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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3 통권 264호     필자 : 변성래 프린트   이메일 
[책 속의 중국]
《중국이 말하지 않는 중국》 _현대 중국 탄생에 숨겨진 빛과 그림자
_빌 헤이턴 저/ 다산초당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공산당을 상징하는 기호인 낫과 망치 앞에 서서 정석적인 답변을 한 문단으로 요약했습니다. “5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은 눈부신 문명을 창조하고, 인류에 놀라운 공헌을 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로 거듭났습니다.”

짧지만 당찬 이 발언에 딴지를 걸어봅니다. 5000년 역사? 언제부터 카운트한 것인가? 눈부신 문명 창조? 인류에 놀라운 공헌?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 그러고 보니 시진핑이 한 말 모두가 못마땅합니다. 너무 오버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물론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힙니다. 

이 책의 저자 빌 헤이턴은 저널리스트입니다. 저자는 우선 ‘중국’이라는 나라 이름이 언제부터 공식적으로 붙었는가를 추적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은이는 지금의 중국(중국이라는 나라 이름 포함)이 100년 전에 새롭게 발명되었다고 합니다. 중국이라는 개념조차 100년 전 쑨원(孫文) 등 혁명가들에 의해 발명되었다는 것이지요. 한족과 중화민족, 주권과 영토 등도 100년 전에 새롭게 정의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중국의 민족주의는 현재 국수주의와 패권주의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중국몽(中國夢)으로 대표되는 중국 패권주의의 기원을 샅샅이 파헤칩니다. 시진핑이나 중국의 애국주의학자들, 젊은 세대들까지 공공연히 내세우는 5000년 역사라는 주장을 다시 살펴봐야겠지요.

중국과 중화
오늘날 시진핑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을 두 가지 이름으로 부릅니다. 중국(中國)과 중화(中華)입니다. 저자는 이 두 가지 표현 모두 지역적인 우월성을 나타낸다고 지적합니다. ‘중국’은 말 그대로 ‘중심 국가’로, 이상적인 정치 위계질서를 상징합니다. ‘중화’는 ‘중앙에서 꽃이 피다’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사실상 ‘문명의 중심’을 비유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내륙지역의 오랑캐들보다 문화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솔직히 뭐가 그렇게 우월하다는 것인지? 대단하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두 용어의 역사적 뿌리는 깊지만, 19세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국호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민족과 국가에 관한 서구 사상의 영향을 받아 국가사상이 탈바꿈했기에 이 두 용어는 국호가 되었습니다. 

명(明)나라 시절로 가봅니다. 이 당시 중국인들은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부르거나 조국을 중국으로 부른 적이 없습니다. 그 대신에 ‘타멘’이라고 불렀답니다. 요즘 식으로 쓰자면 ‘다밍’이고 ‘대명(大明)’으로 번역됩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타멘진’ 또는 ‘다밍런(大明人), 대명의 사람들’이라고 불렀습니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중국과 중화라는 용어들은 19세기 후반 근대 (중국)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부활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습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구성하여 각각 다른 일화를 연결 짓고, 중국이 영구적으로 존재했던 것처럼 역사를 구성했습니다. 새로운 역사의 창조입니다. 
  
화교(華僑)
‘화교’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도 흥미롭습니다. 중국 통일전선부(공산당의 지지를 구축하고, 정적을 제거하는 공산당 산하기관)가 재외 동포를 부를 때 사용하는 용어는 화교입니다. 화(華)는 말 그대로 ‘꽃이 피는’, ‘문명화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흔히 중국인을 가리킵니다. 교(僑)는 ‘체류자(외국에 일시적으로 거주하다가 언젠가는 본국으로 돌아올 사람)’를 뜻합니다. 이 용어는 1903년 이후 청나라의 전복을 꿈꾸던 혁명가들이 혁명파의 주요 후원자, 해외 커뮤니티를 예우하기 위해 채택하면서부터 일반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화교라는 용어의 사용은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에게 자금 지원을 호소하기 위한 핵심전략으로 변모합니다. 시진핑은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폐막 연설을 할 때, “재외 동포와 협력하는 것은 중화민족의 부흥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화교들이 듣기에는 중국의 발전을 위해 심적,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민족주의자들이 원하는 하나의 국어
홍콩이 반환된 지 1년 후, 홍콩 정부는 중국 본토 정부가 공식적으로 통용하는 언어인 보통화(普通話, 표준 중국어)를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에게 의무 과목으로 가르치겠다고 밝힙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시간씩 ‘외국어 수업’ 형식으로 시행합니다. 10년 후 시 당국은 보통화를 교육언어로 지정하기 위해 학교에 유인책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부터 전 과목을 보통화로 가르치기로 동의하면 학교는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점점 더 많은 홍콩 학부모는 보통화를 유창하게 구사하면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녀를 보통화를 가르치는 학교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세대는 왜 보통화를 배워야 하는지 분하게 여겼고, 이 과정에서 부모세대와 세대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의도했던 바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 것처럼 보입니다. 홍콩인들은 본토에 통합되기보다는 본토에 저항하는 길에 놓이게 됩니다. 이후에도 보통어와 광둥어의 갈등은 계속 불거졌고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 이 외에도 서태후 시절의 청나라, 청나라와 유럽 열강들의 관계, 청나라가 국가의 경계를 토대로 하는 국제법을 수용하는 과정, 조공국들과의 관계 변화, 중국의 ‘주권 근본주의’와 민족관, 여러 개혁자, 짜깁기한 중국의 역사, 중국 내 소수민족 흡수 과정 등 많은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국의 과거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연결시켜 보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에필로그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시진핑의 ‘중국몽’이 세계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더더욱 1930년대의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전 세계를 파멸시킬 뻔했던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처방입니다. 중국몽은 1세기 전, 아주 특별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과거관에 기초하여 만들어지고, 오늘날 유럽에서 대부분 없어진 유럽적 개념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자국의 동질성에 대한 욕구와 외국의 존경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결국 자국을 억압하고 외국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시진핑의 중국은 행복의 나라가 아닙니다. 독단적이고, 강압적이며, 불안하고, 자신감이 부족하며, 단결이 언제라도 무너질까 두려워하는 곳입니다. 신화는 잠시 중국을 한데 모으겠지만, 중화 민족 내부의 균열은 애초부터 존재했습니다.” ♣






♣ 변성래 | 중국을 알고 싶은 의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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