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삶과 사역을 축구 경기를 하는 선수에 비유해 나누기 원한다. 선교지에서 가족은 함께 뛰는 하나의 팀이란 생각이 더욱 강하게 밀려온다. 축구 경기를 하듯이 우리 사역에도 전반전과 후반전 그리고 중간 휴식 시간이 있다. 이런 축구경기의 진행에 비유하는 것이 우리 가족의 삶과 사역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전반전을 정리하며
하나님이 우리 부부를 대만으로 부르셨다. 처음 3년은 대만의 신학원에서 하나님에 대해 배웠다. 동시에 대만 사람에 대해서도 알아갔다. 이 시간은 결국 내 자신이 변화되어야 하는 고통스런 시간이었다. 교회에 갔을 때 젊은 청년들이 선교사인 나를 형제라고 부르는 것이  귀에 거슬렸다. 2년 정도 지나서야 비로소 형제라는 말이 편하게 느껴졌고, 선교사라는 호칭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들리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바로 문화충격이며 적응의 시간이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대만 사람들을 알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나의 마음과 생각을 바꾸는 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처음에 대만에 갔을 때에는 온갖 것들이 다 신기했는데, 차츰 별다를 것이 없는 일상적인 것들로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3년이 지난 후에 우리는 대만의 남부 까우슝(高雄)으로 이동해 교회 사역을 시작했다. 전통적인 교회이고 대만 노(老)목사님과 함께 하는 사역이었다. 특별히 대만 목회자와 함께 동역 한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많은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문화를 초월한 목회라는 것에서 접근 방법이 전혀 다른 것들을 보게 되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매일 이어지는 심방으로 참 힘이 들었다. 운전하면서 낯선 길들을 찾아 헤매야 했기에 많이 긴장했었다. 주님께서는 나에게 빨리 많은 성도들을 소개 시키고 싶으셨나 보다. 노목사님이 알고 계신 본 교회 출신의 성도들은 전국에 분포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만 전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성도들에게 교회 달력을 전달하는 사역을 하였다. 이렇게 노목사님과 함께 3년 가량의 시간을 보내며, 목사님 부부는 자신들의 사역을 마무리 하시고 목회 사역의 기쁨을 전수해 주셨다. 

처음에는 협동 목회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두 가정이 떠나게 되어 우리 부부가 단독으로 교회를 맡았다. 이 시기부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교회의 비전을 선포하고 목회 철학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제자 훈련을 통해 소그룹 인도자를 세우는 일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처음에는 무작정 시작했지만 훈련 과정을 진행하면서 훈련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전통적인 교회에서 소그룹 교회로 전환한다는 것은 큰 모험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교회 전체에 소그룹 교회를 하겠다고 공포(公布)하지는 않았다. 단지 나는 그것을 위해 사람들을 훈련하는 일들을 하였다. 많은 시간을 오직 제자 훈련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우리 가정에서 부부 소그룹 모임을 시작하였다. 다섯 쌍의 부부가 참여했다. 이 부부 모임 가운데 서로가 나누기 어려운 것들을 조금씩 나누기 시작하였다. 이 모임은 젊은 부부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쳤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또한 제자 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결국 이 작은 부부 모임이 나중에는 훈련 받은 세 부부에 의해 세 그룹으로 나눠졌다. 즉 세 부부가 각각 중심이 되어 인도하는 소그룹이 세워진 것이다. 6개월 정도 지난 후에 남녀를 나누어서 모임을 갖기 시작하였다. 서로의 나눔의 성격들이 다르고 부부가 같은 그룹에 있기 때문에 서로가 나눔에 제한을 받는 것을 보면서 남녀로 나누어서 모임을 갖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6개의 소그룹이 되었다. 나는 새로운 소그룹 인도자들을 훈련시키는 일에 주력했다. 이미 소그룹에 참여하는 사람들 가운데 조장으로부터 기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소그룹 조장으로 세우기 위한 제자훈련이다. 보통 1년 과정인데 일주일에 세 팀을 인도한 기억이 난다. 한 팀은 대략 7-8명 정도로 구성되었고 한번 모이면 대략 세 시간 정도를 함께 보냈다. 이 시간에 형제 자매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목회자를 알아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하나님을 알고 친밀한 관계를 훈련해 가는 것이다.

