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중국 지난(済南)에 들어왔다. 공항 입국장에는 깔끔하게 꾸며진 선별진료소가 늘어서 있었고 각 부스에서는 의료 관계자들이 쏟아져 나오는 입국자들의 PCR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도 공항 공안의 안내를 받고 한 부스에 들어가 입국 PCR 검사를 받았다. 한국의 선별진료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입국 심사가 조금 까다로웠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런데 3년간 비워둔 숙소의 문을 여는 순간, 다시 비행기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한 달 예정으로 잠시 귀국했던 것이 3년이 걸렸으니 오죽하랴. 짐작은 했으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며칠 다른 선생님 신세를 지면서 숙소의 먼지를 털어내고 묵은 때를 닦아냈다.
중국에 돌아온 지 이제 한 달이 되어간다. 청소와 강의로 주변 상황을 살필 여력이 없었는데 며칠 전 학교 교문 옆 담장에 보관함이 생긴 것을 발견했다. 학교 담장을 헐고 그곳에 보관함을 설치했다는 것이 조금 신기했다. 보관함은 크기가 다양하고 일부는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보관함도 있었다. 그리고 배달원(外卖員)들이 그 보관함에 음식과 택배 물품을 넣고 가는 것이 보였다. 보관함에 어떤 것이 들어 있나 살펴보던 중 건너편 문이 덜컥 열리더니 한 학생이 보관함에서 음식을 꺼내 가는 것이 아닌가. 즉시 학교로 돌아가 보관함이 설치된 곳에 갔더니 거기에는 다양한 기능의 보관함이 여러 대 설치되어 있었다. 택배용 보관함, 사물함, 음료수 자동판매기, 간식 자동판매기 등.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찍고 있는 내 옆으로 학생들이 조금의 주저함 없이 자연스럽게 자신이 주문한 물건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휴대폰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학교에 설치된 보관함은 중국의 대표 외식업계(美団, 餓了么)이었는데 회사나 아파트 단지에는 이들뿐만 아니라 신선물품을 판매하는 허마(盒馬)에서 운영하는 물품 보관함도 꽤 많다고 한다.

이런 물품 보관함을 보통 ‘外卖柜 [wàimàiguì]’라고 부르는데 ‘배달 음식 보관함’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류의 보관함을 ‘智能取餐柜’라고 한다. 이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음식을 보관하고 찾는 일을 해서 그런 이름을 가진 것 같다. 직역하면 ‘스마트폰 음식 픽업 상자’쯤 되겠다. 비록 이름은 배달 음식 보관함이지만 음식만 보관하는 것은 아니다. 살펴보니 일반 택배 물품도 이 보관함 이용하고 있었다. 앱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배달원이 물건을 보관함에 넣은 후 보관함 번호를 문자로 알려준다. 그러면 보관함 QR코드를 스캔해서 보관함을 열고 주문한 물건을 찾는다. 자신의 휴대폰 번호 뒷자리 4자리가 비밀번호다. 이런 보관함은 코로나19 시대가 만든 또 하나의 산물이라고 하겠다. 주문자는 격리된 지역을 벗어나지 않은 채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고 배달원은 물건 찾으러 오는 주문자를 기다리느라 시간을 버리지 않아도 되며 음식도 안전하게 보관되고 보관함에 보관되는 동안 보온도 되어 일석삼조다.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보관함 주위에는 음식과 물건을 넣고 찾는 이들로 북적인다. 면대면의 시대에도 비대면이 더 증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숙소가 정리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학교에서 준 복지카드 3장을 들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미처 가져오지 못한 화장품과 일부 생활용품을 구입한 뒤 근처 유명 커피점으로 들어갔다. 매장엔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만의 고요를 즐기며 창밖을 감상했다. 그러다 튀어나온 한 마디, “중국이 정말 많이 발전했구나.”
박애양 | 중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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