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교사훈련모임이나 세미나에 나가보면 자매님들이 많이 참석한 것을 보게 되고 자매님들의 숫자가 더 많은 모임도 여럿 만났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작년 6월 필자는 300여 명으로 구성된 북한 방문단의 일원으로 평양을 찾았는데 북측과 의견이 맞지 않는 일이 있어서 마찰이 빚어졌습니다. 주일에는 봉수 교회 칠곡교회를 방문하여 합동예배를 드릴 예정이었는데 북측에서는 이를 허락하지 않고 묘향산 관광을 강요하였습니다. 방북단은 이 요구를 거부하고 금식 기도회에 들어갔는데 필자에게 첫 순서 인도가 맡겨졌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도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장신대 주선애 명예교수에게 말씀 차례가 돌아갔는데 주 교수님은 “ 나는 바로 이 평양에서 나서 자라 평양 여자 신학교를 다녔는데 나를 가르치던 교수님들은 모두 순교하셨습니다. 나는 그 분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갚을 기회가 왔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분위기가 더할 수 없이 비장해졌습니다. 결국은 북측이 방북단의 요구를 받아들여 오후에는 두 교회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주 교수님을 만나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그 당시 신학교 교수 가운데 한 분이었던 김순호 전도사님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은 회개를 무엇보다 강조하는 분이었어요. 수업 시간에도 느닷없이 ‘주선애, 회개했어?’ 하시곤 했지요. 공산당의 박해가 심해져서 교인들 가운데 월남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전도사님을 아끼는 분들이 월남할 것을 여러 번 권했는데 ‘삼팔선을 넘으려면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서?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어!’ 하면서 거절하셨어요. 그 때 삼팔선을 넘으려면 이웃 마을에 있는 친척집에 간다는 식으로 꾸며대야 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결국 순교 당하셨지요”
이 김순호 전도사님이 바로 중국 선교를 지원하는 자매님들을 대할 때마다 생각나는 인물입니다. 김순호 전도사님은 황해남도 재령(載寧) 출신으로 정신여학교를 거쳐 일본 요코하마 교리츠(共立)여자신학교를 졸업하고 1931년에 장로교 여전도회의 파송을 받아 중국 산동성에 가서 선교사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지일 목사님의 회고에 따르면 김순호 선교사님은 중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워 선교사들 가운데 중국어(북경어)가 가장 정확하였고, 부녀자들을 잘 지도했는데 중국인들은 김순호 선교사를 ‘金姑郞’이라고 부르며 따랐다고 합니다. 한때 신비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했었으나 방효원(方孝元)목사님의 지도로 건전한 신앙의 길을 지켰다고 합니다. 1938년에는 청도에서 일했고, 그 다음해에 동북지역으로 옮겨 목단강교회에서 일했고 1941년부터는 동만지방교회 전도부 총무로 수고했다고 합니다. 해방 후 북한으로 와서 신의주제2교회 전도사로 시무하면서 평양신학교에 출강하다가 6․25 중에 공산당에게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한국 교회의 중국 선교에 김순호 선교사 말고 여성 일꾼들이 얼마나 더 있었는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무명의 숨은 헌신자들이 더 있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가는 것과 함께 보내는 것도 선교의 중요한 모습인데 김순호 선교사를 파송한 장로교 여전도회에서는 이대영(李大榮) 선교사의 선교비를 보조하였고 장로교 계통의 여자 기독교교육기관 학생들이 헌금하여 산동성 내양(萊陽)과 즉묵(卽黙) 교회에 풍금을 전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김순호 선교사님의 이야기가 중국 선교에 뜻을 둔 자매님들에게 도전이 되기 바랍니다.

유관지ㅣ 발행인. 목양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