약 5년 후 소그룹은 40 개 정도로 늘어났다. 교회는 이미 전통적인 교회에서 소그룹 교회로 전환되어 있었다. 훈련 받은 헌신된 사람들이 함께 교회를 목양해 가는 교회의 모델이 되었다. 운동회, 가족과 친구를 동반하는 하루 여행, 교회 주요 절기 때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교회에 초청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과 기존의 사람들이 교제할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하고 다시 자신들의 소그룹으로 초청했다. 이렇게 교회는 모든 행사를 전도집회로 여기며 움직였고 이 과정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교회에 들어오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목양할 수 있는 훈련된 사람들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기본적인 생각은 예수님이 베드로를 다시 부르시면서 나의 양을 치라는 명령을 하신 것에서 왔다. 이것은 오늘을 사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동일하게 주시는 사명이라 생각한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기를 결정한다면 하나님의 양을 목양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의 삶이다.  

이렇게 제자 훈련을 통해 소그룹 조장들을 세워 갔고, 목회자에게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전통적인 교회에서 훈련된 사람들이 일어나 함께 목양해 가는 소그룹화된 교회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즉 전문적인 상담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야할지 몰라 안타까웠다. 마음의 상처들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필요성은 더욱 커져만 갔다. 차츰 교회 안에서 제자 훈련과 함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회복 사역의 필요를 절감하게 되었다. 

하프 타임을 지내면서
사역을 하면서 성취감도 많이 맛보았다. 하지만 나와 아내는 선교지에서 1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 신체적, 영적으로 많이 탈진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사역이라는 채찍으로 더욱 몰아가며 한해 한 해를 견디고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더 열심히 하기보다 안식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안식년을 갖기로 했다. 이런 결정이 쉽지는 않았다. 성도들에게 목자를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해야 했고, ‘주의 일을 하는 사람이 쉼이 필요한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식년에 대한 생각은 더욱 굳어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우리 자신을 위해 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교회를 위해 안식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절실하게 들었다. 성도들의 신앙 성장 과정 가운데 하나님 앞에 스스로 서는 훈련은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그 당시 교회에도 이러한 훈련의 계기가 필요했다. 목회자를 뛰어 넘어 하나님과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우리도 하나님 앞에 개인적으로 다가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이 각자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안식의 참 의미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이 계셔야 하는 자리에 하나님이 계시도록 하는 것이 참된 안식이라 생각했다.    

우리는 제주도에 있는 열방대학에서 안식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하나님이 순조롭게 인도해 주셨다. 사실 예수전도단에 대한 이해도 별로 없었고 또 예수제자 훈련학교(DTS)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 훈련이 당시 우리의 삶과 사역에 꼭 필요한 것들임을 그곳에 가서야 알았다. 처음에는 6개월을 계획했다. 하지만 ‘아버지 마음’을 강의하시는 토피 목사님이 우리들에게 예언하시면서 2-3년 정도의 쉼을 말씀하셨고, 하나님께서 다시 새로운 비전을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선교지의 교회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터라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하나님은 놀라운 방법으로 3년이란 시간을 우리 가족에게 주셨다. 그래서 6개월이 3년으로 연장되었다. 계획했던 6개월 이후에 쓸 수 있는 재정이 전혀 없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신실하게 그리고 풍성하게 공급해 주셨다. 제주 열방 대학에서 DTS,중보기도 학교, 성경기초상담 학교(IBC), 중독상담학교(ABC)를 아내와 함께 했다. 그 후 나는 9개월 과정인 성경 연구 학교(SBS)를 하고 아내는 가정상담학교(FMS)를 하고 간사로 섬기기도 하였다. 그리고 함께 기초상담학교의 간사로 섬겼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님이 왜 우리를 제주 열방 대학으로 인도하셨는지 알았다. 먼저는 우리 자신의 치유와 회복이 필요하였다. 많은 사역을 감당하기 전에 우선 치유되고 회복되어야 할 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인 것을 알았다. 하나님은 사역을 위해 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이 시간들을 통해 경험하게 하셨다. 이런 개인적인 치유와 회복은 우리 부부의 치유와 회복으로 이어졌다. 선교지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서로의 연약함이 모두 드러난 상태였다. 우리는 가장 친밀한 관계가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장 큰 아픔을 서로에게 주고 있었다. 하지만 왜 그런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해서 깊은 무기력과 절망감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조금씩 이해해 가고 내적 건강을 되찾음으로 인해 서로에게 더 깊이 다가갈 수 있고 더 깊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관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직 가야 하는 길은 멀지만 우리는 그 회복의 여정을 시작하였다. 다음 사역을 위해 회복 사역을 배우려고 했는데 이렇게 전심으로 배우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세계적인 회복 사역자들을 통해 먼저 우리가 회복을 경험하고 또한 회복 사역자로 선교지로 보내심을 받은 것에 놀랐다. 지난 13년 훈련했던 제자 훈련의 경험과 새롭게 배운 회복 사역을 함께 접목시켜서 더욱 건강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과 건강하고 강한 공동체를 세우고 싶다. 우리가 그렇게 원하고 필요한 것을 이렇게 은혜로 주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에 감사드린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는 삶과 사역을 향한 우리의 결정은 영적인 삶의 회복을 의미했다. 

