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란웨이러우(烂尾楼)’와 ‘란웨이와(烂尾娃)’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란웨이(烂尾)’라는 단어는 ‘썩은 꼬리’라는 뜻으로, ‘란웨이러우’를 직역을 하면 ‘썩은 꼬리를 지닌 집’을 말하고, ‘란웨이와’를 직역하면 ‘썩은 꼬리를 가진 아이’라는 말이다. 그럼 이 두 신조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란웨이러우(烂尾楼) ‘란웨이러우’는 중국어로 ‘마무리가 좋지 않은 집’, ‘짓다 만 아파트’, ‘뒤끝이 나빠진 집’ 등의 의미로 사용되는 신조어다. 통상 1년 이상 건설이 중단돼 방치된 아파트 등의 건물을 일컫는다. 아마도 혹자는 중국 여행을 하면서 짓다 만 아파트들이 우중충한 모습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때 입주민들이 먼저 건설사에 분양 대금을 지불한다. 그런데 경기침체로 건설사가 분양대금을 다 받고도 아파트 건축을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분양 대금을 다 내고도 입주하지 못한 중국인들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고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공사 중단으로 갈 곳이 없어진 입주 예정자들은 건축이 중단된 아파트에 들어가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건물들은 수도·가스·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그들은 짓다 만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촛불을 켜거나 태양광 발전 등을 통해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란웨이러우가 넘쳐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은 여러 선진국을 따라 하겠다며 신도시를 많이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신도시에 아파트를 많이 지어서 공급이 증가했지만 수요가 따라오지 못했다. 또한 중국 경제가 좋던 시절 중국 부동산 업체들은 대규모 주택 프로젝트를 무분별하게 추진했다. 공사 중인 아파트를 입주민들에게 미리 팔아서 받은 계약금으로 사업 자금을 조달했다. 지방 정부는 아파트 공정률이 25%만 돼도 사전 판매를 허가해 주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침체되자 분양 대금을 다 받고도 공사비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건설사들이 공사를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였다. 2024년 현재 중국에서 주택이 판매된 이후 자금난 등으로 완공하지 못한 란웨이러우는 적어도 4,800만 채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 같은 수치를 공개하며 2015년 이후 2024년 상반기까지 중국의 선분양 미완공 주택 수가 독일(인구 8,380만 명)의 전체 주택 수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2023년 8월 17일 중국 최대 규모의 부동산 건설사인 ‘헝다그룹(恒大集团)’이 미국의 뉴욕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헝다그룹의 부채는 2022년 기준으로 3,300억 달러(약 442조 원)에 이른다. 파산한 헝다그룹의 회장 쉬자인(许家印)은 중국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다. 한때 중국 최고 부자였던 쉬자인 회장이 남긴 헝다의 미완공 아파트는 중국 전역에 162만 채로 추산된다. 또한 2021년 기준 중국 부동산 건설사 종합 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던 ‘비구이위안(碧桂园)’도 2023년 10월 10일에 달러 채권에 대해 디폴트 선언을 했다. 경기가 침체하면서 자금 조달이 안 되어 건물 개발을 더 이상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구이위안의 부채는 2022년 기준으로 1조 4,000억 위안(약 255조)에 이른다. 란웨이러우를 포함해 중국 경제 총생산(GDP)의 29%를 차지하는 부동산 문제는 중국의 시한폭탄이 되고 말았다.
