 사망사건이 빈발하고 있고, 심지어 그에 저항하는 주민을 생매장하는 경악하게 하는 사건까지 일어난 바 있다. 그리고 강제 철거와 턱없는 보상금에 항의하는 의미로 주민들이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사건 또한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지방 정부는 폭력적 수단을 동원하여 주민들의 토지와 집을 원가 혹은 최저가에 강제수용한 후, 그 금액의 10-20배를 얹어 개발업체에 되팔게 된다. 강제 철거와 강제이주의 재개발 결과로 그 자리에는 중•고급 주택단지, 빌라, 아파트 혹은 상가건물 등이 들어서게 되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건설된 주택을, 주민들의 피 흘림과 희생 위에 지어졌다는 의미로 ‘피의 주택(血房)’이라고 한다.  

위 지도는 2012년 10월경 중국 인터넷 상에서 널리 유포되었던 것으로, 이른바 ‘피의 주택지도(血房地图)’라고 불린다. 중국 각지에서 진행된 주택 강제 철거로 인한 각종 사회적 분쟁과 인권유린 및 시민권 침해 사례들을 표기한 지도이다. 지도상에 표기된 구글맵의 마크들을 클릭하면, 해당 지역에서 벌어진 강제 철거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거나 혹은 분신을 시도한 사람들의 기록을 볼 수 있는데, 위 지도를 최초로 작성한 네티즌과 이것을 공유한 수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피의 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주민의 재산권에 대한 불법적 강제수용,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주택 강제 철거와 주민 강제이주 관련 사례들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공론화 되면서 광범한 대중저항을 불러일으키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자, 중국 당국은 재개발 과정에서의 불법적 강제행위를 근절하고 인민 대중들의 당과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노력에는, 불법적 강제행위에 대한 대대적이고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 관련자와 기관에 대해 강력한 처벌, 향후 그에 대한 감시와 관리감독의 강화, 시정조치 마련, 토지수용과 주택보상 관련 규정의 신규 제정 및 기존 규정에 대한 보완조치, 그리고 규정과 방침의 엄격한 집행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 동안의 이와 같은 당국의 노력으로 인해, 재개발 과정에서의 불법적 강제행위와 그로 인한 주민들의 재산권 및 시민권 침해가 점점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그것이 워낙 광범하고 뿌리 깊은 관행이다 보니 더욱 더 엄정하고 강경한 시정방침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당과 정부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 회복, 당의 정당성 제고, 당과 정부의 통치 및 집정능력 강화, 사회통합의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사회민생 분야를 가장 중시하는 시진핑 지도부가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 나갈지 주목해 볼만하다.
 

김성민 | 동서대학교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