후반전을 시작하면서
휴식과 충전 시간에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족을 다음 사역으로 부르셨다. 우리와 같은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하나님의 은혜가 그들 가운데 흘러가 회복과 치유를 경험하도록 하는 일을 하게 하셨다. 그래서 중간 휴식 시간이 끝나갈 무렵 하나님은 우리에게 회복 사역에 전념할 것에 대한 마음을 주셨다. 대만으로 돌아가면 당연히 교회를 개척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계획을 바꿔서 대만에 회복 사역을 알리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한 교회를 중심으로 목회사역을 했다면, 이제는 대만 전체 교회를 보면서 과거의 경험에 새롭게 배운 회복 사역을 접목해 교회와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대만으로 돌아왔을 때 대만의 중간 지역인 타이쫑에 거처를 정했다. 이 지역이 북부와 남부 그리고 동부를 다니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먼저는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회복 사역에 대해 알리고 목회자 중심으로 하는 회복 그룹을 운영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교회들 안에 회복 그룹을 안착해 나갈 것이다. 이런 사역을 제주 열방 대학 상담 학교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 함께 성취해 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시작은 대만 원주민 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다음 단계로 목회자 지원 그룹을 만드는 것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타이쫑의 대사명 교회에서 회복 그룹을 만들기 위해 매주 수요일에 세미나와 모임을 시작하였다. 하나님이 예비하시고 인도하시는 교회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이 교회에서의 사역은 어떻게 회복 사역을 일반적인 교회에 접목할 수 있을지 시험하는 아주 귀한 시간이기도 하다. 

회복 사역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회복이란 말은 ‘성화’라는 말을 현대적인 의미로 대체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죄’가 사람의 삶에서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바로 ‘중독’이란 단어다. “도적이 오는 것은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10:10)” 예수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생명을 더 풍성하게 하시기 원하신다. 하지만 도적은 그것과 상반해서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고 한다. 중독은 바로 현대인의 가장 치명적인 도적이다. 중독은 현대인의 삶을 도적질하며 멸망시킨다. 현대인의 삶과 건강, 관계, 그리고 꿈을 빼앗고 멸망시키는 도적이다. 그래서 이 회복 사역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공동체 안에 있는 중독을 알고 그것들을 제거해서 건강한 공동체, 가족, 그리고 자아를 세워 가도록 하는 일이다. 그리고 제자 훈련은 좌뇌를 진리로 새롭게 하는 것이고 회복 사역은 우뇌를 은혜로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으로 하여금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회복 사역은 독보적으로 존재하기보다 다른 사역들과 연계 될 때에 그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회복 사역을 위해 부르심을 받은 우리가 앞으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고 순종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주님께서 시작하신 회복의 여정이 주님 오시는 날까지 계속 되기를 소망한다. 또한 우리 가족이 후반전에도 주전으로 뛰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어 주님이 오시는 날까지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중국인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회복되어지는 일에 쓰임 받을 것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쿵쾅거린다. 이 모든 경기를 마치고 하나님 앞에 서는 날에 주님으로부터 착하고 충성된 종이라는 말씀을 듣고 싶다. 사역에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더욱 그렇다.


한해빈 | 대만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