결국 란웨이러우는 중국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갈 곳이 없어 짓다 만 아파트에 들어가 생활하고 있는 입주민들은 시위하면서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잘려 나갈 부추가 되기 싫다며 드러누웠던 탕핑족(躺平族)들이 일어나 란웨이러우 공사장에서 피켓을 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란웨이러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아파트 공사를 완공해 ‘입주를 보장하라’는 이른바 ‘바오자오러우(保交樓)’를 강조했다. 그러나 대다수 건설업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란웨이러우 등의 문제는 사회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나서서 일괄 구매하거나 국영기업들이 민간 부동산 기업들을 인수해 정상화하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란웨이와(烂尾娃) ‘란웨이와’는 직역하면 ‘썩은 꼬리를 가진 아이’라는 말로,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끝(꼬리)이 좋지 않은 청년’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이 중단된 ‘짓다 만 아파트’를 지칭하는 란웨이러우라는 말을 패러디한 것으로, 중국 고학력 청년 실업자를 일컫는 말이다. 2024년 8월 21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실업률 증가로 대학 졸업자 수백만 명이 취업을 못하면서 중국 소셜미디어에 란웨이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였다. 이 통신사는 란웨이와는 중국의 새로운 사회 계급이 되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와 함께 청년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많은 젊은이가 기대했던 직업을 얻지 못하고 좌절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들은 고학력임에도 불구하고 노동 시장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결국 고학력 백수가 되어 자신의 꿈과 목표를 잃어버린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6월 청년(16∼24세) 실업률이 21.3%를 기록하자 통계 발표를 돌연 중단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재학생들을 제외한 새로운 통계 방식의 실업률을 발표했다. 그 후 청년 실업률 수치는 표면적으로나마 14%로 잠시 낮아졌으나, 2024년 7월 청년 실업률은 17.1%를 기록했고, 8월에는 올해 최고치인 18.8%까지 상승했다. 올해 여름 대학생 졸업자 1,179만 명을 단순 적용하면, 연간 최소 200만 명의 란웨이와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저우윈 미국 미시간대학 사회학과 조교수는 “과거 중국에서는 대학 졸업장이 많은 졸업생에게 더 나은 취업 전망과 사회적 지위 상승의 가능성, 더 밝은 인생 전망 등을 약속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점점 더 기대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교육부 산하 학술지 중국고등교육연구의 2024년 6월 연구 발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7년까지 대학생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특히 2034년 대학 졸업생 수가 약 1,8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취업 문이 좁아지자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 가운데 다시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학부생보다 대학원생이 더 많아지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024년 8월 26일 중국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신규 모집한 전국 대학원생은 전년 대비 4.76% 증가한 130만 1,700명이었다. 이 가운데 박사과정은 15만 3,300명으로 전년 대비 10.29% 증가했고, 석사과정은 114만 8,400명으로 전년 대비 4.07% 증가했다. 지난 2017년 신규 모집한 대학원생은 80만 6,100명으로 박사과정 8만 3,900명, 석사과정 72만 2,200명이었다. 6년 만에 대학원에 진학한 인원이 61.5%(박사과정 82.7%, 석사과정 59%) 급증한 것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 실업 문제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중국 당국도 대책을 내놨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취업 우선전략 실시와 고품질 완전고용 촉진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중국 당국은 대학 졸업생 등 청년층을 제대한 군인, 농촌 노동자, 빈곤층과 함께 취업 지원 ‘중점집단’으로 분류해 다양한 방식으로 취업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대표적으로 플랫폼노동 등 지역별 유연 고용 시장을 구축해 대학 졸업 후 2년 안에 취업하지 못한 사람이 유연 고용 형태로 취업하면 일정한 사회보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중점 영역과 업종, 중소기업에 대한 청년 취업·창업을 장려하고, 조건이 갖춰진 지방은 농촌 중소기업에 취업한 대학 졸업생에 대한 정책적 지원 강도를 높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농촌이나 지방, 중소기업 취업 지원 그리고 풀타임 정규직이 아닌 유연 고용 확대 등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시된 해법이라는 점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원하는 고학력 청년층의 눈높이에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란웨이와 현상은 중국 청년들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로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전쟁, AI와 자동화의 영향, 교육과 노동 시장의 불일치, 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청년 창업 지원, 정책적 지원, 경제적 지원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대책들이 효과를 거두어서 중국 젊은 세대와 고학력자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
※참고자료 https://baike.baidu.com/item/烂尾楼/82346?fr=ge_ala https://baijiahao.baidu.com/s?id=1806253580703103308&wfr=spider&for=pc https://baijiahao.baidu.com/s?id=1804889933078181001&wfr=spider&for=pc 아시아경제/조선일보/서울경제/중앙일보 등 각종 일간지
▒ 사진 출처 | 바이두>사진 캡처 ▒ 석은혜 | 본웹진 전 편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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